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스크린에 살색과 핏빛이 난무한다. 욕설까지 흩날리지만 봄이 와도 봄이 온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5일 '순수의 시대'와 '헬머니', 두 편의 한국영화들이 개봉한다. 모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순수의 시대'는 조선 초기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운명처럼 한 여인을 품게 돼 살면서 처음으로 욕망을 느끼게 된 장군 김민재(신하균 분)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진 이방원(장혁 분), 쾌락의 욕망에 빠진 김민재의 아들 김진(강하늘 분)의 관계와 갈등을 담았다. 개봉 전부터 여주인공을 맡은 신예 강하나와 세 남자의 파격 베드신, 그리고 잔혹한 액션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순수의 시대'는 개봉 하루 전인 4일 오전10시 기준 영진위 예매율 집계에서 16.4%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망은 그리 밝진 않다. 예매율은 2위지만 예매 관객수는 1만 3384명에 불과하다. 극장에 관객이 큰 폭으로 줄은 탓도 있지만 기자시사회 이후 평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도 큰 원인이다.
'순수의 시대'는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으로 역설적으로 순수한 욕망을 드러내려 했다. 하지만 이 역설이 그다지 성공적이진 못하고 눈요기에 그쳤다.
'헬머니'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개봉을 하루 앞두고 예매율이 3.7%에 불과하다. '헬머니'는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고 교도소에 들어간 헬머니가 출소 후 욕 배틀 대회를 통해 돌보지 못한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화해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헬머니 역의 김수미가 내뱉는 걸쭉한 욕이 관전 포인트이다. 그러나 김수미의 욕이 화제는 샀지만 낮은 인지도 벽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2일 개봉하는 '살인의뢰'도 낮은 인지도로 고전하고 있다. '살인의뢰'는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이 감옥 안에 있는 연쇄살인범에게 복수를 하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김상경이 연쇄살인범에게 여동생을 잃은 형사로, 박성웅이 연쇄살인범으로 등장한다. 폭력의 강도는 높지만 전형적인 이야기라 공감을 이끌긴 쉽지 않다. 최근 연쇄살인범과 복수극을 그린 영화들이 흥행에 줄줄이 실패했기에 '살인의뢰'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극장가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외화인 '킹스맨'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개봉한 '킹스맨'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외화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 순항 중이다. '킹스맨'을 제외한 다른 영화들은 3월 극장 비수기를 톡톡히 겪고 있다.
파격 베드신을 전면에 내세운 또 다른 19금 외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고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5일 개봉하는 19금 외화 '버드맨'은 영화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낮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버드맨'은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올랐지만 이후 한국에서 김치냄새 논란에 시달렸다.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이 흥행 성적이 썩 좋지 않은 것도 '버드맨' 흥행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3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들이 흥행전망이 밝지 않으면서도 비수기가 오래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3월부터 본격적인 극장 비수기가 시작되지만 올해는 2월부터 일찌감치 관객이 줄었다. 올해 2월 한국영화 관객은 804만명이었으며, 총 관객은 1666만명이었다. 지난해 2월 한국영화 991만명, 총 관객 1855만명보다 크게 줄었다. 2월 관객은 3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3월 19금 영화들이 따뜻한 봄날을 맞을지, 꽃샘추위에 시달릴지, 이래저래 보릿고개는 넘어서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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