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는 알려졌다시피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관부재판 실화가 소재입니다. 노골적으로 비극을 재현했던 '귀향', 코미디의 우회로를 택했던 '아이 캔 스피크'와 달리 시작부터 정공법입니다.
'허스토리'는 관부재판의 진행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애니메이션으로 오프닝을 대신하며 남성의 역사라는 의미를 내포한 '히스토리'(History)가 그녀의 이야기(Herstory)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담담하지만 힘있게 펼쳐집니다.
위안부라는 소재 자체가 그저 무겁고 부담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먹먹한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허스토리'는 보기 전의 부담보다 보고 난 뒤의 개운함이 더 큰 작품입니다. 그런 점에서 극의 생기를 담당한 배우 김선영은 '허스토리' 최고의 신스틸러이자 최적의 신스틸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선영은 관부재판 원고단을 이끈 문사장 김희애의 절친이자 부산지역 여사장 모임 멤버 신사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신사장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자고 먼저 제안했으면서도 모든 걸 바쳐 재판에 투신하는 문사장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허스토리'의 일원입니다. 결국 문사장의 진심을 이해하고 든든한 후원자가 됩니다.
김선영은 괄괄하고 거침없는 부산 여자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합니다. 천의 얼굴과 착착 붙는 사투리에 대찬 입담과 짓궂은 장난기를 장착한 신사장의 매력은 단연 독보적이죠. 욕설마저 어찌나 차진지 좀 더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돕니다. 김선영은 '허스토리' 속 유머를 전적으로 책임지면서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에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김희애와의 워맨스도 흐뭇하고 든든합니다. 진정한 팔색조 배우, 김선영의 파워를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