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이어 영화 '듄'을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 제작사 워너브라더스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10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드니 빌뇌브 감독은 특별 서한을 통해 워너브라더스가 '듄'을 자사 OTT서비스인 HBO맥스와 극장에서 동시 공개하기로 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뉴스를 통해 워너브라더스가 '듄'을 극장 개봉과 동시에 HBO 맥스에 공개하기로 한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워너브라더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듄'의 이미지를 이용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AT&T(워너브라더스 모회사)는 영화 역사상 가장 존경받고 있고, 중요한 스튜디오 중 하나를 가로챘다. AT&T는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객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다. 단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한 결정이지만, 이 회사는 현재 1500억 달러(한화 약 164조 원) 이상의 부채를 지녔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듄'은 영화와 관객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AT&T는 월스트리트에서 자체 생존을 위해 살려고 한다. AT&T는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 중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 노력은 2021년 워너브라더스의 전체 라인업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늘 영화 제작자와 감독들의 보금자리였던 워너브라더스의 태도 변화는 나에게 있어서 더 이상 같은 팀이 아니라는 것을 선언한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영화와 TV 콘텐츠에 있어서 긍정적인 매체다. 그러나 스트리밍만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영화 산업을 이끌 수 없다. 특히나 '듄'과 같은 스케일의 영화가 더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면서 "워너브라더스의 이번 결정은 '듄'이 흥행을 하지 못할 것을 예고하고,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할 것임을 의미한다. 결국 워너브라더스는 '듄'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도살한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듄'을 2021년 10월로 개봉을 연기한 것을 이해하고 지지했다. 백신 접종이 앞당겨지고 상황이 좋아지면 내년 가을에는 개봉할 가능성이 높다. '듄'은 내가 만든 영화 중 단연 최고다. 우리 팀과 나는 3년 이상 작업에 몰두했다. 이 영화는 극장 가장 큰 화면에서 봐야하고, 그렇게 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작업했다"라고 설명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나는 이번 일로 피해를 본 16명의 다른 영화 제작자들과 함께하며 내 의견을 밝힌다. 사람에게는 공동의 스토리텔링 경험이 절실히 필요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는 큰 스크린에 나오는 사업 그 이상이며, 사람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에 대해 공감을 향상시키는 예술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극장은 다시 관객들이 가득 채울 것이다. AT&T는 영화라는 중요한 매체를 보호해야 한다. 물론 이익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를 보존하고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문화이며, 우리에게 상상력 등 영감을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워너브라더스는 '듄'을 비롯해 2021년 자사 라인업 17편을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에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공개 비판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놀란 감독은 "많은 훌륭한 배우들과 감독들이 함께 극장에서 보여지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해 노력한 영화들을 아무와도 논의하지 않고 이제 갓 출범한 스트리밍서비스 미끼상품 역할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질타했다. 이어 "너무 잘못된 일이다. 감독들과 배우들을 그렇게 취급해서는 안된다. 우선 이런 사항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