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대세들에게 트로피를 선사하며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후보작 발표부터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비난에 직면했던 것을 감안하면 '받을 사람이 받은' 무난한 시상식이었다. 너무 하얀 아카데미에 대한 십자포화마저도 당연했던,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이모저모를 돌아본다.
○…예고된 디스전이었다. 아카데미의 '백인잔치' 논란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디스가 시작부터 끝까지 시상식을 물들였다. 통렬한 자아비판이자 세계적 비난에 직면한 아카데미를 위한 처절한 자구책이었다. 사회자 크리스 록은 "보이콧해도 아카데미는 열린다"며 시작과 함께 무려 10분 넘게 통렬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시상식 틈틈이 '너무 하얀 오스카' 논란을 상기시켰다. 시상자 샤샤 바론 코헨은 "영화계에는 흑인뿐 아니라 모든 유색인종이 활동하고 있다. '미니언즈'까지 포함해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멕시코 출신인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피부색이라는 것이 우리의 머리카락 길이만큼 의미없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점잖은 감독상 수상소감을 남겼다. 논란을 감안해 비 백인 시상자가 다수 등장한 것도 올해 시상식의 특징이었다.
○…올해 영화제는 '캐롤', '데니쉬 걸' 등 성소수자를 다룬 영화들을 감독상,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시켜 또한 비난받기도 했다. 이에 '007 스펙터'의 'Writing's On The Wall'로 주제가상을 수상한 가수 샘 스미스의 수상 소감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데뷔와 함께 커밍아웃하며 이목을 끌었던 그는 이번 수상의 영광을 성소수자들에게 돌리며 박수를 받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드디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 아카데미의 남우주연상은 '누가 타느냐'가 아니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타느냐, 안 타느냐'의 문제가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만큼 4전5기에 나선 그의 수상 여부에 큰 관심이 쏠렸다. 결국 그는 해냈고 자랑스럽게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얼굴도 연기력도 그리고 배우 최고의 명예도 모두 가진 셈. 그러나 디카프리오는 호기롭게 "나는 세상의 왕이다"를 외치지 않았다. 환경운동가로도 이름높은 그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거론하며 "인류가 직면한 변화를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이름을 높였다.
○…엔리오 모리꼬네가 드디어 아카데미 음악상을 품에 안았다. 사실 디카프리오 못잖은 감격의 순간이었다. 1928년생, 88살의 엔리오 모리꼬네는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라 첫 오스카 음악상 트로피를 받았다. 수많은 영화음악의 명곡들을 만들어 온 엔리오 모리꼬네지만 유독 아카데미 음악상과는 연이 없었다. 2007년 공로상을 먼저 수상하는 게 끝인가 지레 낙담했던 차다. 거장의 소감은 겸손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소감을 통해 "존 윌리엄스에게 이 상을 헌정하고 싶다. 음악을 통해 영화를 완성하고 영감을 불어넣어줬기 때문"이라며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저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주신 팀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멕시코 출신의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3년 연속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시상식에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촬영상을 수상한 그는 2014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로, 지난해에는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으로 연거푸 촬영상을 받았다. 한 촬영감독이 3년 연속으로 수상한 것은 아카데미 88년 역사 최초다.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또한 2년 연속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에 성공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상복으로는 픽사도 그에 못지않다.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은 이날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픽사 '토이스토리'의 캐릭터 우디와 버즈의 소개로 수상이 발표돼 의미를 더했다. 이로써 픽사 애니메이션은 이 부문에서 무려 8번을 수상하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 앞서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월-E', '업', '토이스토리3',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 오스카 애니메이션상을 탔다. 과연 명가답다.

○…2006년생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깜찍한 시상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룸'에서 브리 라슨의 아들로 등장한 그는 연기상 후보에 넣어야 한다는 평까지 받는 열연을 펼친 젊은 배우다. 주최 측은 그를 위해 나무 발판을 현장에서 놓아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에서 열연한 10대 흑인 배우 아브라함 아타와 함께 무대에 올라 더 시선을 모았다. 스피리트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아브라함 아타는 "키와 나이가 좋은 연기를 하는 데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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