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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뭔가 보여주겠단 생각 없다..좋은영화 하고싶을 뿐"(인터뷰)

강동원 "뭔가 보여주겠단 생각 없다..좋은영화 하고싶을 뿐"(인터뷰)

발행 :

김현록 기자

영화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인터뷰

영화 '검은사제들' 강동원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검은사제들' 강동원 /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강동원(34)은 아름다운 피사체다.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제작 영화사집)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는 소녀의 몸에 깃든 악령을 쫓기 위해 서울 한복판 후미진 다락방에서 벌어지는 퇴마 의식을 다룬다. 강동원은 김신부(김윤석 분)를 돕는 보조사제이자 가톨릭 신학생 최부제 역을 맡았다. 그를 아름답게 담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게 만든 이들의 설명이지만, 강동원은 로만 칼라의 사제복을 입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빼앗는다. 그의 매력이 곧 영화의 매력이다. 강동원은 그런 배우다.


어쩌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맡은 걸 해내고야 마는 배우다. 강동원이 맡은 핏덩어리 최부제의 성장은 영화의 핵심축. 그는 관객을 설득하려면 먼저 알아야 한다 생각해 가톨릭의 역사부터 구마의식까지 찾아 공부하고 작품에 임했다. 연 닿는 신부님을 찾아가 닷새를 쫓아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A4지 3장을 우습게 넘기는 기도문을 한국어, 라틴어, 중국어 버전으로 달달 외우기가 일쑤. '이 정도면 된다'는 감독의 말에도 같은 걸 또 할 수는 없다며 주문보다 3~4배의 외국어 대사를 외우고 또 외웠다. 수 천번 들은 것도 모자라 잘 때도 녹음된 대사를 늘어놓고 잤다.


'비주얼에만 쏠리는 관심이 부담되지는 않나요.' 수 백번은 들었을 질문에 강동원은 언제나처럼 쿨하게, 더 이상 할 말 없는 답을 내놨다. "그럼 연기를 좀 더 잘하면 되지요." 꼬박꼬박 선보여온 그의 단단한 필모그래피로 그는 자신의 답에 책임지고 있다. 10년이 지나도 그는 분명 잘생긴 배우일 것이나 그저 잘생긴 배우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검은사제들' 강동원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검은사제들' 강동원 / 사진=임성균 기자


-어떻게 봤나.


▶재밌게 봤다. 그냥 신이 나더라. 생각보다 상업적이고. 원래 목표 자체도 너무 어둡거나 그런 영화 만들지 말고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공포 장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스릴러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절대로 놀래키거나 하는 영화는 만들지 말자고 했다. 시나리오보다는 조금 더 밝고 편해졌다. 관객이 더 편히 보실 것 같다.


-감독의 단편이 원안이다.


▶작년에 미쟝센영화제 심사위원을 하며 봤다. 단편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부담없었다. 좋은 레퍼런스가 있고 어차피 배우가 달라 느낌이 다르다. 대신 단편보다 관객에게 더 친절하게, 감정적으로 더 올려서 보여드리자는 취지였다. 단편을 본 느낌은 '단편을 이렇게 상업적으로 만드나'였다. 그것을 장편으로 만든다고 하니 되게 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못 보던 장르고 소재다.


▶그래서 더 해보고 싶었다. 그런 영화를 너무 오컬트적이나 B급으로 만들기는 싫었다. 결말도 관객을 위해서 좋은 엔딩이라 생각한다. '엑소시스트'는 창문으로 날아가고 죽고 끝나지 않나. 엄청나게 좋은 작품이지만 그렇게는 안 만들고 싶었다. 저희끼리는 장난으로 찍으면서도 속편을 만들 수만 있다면 더 할 이야기가 많아지겠다고 이야기도 했다. 이게 얼마나 관객이 드느냐에 달렸다.


-구마(사람의 몸에 든 악령을 쫓아내는 가톨릭 의식) 등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나.


▶영화를 찍어야 하니 자료조사를 많이 했다. 특히 생소한 소재고 장르라 많이 공부했다. 제가 공부해야 관객에게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작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70개국에 바티칸에서 승인한 구마 사제 300여 명이 있다고 인정하셨더라.


-우리보단 해외에서 더 익숙한 소재다.


▶저는 유럽에서 뭐라고 할까 제일 궁금하다. 굉장히 궁금하다.(웃음) 유럽에서 자기네들 종교로 엄청난 역사를 쌓아 온 종교로 극동 아시아에서 만든 영화가 아닌가. 뭐라고 할까.

영화 '검은사제들' 강동원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검은사제들' 강동원 / 사진=임성균 기자


-신부로서의 삶을 간접 체험했는데. 본인이라면 어떻겠나.


▶엄두도 안 난다. 나 같은 사람은 엄두도 못 낼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정도로 희생정신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찾아와 고해성사를 하고 고민을 털어놓고 하는데 어디서 발설도 못하지 않나. 도움 주신 신부님에게 '어떻게 그렇게 사시냐, 힘들지 않으시냐' 했더니 한 마디 하시더라. '나는 귀를 빌려주는 사람일 뿐이야.' 아 신부라는 게 이런 거구나 그 때 느꼈다.


-극중 라틴어에 영어, 중국어, 독일어 기도문을 선보인다.


▶사실 저는 '사람이 이런 언어를 다 하다니 말이 안 된다'면서 영화적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신학교 과정에 다 있더라. 신부님께서 7~8개국어를 배우는데 심지어 언어 과정은 저학년 때 다 끝나고 가장 힘들다고 하셨다. 이 전까지 신부님들이 공부를 잘 할 거라고 생각은 안 해봤는데, 머리가 나쁘면 졸업은 물론이고 입학도 못 하겠더라. 믿음이 강한 분이 하시는 일인 줄 알았는데 신앙심만 가지고는 안 되겠더라.


-대사는 어떻게 외웠나.


▶수천번 들었다. 계속 듣고 틀어놓고 자고 시끄러워서 다시 끄고 자고 그랬다. '해방의 기도' 만 해도 폰트 12로 A4용지 3장 분량이다. 그걸 한국어로 3장, 중국어로 3장, 라틴어로 3장을 외웠다. 감독님은 일부만 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는데, 저는 연기자로선 안될 것 같다고 했다. 김윤석 선배님도 마찬가지였는데, 같은 걸 반복할 수 없다는 거다. 감정이 올라오면 기도문이 빨라져서 A4 한 장 정도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감독님이 주문했던 것보다 3~4배를 더 외웠다. 찍다 보니 감독님 본인도 욕심이 나서 다음 것을 가자고 했고, 우리는 '안 한다면서요' 하면서 계속 외웠다. 원래 암기를 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싫어했다.(웃음)


-극중 신학교 문제아로 나온다. 실제 모습이랑 닮았나.


▶저도 거의 비슷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생각을 해본다면. 데뷔 후에도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항상 남들이 다 이게 좋다고 하면 그게 정말 맞는 걸까 다시 한 번 고민해보고 그런다.


-귀신들린 소녀로 등장한 박소담은 신인이다. 호흡 맞추는 게 신선했을 텐데.


▶어린데 되게 베테랑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태연히 한다. 한예종 출신의 전공자라서 그런지 '연기를 이미 직업으로 인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만 해도 기계과 출신이지 않나. 주로 광주 세트에서 붙어 있었는데 저도 소담씨도 김윤석 선배님도 다들 외국어 외우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럼 데뷔 초반에는 연기자라는 정체성에 고민이 있었나.


▶적성에는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프로라고 생각이 들 때까지 많이 시간이 걸렸다. 원래도 캐릭터에 대한 책임감은 있었다. 평소에도 뭐가 주어지면 끝까지 해내야 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작품 전체에 대한 책임감이 확실히 생긴 건 '전우치', '의형제'를 했던 2009년 2010년 쯤인 것 같다. '배우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이런 이야기들을 하시지 않나. 저는 '직업이 배우인데 좋은 배우 못하는 배우가 있을지언정 배우는 배우 아니야' 이렇게 생각했다.


-'전우치' 후 6년 만에 김윤석과 만났다. 그 사이 강동원은 뭐가 달라졌나.


▶그 때보다 많이 편해졌다. 엄청나게 편해졌다. 배우는 그림을 상상하고 표현해내야 하는 직업이다. 상상을 해도 막상 하면 시간이 걸리거나 잘 안 나올 때가 많았다. 지금은 디자인을 하면 예전보다 그대로 나온다. 디자인이 틀렸을 수는 있을지언정, 표현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더라. 이제 앞으로는 얼마나 더 디테일한 디자인을 하고 더 깊이 들어가냐가 관건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숙제는 그게 아닐까. 많이 고민하고 있다.

영화 '검은사제들' 강동원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검은사제들' 강동원 / 사진=임성균 기자


-스스로 상업영화 배우라 생각한다고 했는데, 벗어나서 그런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도 하나.


▶비주류 영화에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저는 다만 언제나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상업영화가 아닐 수도 있고, 독립영화가 마음에 들면 할 수도 있는 거다. 상업영화는 제 돈으로 영화를 찍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상업영화로 저를 선택해 주신 분에게 최소한의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망시키면 안되고 못해도 본전은 꼭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본전을 못했던 건 'M'밖에 없다. 상업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2번을 거절했다 하게 된 작품이다. 본전이라 하니 처량한 느낌이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제복이 큰 화제가 되듯 영화 속 비주얼, 의상에 대한 관심이 늘 따라다닌다.


▶어렸을 적엔 신경을 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안 쓰게 됐다. 신경쓰는 것도 귀찮기도 하고, 전문가들을 믿고 가는 거다. 예전엔 옷을 제가 스타일링 할 때도 많았다. 중요한 건 제가 고르기도 했고, 입고 싶은 옷이 있는데 샘플이 없어서 사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의견만 주장하다 보면 갇히게 된다는 느낌도 받는다. 최대한 주변 사람들 이야기도 많이 수용하고, 저는 부담스러워도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면 가기도 한다. 다수가 언제나 맞는 건 아니지만 좋다고 하면 가기도 한다.


-제작보고회나 시사회 의상도 그렇고 요즘 들어 작정하고 꾸미는 느낌이다.


▶당시 입은 에디 슬리먼(프랑스 브랜드) 옷은 예전부터 좋아하고 많이 입었다. 옷이 워낙 슬림한데, 지금은 다음 작품 때문에 살을 뺀 상태라 입을 수 있었다. 제작발표회 때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면 '쟤 왜 저렇게 됐냐' 하는 말을 많이 하신다. 저도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다.(웃음) 머리도 예쁘게 자르고 싶고 몸도 유지하고 싶은데 작품 찍고 있는데 어쩌나. 좀 억울한 면이 있다. 가수면 머리도 의상도 어떻게 할 텐데, 배우다 보니 항상 캐릭터의 머리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엔 미용실도 안 간다. 염색을 할 수도 펌을 할 수도 없다. 지금도 다음 작품을 위해 최대한 기르고 있다.


-늘 외모에 대한 평이 따라다니는 게 부담되지는 않나.


▶예전부터 그런 건 별로 없다. '그럼 연기를 더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배우들은 좀 더 남성적인 캐릭터를 한다거나 신체에 변화를 준다거나 그런 시도를 한다. 저도 나이가 들어갈 텐데 벌써 굳이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한다. 제가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있고 못할 캐릭터가 있다. 빡빡머리가 필요한 사람이 긴 머리를 하면 안 어울릴 수도 있지 않겠나. 그렇다고 도전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다 해보고 싶다.


-최근 FA시장에 나왔다.


▶아직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만간 소식을 들려드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렸을 적부터 혼자 했다. 홍보팀이 관리하고 하는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게 그렇게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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