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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히말라야'로 진 빠진 나, '검사외전'으로 풀어냈죠"(인터뷰)

황정민 "'히말라야'로 진 빠진 나, '검사외전'으로 풀어냈죠"(인터뷰)

발행 :

김현록 기자

영화 '검사외전'의 황정민 인터뷰

영화 '검사외전' 배우 황정민 / 사진=이기범 기자
영화 '검사외전' 배우 황정민 / 사진=이기범 기자


2015년 지나 2016년. 황정민(46)은 한국의 관객들이 가장 신뢰하고, 가장 연기를 잘 한다고 평가하는 배우 1위에 올랐다. 역대 흥행영화 톱2와 톱3에 오른 '국제시장'과 '베테랑'의 2연타 천만에 이은 '히말라야'의 흥행 성공의 결과이며 이유다. 그리고 오는 2월 설을 앞두고는 또 다른 기대작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제작 영화사월광 사나이픽쳐스)의 개봉을 앞뒀다. 여차하면 흥행 4연타석 홈런을 날릴 기세다. 그러나 황정민은 "그런가보다 하는 거죠"라며 "곧 또 30위 권으로 갈 거다"고, 그저 허허 웃었다. 겸손의 말씀이다.


신작 '검사외전'에서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사건의 판을 든든히 깔아준다. 취조 받던 피의자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15년 형을 받은 전직 검사 변재욱이 그의 역할. 이를 갈며 반격을 준비하던 그는 강동원이 맡은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을 감옥 밖으로 빼내 작전에 돌입한다. 범죄오락물을 표방한 '검사외전'은 뜻밖에도 쫀쫀한 범죄물보다는 웃기는 팝콘무비다. 황정민은 "재미있는 오락영화"라며 "의미를 부여하는 영화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훅 읽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지 않나. 바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히말라야' 때 뭔가 정말 미친듯이 다 하고 나서 진이 다 빠져 있는 상황에서 대본을 보는데, 눈에 안 들어와요. 재미도 없고. 그런데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가 '그냥 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거니 보라'며 '검사외전'이란 대본을 던져줬어요. 그게 한 눈에 훅 들어올 줄 알았겠어요. 대본이 주는 호소력이 분명히 있는데다 그때 내 상황, 심리에서는 '검사외전'이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걸 이 영화로 푼다고 해야 하나, 그런 의미도 있었죠."


영화 '검사외전' 배우 황정민 / 사진=이기범 기자
영화 '검사외전' 배우 황정민 / 사진=이기범 기자


제목부터 '검사외전'에 황정민이 맡은 변재욱이 검사지만 사실 영화의 웃음 담당은 강동원이 맡은 사기꾼 치원이다. 황정민은 대본부터 치원이 튄다는 게 보였고, 재욱의 매력 또한 보였다고 말했다.이어 그런 건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내가 치원을 할 수 없잖아요, 그럼 변재욱 누가 해야 돼요"라고 너스레를 떨던 황정민은 "대본을 보며 역할이 좋으니까 정말 잘 하는 배우가 치원 역을 하길 바랐고, 강동원이 한다기에 박수를 쳤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작품을 생각하니 행복한 캐스팅이었단다.


"좋았죠. 강동원은 장난기 있고 그런 친구가 아니에요. 자기 역할을 잘 하잖아요. 현장에서 자기 역할 잘 하는 친구들 보면 귀엽고 좋고 마냥 사랑스러워요. 얼굴도 잘 생긴데다가 수더분하고 약간 촌놈 기질도 있고 그래요. 얼마나 좋아요. 현장에서도 까칠하게 굴지 않고 유하게 넘기더라고요. 어찌 보면 제가 까칠하죠. 어떤 일을 받아들일 때 모가 나 있지 않고 한발짝 물러나서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요. 그건 천성적으로 타고 나야 해요."


황정민은 "강동원과 행사를 같이 하면 내게는 늘 새로운 경험"이라고 장난스레 웃었다. 지난 저녁 쇼케이스에 몰린 인파와 비명에 귀가 윙윙거리더라면서도 "정말 갑이다. 덩달이 기분이 좋았다"고 귀띔했다. 따져보면 강동원 외에도 '베테랑'의 유아인, '히말라야'의 정우 등 여성팬들이 따라붙는 젊은 파트너들과 최근들어 유독 인연이 맞은 황정민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너무 달라요. 그런데 저는 그 사람의 성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작품에선 전혀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 인물로 정확하게 다가오느냐만 봐요. 그런 사람을 좋아하고 예뻐하죠. 일례로 '베테랑' 유아인의 경우 저와 그렇게 호흡을 맞출 필요가 없어요. 만나기만 하면 막 때릴 것 같고, 이가 부득부득 갈리면 되는 거죠. '검사외전'에서 치원은 싫지만 재욱 입장에선 키를 쥐고 있으니 함께하면서 인간미를 보게 되고요."


황정민이 '검사외전'에서 되려 욕심이 났던 건 처음 해 보는 후반부의 법정신이었다. 변재욱이 스스로를 변호하며 무죄를 밝혀나가는 대목이다. '바람난 가족'에서 변호사 역할은 했어도 제대로 된 변호사 노릇은 안 했었고, "법정에 잡혀가거나 잡아간 적은 있었어도 법정에 서 본 적은 었었다"는 황정민은 그래서 그 장면이 더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 법정이 그렇게 미국처럼 하진 않지만 피고가 스스로를 변호하는 게 가능하다 하더라고요. 마지막 법정신을 연극처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정말 연극처럼 카메라를 여러 개 두고 원신 원테이크로 쫙 20분을 했었죠. 법률용어가 입에 안 붙으니 쉽지 않죠. 일부러 대사를 곱씹으면서 했어요. 보면 톤도 약간 영극 같은 느낌이 있어요. 상대인 (이)성민이 형이랑 리허설을 하는 데 그 때부터 재미있더라고요. 제대로 된 법정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 '검사외전' 배우 황정민 / 사진=이기범 기자
영화 '검사외전' 배우 황정민 / 사진=이기범 기자


검찰청 동기로 등장, '신세계' 이중구 시절과는 다른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는 박성웅, 감옥 안의 수족으로 나오는 오랜 동료 김원해 등과의 연이은 인연도 눈길을 끈다. 박성웅의 출연 결정에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면, 김원해는 직접 출연을 부탁한 경우다.


"큰 역할이 아니었는데 성웅이가 해 준다 했어요. 고마운 게 '정민이 형 하면 해야지', '제작사가 ('신세계' 제작사인) 사나이픽쳐스고 하니 당연히 해야지' 했다는 거예요. 그 친구 마음 씀씀이가 좋아요. 저야 당연히 고맙고요. 내가 그 상황이면 '당연히 해야지' 할 수 있을까, 나는 재지 않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술 먹으면서 고맙다고 했던 기억이 나요.


원해 형도 바빴는데 제가 부탁했어요. '히말라야' 때요. 큰 역할은 아니지만 변재욱이란 사람에겐 큰 사람이라면서 대본 읽어보시고 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제가 원해 형을 엄청 좋아해요. 대학 선배, 동아리 선배라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렸을 때부터 잘 알잖아요. 형이 귀여운 데가 있어요. 뭘 안 먹는 거예요. 왜그러냐 했더니 '군함도'에서 (징용자 역할로) 연락 올 것 같아서 살 빼고 있다고.(웃음) 그런데 거기 탄광 구멍이 작아서 실제로는 13~14살 애들이 갔었대요."


영화 '검사외전' 배우 황정민 / 사진=이기범 기자
영화 '검사외전' 배우 황정민 / 사진=이기범 기자


동료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황정민이지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선배이기도 하다. 같은 소속사에 있는 강하늘의 '동주'를 기대하며 "고생하고 고민하다 보면 잘 하게 돼 있다"고 흐뭇해 하면서도 앞에선 왠만해선 칭찬을 안 한단다. 옆에 있는 사람은 남들이 다 할 칭찬 대신 한 발짝 물러나 보이지 못한 걸 얘기해주고 욕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 것이 저도 받고 싶어요. '연기가 왜 이래' 하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죠. 하지만 한 번쯤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요. 댓글을 안 보는 편이긴 한데 '이제 그만 나와라, 지겹다'. '연기가 똑같다' 이런 걸 보면 고민하게 되죠. ''베테랑', '국제시장', '히말라야'… 나는 다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왜 똑같다고 할까, 그냥 황정민이라는 사람 때문일까, 그만 나와야 하나' 등등. 답은 아직 못 찾았어요.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안 똑같게 할까, 이번엔 이야기 말고 캐릭터 중심 영화를 할까' 그런 고민을 할 수 있죠. 차기작을 고를 때 당연히 영향을 미칩니다. 바이오리듬도 영향을 미치고요."


황정민은 2016년에도 변함없이 달린다. 당장의 '검사외전', '오케피'가 있고, 촬영을 마무리한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도 개봉을 준비 중이다. 황정민은 "날고 긴다는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어우 좋아요 죽어요"라며 "근간에 이렇게 끈적끈적한 영화는 처음 봤다. 피 때문이 아니라 느낌이 그렇다. 재미있게 찍었다. 신나고, 미친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귀에 입이 걸렸다. 하지만 3월부터 본격 승선을 앞둔 '군함도' 이야기엔 표정마저 숙연해졌다.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린, 일제강점기 처참한 강제 징용이 이뤄졌던 일본 하시마 섬의 조선인 이야기다. '베테랑' 이전부터 준비했던 류승완 감독과의 의미심장한 프로젝트를 잘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가득하다.


"영화배우로서도 중요하지만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으로서, 예술가로서 뭔가 의무감이 있어요. 잘 준비해보려고 해요. 2월 말 '오케피' 공연이 끝나면 직접 섬에 가서 눈으로 보려고요. 취재도 해 보고 자료도 조사하고 살아계신 당시 분들도 만나보며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 착한나라, 대한민국 만세' 이게 아니라 그것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흑백논리가 아닌 정확한 시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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