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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60년을 산다는 것..'국민배우' 안성기의 소회(인터뷰①)

배우로 60년을 산다는 것..'국민배우' 안성기의 소회(인터뷰①)

발행 :

김현록 기자
배우 안성기 / 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안성기 / 사진=이기범 기자


무려 60년. 사람이 태어나 환갑을 맞이하는 시간. 그리고 안성기(65)가 배우로 살아온 시간.


'국민배우' 안성기가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이했다. 5살의 나이였던 1957년 영화 '황혼열차'의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그의 배우로서 삶이 60살을 맞았다. 지금껏 출연한 작품이 약 130편에 이른다. 그의 연기 인생이 곧 한국영화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더욱이 그는 '람보'라는 평가를 받으며 펄펄 끓는 에너지를 과시한 지난해 영화 '사냥'의 주연을 맡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배우다. 그러기에 어느덧 다가온 그의 60주년이 더욱 특별하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그의 데뷔 60주년을 맞이해 특별전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을 열었다. 4K화질로 복원된 '하얀전쟁'(1992)을 개막작으로 그의 대표작 중 27편을 추려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은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13일 개막식에 앞서 안성기로부터 그 소회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여느 때처럼 단정한 슈트 차림에 편안한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고 나타난 안성기는 "이렇게 획을 긋는 게 싫었다" "사람들이 다 50대인 줄 아는데 손해 보는 느낌"이라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60년을 활동했지만 "오래 활동하는 것이 꿈"이라는 배우 안성기. 그의 지난 날처럼 그의 남은 시간 또한 한국영화, 한국 배우의 역사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의 연기인생 70년 80년 90년 그리고 100년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와의 일문일답을 옮긴다.


사진='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 포스터
사진='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 포스터


-첫 인사 부탁드린다.


▶감사드린다.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 지난해 영상자료원에서 이런 행사를 하겠다고 해서 부담 없이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다. 획을 긋는 게 싫었다. 슬쩍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열고 보니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축하도 해 주시고 그렇다. 보통 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맡다 보니 일반적으로는 저를 50대 중반으로 알고 계신다. 저는 이 행사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것 같다는(웃음) 농담 삼아 그런 말씀도 드리고 싶다.


-60주년을 맞이한 소회가 궁금하다.


▶60년이라는 건 정말 실감이 안 나는 숫자다. 그냥 60년이라니까 60년이구나 하게 된다. 어렸을 적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부분 동시에 3~4편 영화를 쭉 찍었다. 의상팀도 따로 없어서 그 옷 입고 다른 현장 가면 '임마 이 옷 입고 또 왔니' 하는 말도 들었다.


아주 혼돈된 시기였다. 학업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오는 동안 휴식기도 있었다. 힘든 시기에 다시 영화를 시작했고, 민주화를 이루면서 90년대 대기업 자본과 해외에서 공부한 사람이 들어오면서 시너지가 생겼고 '쉬리' 이후 한국영화가 산업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얻은 게 많다고 생각한다. 파이가 커졌고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도 삶이 조금씩 나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 같은 모습은 좀 잃었다.


또 그 사이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도태됐다는 것이 마음이 아픈 부분이다. 우리가 유난스럽게 나이를 따지기도 하고 세대를 나눈다. 영화같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 그럴 필요가 뭐가 있을까 생각도 든다. 해외 현장에 갔더니 70대 초반 편집 담당 스태프가 20대 초반 젊은 의상 스태프가 아주 잘 지내더라. 담배를 편하게 피우고 싶은 아주 사소한 데서 사람을 불편해 하는 게 생긴다. 다양한 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영화를 만든다. 우리는 젊어서 좋기는 하지만 윗분이 현장을 떠나는 아픔이 있었고 그렇다손 치더라도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현장에서 하는 분들은 꾹 같이 가면서 밑에서 올라오는 세대와 공존하는 모습을 갖추는 게 보고싶다. 저도 그런 역할을 해나가고 싶다.


배우 안성기 / 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안성기 / 사진=이기범 기자


-'한국영화의 페르소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인생 자체가 한국영화이기도 해 의미있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때문에 더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거나 삶에 있어서 힘겨운 순간은 없었나.


▶바르게 살면 이상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네.(웃음) 영화를 다시 시작하면서 영화하는 사람들, 영화 자체가 좋은 인식을 받고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제 자신을 다그치고 많은 자제를 하며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는 과거 많은 사랑 영화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있었다. 그런 영화는 의도적으로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한 것들도 있었다.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면서 산 것은 사실이다. 배우가 일반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생각했고 학구적인 면도 있다. 좋은 이미지를 가지려고, 또 그렇게 인식하게 하려고 알게 모르게 많이 노력했던 것도 있다. 거기엔 의도적인 것도 있고 스스로의 성격이나 삶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피곤해서 관뒀을 것이다. 쭉 계속되는 것은 심성이 그 쪽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 '천재소년'이라 불리기도 했다.


▶어렸을 때 저는 연기가 뭔지 전혀 몰랐다. 시키는 대로 했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잘하는가보다 하고 했다. 요즘엔 정말 연기 잘 하는 아역들이 많지만 당시에 전쟁 후라 아역 배우라는 걸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끼는 있었는지 시키는 대로 잘 했다. 그런데 모르겠다. 예전엔 신문에 이름 쭉 나오면서 '천재소년 안성기'라고 했는데, 모르겠다. 선전용이지 천재소년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예전 '하녀'같은 모습을 보면 연기를 잘 한다기보다 어리숙하고 어린애 같은 모습이 더 좋았지 않았나. 그래서 귀여워하신 것 같다. 집안의 막내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연기를 야물딱지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역 하며 못 했다. 그런데 소문이 난 걸 보면 잘했나보죠.(웃음)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스스로 꼽은 중요한 작품들이 있다면. 또 그 이유가 있다면.


▶한 작품만 골라달라면 고문에 속한다. 시대 별로 의미를 따져보니 좀 되더라. 다섯 손가락에 잘 안 들어오지만 따져보겠다. 아역은 제 의지로 선택한 게 아니니 차치하고, 성인이 되어 제가 평생 영화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난 뒤 작품부터 말씀드리면 1980년 이장호 감독님과 한 '바람불어 좋은 날'이 있다. 굉장히 의미가 있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았다가 진짜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는 시대였고, 정확하게 시대를 관통하는 영화였다.


임권택 감독님과 처음 만난 '만다라'(1981)가 있다. 감독님도 만족하시고 예술적으로 인정받은 영화다.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은 영화는 '고래사냥'(1984)이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고 1980년대를 함께 한 배창호 감독님의 영화이기도 하다.


제가 외국어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했는데, 당시엔 베트남전에 참전한 병사의 모습을 꼭 그려보고 싶었다. 마침 '하얀전쟁'이란 안정효 선생의 좋은 원작이 나왔다. 정지영 감독과 '남부군'(1990)을 찍으며 그 책을 권해 '하얀전쟁'(1992)을 했다. 베트남전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의미가 있었다.


사진='바람불어 좋은 날' '고래사냥' '투캅스' 스틸컷 / 제공=한국영상자료원
사진='바람불어 좋은 날' '고래사냥' '투캅스' 스틸컷 / 제공=한국영상자료원


또 착하고 순수한 역할만 하다가 '투캅스'(1993)로 망가진 모습을 그렸다. 코미디로 연기의 폭을 넓힌 작품이다. 약간 나이를 들고 하다보니 역할도 주연에서 조연으로 변하게 됐다. 그걸 잘 연착륙시켜준 작품이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다. 비중은 없지만 존재감이 크다는 평을 받았다. 앞으로 이런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 다음이 첫 1000만 영화 '실미도'(2003)가 있다. '1000만을 돌파하고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겠죠'라고 모 배우가 물었는데 2달 만에 '태극기 휘날리며'에게 깨졌다. 강우석 감독과 한 첫 1000만 영화다. 또 마지막으로 따뜻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이준익 감독과 함께 한 '라디오스타'(2006)가 있다. 작은 영화지만 제 마음에 깊이 남아있고 애정이 가는 영화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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