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배트맨 대 슈퍼맨' 거대하고 지루한 신화의 시작 ①

'배트맨 대 슈퍼맨' 거대하고 지루한 신화의 시작 ①

발행 :

전형화 기자

[리뷰]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사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이 드디어 공개됐다. 거대하고 진지하며 어둡고 긴데다, 종종 지루한 신화의 시작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란 유치하면서도 원초적인 궁금증을 자극한다. 인간 대 초인, 혹은 인간 대 신, 자칫 뻔할 싸움일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DC코믹스 원작 팬들은 이미 알고 있다.


과연 이 싸움의 끝은 어떻게 될까?


'배트맨 대 슈퍼맨'은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한 슈퍼맨 리뷰트 '맨 오브 스틸'(2013년)에서 출발한다. 슈퍼맨(헨리 카빌)과 조드 장군의 대결로 초토화된 메트로폴리스. 슈퍼맨이 구한 사람들보다 이 싸움으로 죽은 사람들이 더 많을 만큼 도시는 초토화된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 속에서 자신의 직원들을 지켜내지 못한 브루스 웨인(벤 애플렉). 그는 견제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분노한다.


마치 신 같은 거대한 힘에 질투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천재다. 대기업 렉스코프의 대표 렉스 루터. 그는 "힘 없는 지식은 고통"이라고 믿는다. 또 "힘은 순수하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믿는다. 렉스 루터는 슈퍼맨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오랫동안 구세주를 갈망해왔던 사람들은 슈퍼맨에 열광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너무나 엄청난 힘을 두려워한다. 언제까지 착한 사람은 없다며, 그가 돌아설까 두려워한다. 슈퍼맨은 종정 세상의 구원보단 그의 연인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 구하기에 더 급급하기도 하다.


사람의 일은,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배트맨은 슈퍼맨의 약점을 쫓는다. 렉스 루터가 찾아낸 슈퍼맨의 약점 크립토나이트를 뺏으려 한다. 그런 배트맨이, 슈퍼맨은 귀찮다. 파리를 쫓는 것 마냥 쫓아버린다. "너도 피를 흘리냐"고 묻는 배트맨. 반드시 슈퍼맨의 피를 보리라 다짐한다.


그런 배트맨의 뒤를 쫓으며 역시 슈퍼맨을 눈여겨보는 신비한 여인이 있다. 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 아름다운 이 여인은 신과 인간의 싸움을 말없이 지켜 본다.


렉스 루터의 꾐에 빠져 결국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 배트맨과 슈퍼맨. 시작하자마자 끝날 것 같은 이 싸움은, 하지만 배트맨의 끝없는 노력으로 치열하기만 하다. 마침내 피를 흘리는 슈퍼맨.


여기에 조드 장군의 시체를 이용한 희대의 빌런 둠스데이가 탄생한다. 둠스데이를 맞은 배트맨과 슈퍼맨, 그리고 정체를 드러낸 원더우먼 다이애나 프린스는 힘을 합친다. 이 싸움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배트맨 대 슈퍼맨'은 신화의 시작이다. 이미 미국인들에겐 신화처럼 자리 잡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이야기를, 신화로 되살렸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으면서 탄생한 배트맨의 신화, 신 그 자체나 다름없는 슈퍼맨의 신화, 그리고 고대 올림푸스 신들의 후손 원더우먼의 신화를, 현대로 되살려냈다. 배트맨 신화라는 씨줄과 슈퍼맨 신화라는 날줄로 그려냈다.


큰 줄기는 슈퍼맨이다. 탄생부터 기독교 신화를 담고 있는 슈퍼맨 이야기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선한 일에 힘쓰는 슈퍼맨.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구세주로 여기면서도 두려워한다. 박해하고 비난한다. 십자가에 못 박으려 한다.


예수를 팔아넘긴 바리새인들처럼, 렉스 루터는 슈퍼맨을 골고다 언덕으로 몰아 넣는다. 배트맨은 슈퍼맨을 십자가에 못 박고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는 로마군인의 역할을 대신한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라는 빅 이벤트를, DC코믹스의 신화적인 세계관을 녹여내 그려냈다. 이 시도는 절묘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원더우먼과 아쿠아맨, 플래시맨, 사이보그 등 DC판 어벤져스인 저스티스리그의 시작인 만큼 세계관의 확립부터 출발했어야 했다.


다만 그렇기에 너무 길다. '다크나이트' 3부작으로 끝난 배트맨을 부활시켜야 했으며, '맨 오브 스틸'부터 이어진 슈퍼맨의 이야기를 더해야 했으며, 원더우먼까지 합류시켜야 했고, 슈퍼맨의 숙적인 렉스 루터에 둠스데이까지 등장시켜야 한데다, 사람들의 두려움과 열광도 모두 담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3부작쯤 될 만한 이야기를 한 편에 녹여낸 탓에 길고 길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과 '토르'가 쌓여 만들어진 '어벤져스'를, '배트맨 대 슈퍼맨'은 단 한 편에 다 담아내려 했다. 그렇다 보니 원더우먼은 사족에 가깝다. 후속편들을 위한 등장,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DC코믹스 세계관이 낯선 관객들에겐 종종 지루하다. 유쾌한 마블표 슈퍼히어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어둡고 무거운 세계관이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아는 만큼, 더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 재밌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배트맨의 단짝 로빈이 어떻게 됐는지, 대머리의 상징인 렉스 루터가 왜 장발로 등장하는 지, 진실의 올가미 등 원더우먼의 무기와 플래시맨과 아쿠아맨, 사이보그가 어떻게 나올지, 슈퍼맨과 배트맨의 대결은 다음 번에도 또 이어질지, 등등 떡밥들이 상당하다.


액션은 화려하다. 배트맨의 화려한 무기들과 육탄전, 우주까지 이어지는 공중전, 지상을 초토화시키는 싸움들...볼거리가 넘치다 보니 막상 손에 땀을 쥐어야 할 마지막 싸움에 다다르면 금방 끝났으면 하는 바람까지 든다.


'배트맨과 슈퍼맨'은 신화의 시작이다. 기독교 신화가 희생과 부활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듯, '배트맨과 슈퍼맨'도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이 시작에 동참한다면 마블 시네마틱유니버스에 이어 DC시네마틱유니버스에 푹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23일 전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51분.


추신. IMAX 같은 큰 스크린이 좋다. 3D 효과는 적다. 영등위가 슈퍼 히어로 영화에는 관대한 탓인지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지만 아이들을 동반하기엔 잔인한 장면도 더러 있다. 쿠키 영상은 없다.


주요 기사

    연예-영화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영화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