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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원 "동창들은 우리학교 문채원이 맞냐고 해요"

문채원 "동창들은 우리학교 문채원이 맞냐고 해요"

발행 :

김현록 기자

영화 '그날의 분위기'의 문채원 인터뷰

문채원 /사진제공=쇼박스
문채원 /사진제공=쇼박스


KTX 옆자리에 앉은 멀끔한 남자가 이런저런 수작을 거는 것 같더니 대뜸 한 마디 한다.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 하는데요." 토끼눈을 뜬 여자는 10년째 연애 중인 남자가 있다며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른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그날의 분위기'(감독 조규장)의 시작이다.


처음 만난 여인과 하룻밤을 성사시키려는 보겠다는 남성 판타지에도 큰 거부감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건, 세심하게 그려진 여인의 마음 덕분이다. 10년을 함께 한 남자친구가 있지만, 사무적인 통화나 할 만큼 마음은 식었고, 그 사이 지나버린 꽃같은 20대가 아까워 죽겠고, 하지만 일탈을 시도하기엔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은 여자. 배우 문채원(30)이 그린 여주인공 수정의 모습이다.


"제가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별로 없는 캐릭터"라고 잘라 말한 문채원은 "수정이는 대본에 괄호 치고 '귀엽게' 이런 표현도 없는, 되게 심심하고 답답하고 보수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녀가 맡은 여러 인물 가운데서도 가장 평범한 캐릭터였다. 거꾸로 그것이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가 됐다.


"감정 기복이 있고 트라우마가 있는 캐릭터는 연기할 폭이 생겨요. 사도세자는 연기할 게 많잖아요. 그런데 꼭짓점 없이 둥근 인물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얘 연기하고 싶네' 이런 생각은 잘 안 들어요. 하지만 선배들의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이런 캐릭터도 스크린에서는 도전해 볼만한 것 아닌가 했어요. 평범한 인물이라 끌리지 않았지만, 평범한 인물을 해봐야겠다는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과연 그 연기가 쉬울까 싶더라고요. 우는 건 안되면 눈을 쑤셔서라도(!) 할 수 있지만, 평범한 걸 자연스럽게 하는 건 그렇지 않으니까요."


문채원 / 사진제공=쇼박스
문채원 / 사진제공=쇼박스


그 이야기가 괜한 걱정으로 들릴 만큼 앙큼하게 영화 속 문채원은 30대 커리어우먼 수정에게 녹아난 모습이다. 평소 안 입던 핑크 코트에 빨간 구두를 신고 이상한 분위기에 쓸렸던 그 날, 나름의 결심을 앞두고 화장실에서 거울을 바라보며 가볍게 얼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나 10년을 지내 온 애인에게 이별을 이야기하는 모습에는 과하지 않아도 수정의 감정이 담뿍 실려 있다.


"남자친구와 만나 이별하는 장면은 제일 어려웠어요. 10년 연애라니, 저도 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건 정말 어려워요. 들어도 봤고 해 본 적도 있지만 제가 이야기할 땐 정말이지, 중죄를 짓는 것처럼 말이 기어들어가요. (수정이도) 10년 동안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100번도 더 하고 싶었을 텐데, 담담하지만 어렵게 이야기를 하죠. 그래야 남자들도 밉게 생각을 안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사랑 이야기도 찍고, 일탈의 순간도 그려봤지만 실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문채원은 푸념했다. 소심하기 그지없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절대 먼저 이야기하질 못한다는 그녀다. "그만큼의 정보력이 마음과 뇌에 들어올 뿐" 실제로는 변화가 없다고. 더욱이 배우로 살아가며 현실적으로 직업적으로 점점 더 연애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금이나 10년 전이나 똑같아요. 많은 생각을 한단 말이에요. 이러면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덜 매력적으로 보지 않을까, 괜히 이것 때문에 힘들까, 거기에 유교사상까지. 고민만 하다가 결국 연락을 안 해요. 남이 보자고 해야만 본단 말이죠. 소심함을 조금은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요. 수정이가 10년 연애를 질질 끈 것도 소심함이고, 내게 로맨틱한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하면서 못 누린 것도 소심함이죠. 쉽게 바뀔 것 같지가 않아요."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던 사이, 화제는 짧아진 그녀의 머리칼까지 옮겨 갔다. 데뷔 이래 한 번도 여성미 넘치는 긴 머리를 포기한 적 없는 문채원은 얼마 전 목덜미가 훤히 드러나는 쇼트커트를 감행했다. 심경의 변화, 실연 등등 추측이 난무했다. 문채원은 "안 되겠다, 밝혀야 되겠다"며 "저는 드라마 때문에 자른 게 확실히 맞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어 "저는 그냥 잘라서 좋아요. 머리는 또 자랄 거니까 걱정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웃음 지었다. 샴푸광고까지 한 긴 머리의 대명사지만 실제로는 긴 머리를 '너무너무' 싫어한단다.


문채원 / 사진제공=쇼박스
문채원 / 사진제공=쇼박스


"저 그렇게 러블리하지 않아요. 목석 같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창들도 그런대요. '문채원이 우리 학교 그 문채원이야?'(웃음) 예전엔 안쓰러울 만큼 땅만 보고 다녔어요. 저를 여성스럽게 봐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죠. 데뷔 때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기생 역을 맡으면서 본의 아니게 성숙하고 능숙해 보이는 걸 한 거예요. 어렵고 난감했는데 그렇게 하고 나니 저를 성숙하고도 여성스럽게 봐주신 것 같아요. 지금은 그것이 제가 일을 하고, 또 멜로를 표현하는 자양분이 됐어요.


연기한 지 이제 10년차가 되어가요. 10년이면 뭔가 알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 그간 일하는 보람과 감사함은 있었어도 개인적 즐거움은 많지 않았어요. 좋게 말하면 책임감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들들 볶아가며 일을 하니까요. 요즘엔 이런저런 생각을 해요. 열심히는 하되 스스로를 들들 볶지는 말자. 커피콩도 너무 볶으면 다 바스러져서 쓴 내가 나는데, 적당히 볶아야 향기가 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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