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잦아든 가을의 문턱, 첫사랑의 아련한 감성이 극장가를 사로잡았습니다. '건축학개론'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오른 첫사랑 감성 영화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이 호평 속에 관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너의 결혼식'은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여학생이 전학을 가고, 그 여학생을 못찾고 그리워 하던 한 '꼴통' 남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첫사랑을 대학교 안내 책자에서 발견한 뒤 남자는 그 명문대에 가기 위해 공부하고 합격해 첫사랑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고, 잘 맞지 않는 타이밍 속에서 계속해서 첫사랑 연대기를 펼칩니다. 첫사랑이 뭐길래 이 남자는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하는 걸까요.
이처럼 '너의 결혼식'은 클리셰 가득한 첫사랑 영화입니다. 이런 클리셰가 결국 첫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뭔가 특별하고 색다른 것이 아니라 '나도 그랬지' 하는 순수한 감성을 추억하게 합니다.

이 영화에는 여성 관객보다 남성 관객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장치들이 들어있습니다. 흔히 말하기를 남성에게 첫사랑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기에, 영화를 보면서 각자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녹아드는 것이죠. 특히 이 영화는 남자인 우연(김영광 분)의 시점에서 전개되기에 남성의 시각에서 추억하는 첫사랑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의 이름처럼 '우연히' 이어지는 스토리는 다소 억지스러운 내용도 있습니다. 몇개월 동안 비빔밥만 먹으며 공부해 명문대에 합격하고, 우연히 다시 만나고, 우연히 다치고, 우연히 엿듣고.. 하지만 그런 내용들은 '첫사랑의 순수함'이라는 감성과 코믹으로 포장됩니다.

우연은 자신의 첫사랑 승희(박보영 분)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다니는 학교 뿐 아니라 하숙집까지 찾아내 한 집에서 삽니다. 또 승희의 남자친구가 있는 동아리까지 따라가죠. 승희의 생일날, 승희가 집 앞에서 자신의 남자친구(송재림 분)의 선물을 받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모습을 보자 뒤에서 돌멩이를 던져 창문을 깨 버립니다. 이런 장면까지 아름다운 첫사랑으로 포장하는 것은 위험한 부분입니다.
다행인 것은 김영광이 우연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줬기에, 첫사랑을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이 '스토커'가 아닌 순수한 사랑으로 표현됐다는 점입니다. 첫사랑에게만은 지고지순한 우연은 첫사랑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 현재 잘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 민경(신은수 분)에게 미안한 감정도 없이 이별을 통보합니다. 이 모습은 '첫사랑에게는 한없이 순수하지만, 현 여친에게는 냉정한' 우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시 한번, '첫사랑이 뭐길래?'

영화를 향한 시각차는 있겠지만, 이런 첫사랑 로맨스 영화가 액션, 스릴러, 판타지가 계속됐던 극장가에 핑크빛 설렘을 안겨준 것 같습니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인 '너의 결혼식'이 '건축학개론'의 뒤를 이어 첫사랑 영화의 대명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