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법원 앞에서 눈물로 두 사람의 결혼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집회로 주변이 혼란스러웠지만, 두 사람은 차분하게 입장을 밝혔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는 6일 오후 3시 서울시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족관계등록 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첫 심문기일에 참석했다.
재판을 마친 후 두 사람은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소송의 경과와 의미, 심문기일에 대한 보고가 이어진 후 취재진 앞에 선 김조광수 감독은 눈물부터 쏟았다. 김조광수 감독은 "재판에 앞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선 법정에선 울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오늘도 결국 울었다"며 "작년에 대만 영화제에 김승환과 함께 갔고,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리미티드 파트너쉽'을 봤다. 그 영화는 미국에 사는 게이 커플이 동성 결혼 후 관계 인정받기 위해 우리처럼 소송을 진행한 과정을 다뤘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 부부는 38년을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해 달라며 싸웠다. 그리고 2013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그분들이 속한 주에서 동성 결혼 불법이라는 법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사자 중 한 명이 2012년에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혹시 나에게도 그 시간이 걸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며 "저는 올해 만으로 50세다. 37년이 걸린다면 87살이 될 수 있다. 이성애자들은 동성애자가 30년 일찍 죽는다고 한다. 근거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사실이면, 한국 평균 수명이 80세인데, 이제 나에게 남은 생은 얼마 남지 않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또 "오늘도 우리 부부의 재판이 열린다는 기사에 혐오 댓글 봤다"며 "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모든 의무를 다 했다. 군대도 다녀왔다. 왜 대한민국 아들인데도 이렇게 눈물 흘리며 호소해야 하나"고 말했다.
김승환 대표도 "이전까지 싸워오면서 느꼈던 정신적 고통을 다시 느꼈고, 그로인해 감정적으로도 격해졌다"며 "재판부에서 비송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청해 줬고,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고 재판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두 사람은 이번 재판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대표는 "비송사건이라 비공개인 점이 아쉽다"며 "향후 가능하다면 공개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법률자문단이자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류만희 변호사는 "심문기일에서 나온 전문가들과 참고인들의 의견을 다 들었다면 수리 허용 결정이 나오리라고 본다"며 재판 결과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불복 절차가 있다"며 "법원에 다시 답변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앞서 2013년 공개 결혼식을 열고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를 했지만 불수리 처분을 받은바 있다. 이에 지난해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도 동성혼 금지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만큼 한국에서는 어떤 판결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날 재판에는 송당사자인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 외에 조숙현, 장영석, 장서연, 류민희 등 변호사 15인이 출석해 변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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