
영화 '변호인'이 800만 고지를 넘어 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변호인'은 지난 5일까지 총 78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3주간 평일 하루 평균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것을 고려하면 6일 오후 중 8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1000만 영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변호인'. 영화 자체의 힘이 물론 컸지만 환경적인 특수도 무시할 수 없었다. '변호인'의 흥행 요인을 짚어 봤다. '변호인', 이러니 안 터져?
◆ 송강호부터 임시완까지..연기 구멍이 없다
'변호인'의 가장 큰 무기이자 자산은 배우들이었다. 송강호, 곽도원, 김영애, 오달수 등 베테랑 연기자는 물론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과 윤중위 역의 심희섭까지 연기 구멍 없는 캐스팅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주인공 송우석 역을 맡은 송강호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속물 세법 변호사의 능글맞은 모습에서부터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을 더하는 법정신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송강호의 공이 컸다. 송강호와 맞서는 곽도원도 이에 못지않았다. 특히 4차 공판에서 송강호와 팽팽하게 맞서는 곽도원의 모습은 그간 어떤 영화에서 보여준 것보다 카리스마 넘쳤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난 김영애와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한 임시완도 제 몫을 다했다. 김영애는 그간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를 벗어 던지고 정 많은 국밥집 주인의 모습에서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초를 당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의 모정을 선보였다. 임시완도 아이돌이라는 우려를 깨고 안정적인 연기로 힘을 더했다.
◆ 픽션과 펙트의 절묘한 조화
부림사건 당시 변호를 맡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모티프로 했지만 '변호인'은 상당부분을 각색한 픽션이다. 픽션이긴 하지만 실제 사건들이 버무려지며 영화의 리얼리티가 살아났다.
주인공 송우석의 설정은 대부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그대로 빌려왔다. 상고 출신의 변호사로 세금, 등기 관련 업무를 했던 것, 경기용 요트를 즐겨 탔던 것도 실제 고인의 과거와 일치한다. 실제로 공판 중 판사에게 큰 소리로 어필할 정도로 화통했던 성격도 고인을 닮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공판 장면은 극적 효과를 위해 몇 가지 픽션을 추가했다. 심문 과정에서 고문이 있었음을 고백하는 윤중위는 1992년 군 부정선거를 폭로했던 중위의 일화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E.H 카에 대한 영국대사관 문서를 증거로 제출하는 장면도 부림사건 1심에서 있었던 일은 아니다.
펙트와 허구가 적절히 버무려지며 영화의 재미는 더욱 살아났다. 실제 사건에 극적 장치들이 포함되며 영화적 긴장감이 더해졌고, 실제 인물의 이야기가 각색되며 한 인물의 전기적 영화가 될 요지도 피해갈 수 있었다.
◆ 방학+크리스마스+신정까지..시기도 좋았다
개봉 시기도 '변호인'의 폭발적 흥행에 한 몫 했다. 극장가 성수기인 12월에 개봉해 학생 관객들을 불러 모았고,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두고 개봉한 크리스마스 특수도 제대로 누렸다. 크리스마스에 이어 3주차에는 신정 휴일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개봉 첫 주 175만 여명을 동원한 '변호인'은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이틀 간 무려 108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1월 1일에는 무려 67만 명을 모아 역대 신정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개봉 4주차에도 여전히 실시간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변호인', 이달 말까지 열기가 이어진다면 설 연휴라는 또 한 번의 대목까지 만나게 된다. 지금과 같은 기세면 설 연휴에도 무난히 관객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 안녕들하십니까? 사회 참여 바람
젊은이들 사이에 분 사회참여 바람도 '변호인'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 고려대학교 주현우씨의 '안녕들 하십니까?' 벽보에서 시작된 대자보 열풍은 사회참여보다는 취업난과 학점 등 현실 문제에 부딪힌 대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줬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변호인'의 상식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당연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변호인'의 상식에 공감하는 것은 젊은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그 시대를 몸소 겪었던 중장년층들도 영화를 통해 새삼 잊고 있던 원칙을 되새기기도 한다. 한 중년 관객은 "'변호인'을 보고 나니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씁쓸한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안이슬 기자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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