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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권오승 감독 "진기주·위하준에 감사" [★FULL인터뷰]

'미드나이트' 권오승 감독 "진기주·위하준에 감사" [★FULL인터뷰]

발행 :

전형화 기자
'미드나이트'를 연출한 권오승 감독
'미드나이트'를 연출한 권오승 감독

영화를 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두 시간을 재밌게 뺐는 매력"에 반했다. 군대에 다녀와서 마음을 굳혔다. 대학을 편입하고 연출부 생활을 시작하고 '미드나이트'로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권오승 감독(40)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쓰고 또 쓰면서 "뭘 해도 안되는 시간"을 버티다가 마침내 6월30일 세상에 '미드나이트'를 선보였다.


'미드나이트'는 청각장애인 경미가 귀가하던 중 피를 흘리고 있는 소정을 돕다가 연쇄살인범 도식의 타겟이 되면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다. 진기주가 경미를, 위하준이 도식을 연기했다. 감독도 신인에, 배우들도 신인이다. 그렇기에 거칠지만 신박한 스릴러가 탄생할 수 있었다. 권오승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합니다.


-'미드나이트'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커피숍에서 '미드나이트'와는 다른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옆자리에서 청각장애인 두 분이 수화로 대화하는 걸 우연히 보게 됐다. 올바른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그 광경에 빨려들어가더라. 그러다가 문득 내가 원래 '무언의 목격자' 같은 영화를 좋아했다는 걸 떠올렸다. 그러면서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분이 연쇄살인범에게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


-'미드나이트'는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란 설정을 이용해 소리가 들릴 때와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를 교차해 스릴과 서스펜스를 더하는데. 소리설계를 어떻게 했나.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글만 썼다. 그렇게 이야기를 다 만들고 난 뒤 다시 연출을 할 때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 '미드나이트'를 만들 때 원칙은 청각장애인이 주인공인데 그 삶을 안 담고 도구적으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청각장애인 분들을 많이 인터뷰하면서 그 분들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외형적으로는 비장애인과 구분이 안되는데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걸 상대가 아는 순간 그 상대는 나름 배려를 하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하는데 그러면 갑자기 주위에서 다 쳐다본다고 하더라. 그런 순간들이 오면 당황스러워서 오히려 이야기를 잘 못하게 된다고 하시더라. 이 영화에도 그런 순간들을 담으려 했다.


영화 속 파출소 장면은 2013년에 경찰서에서 칼부림이 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그런 것들을 내 안에 담아서 글로 써내려갔다.


'미드나이트'에서 주위의 소음을 빛으로 형상화하는 장치는 영화적인 상상으로 구현한 것이다. 또 소리를 들으면 움직이는 장난감들을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연쇄살인범의 캐릭터 구상도 주인공 구상 못지 않게 중요했을 텐데. 연쇄살인범이 워낙 장르적으로 많이 소개된 만큼 차별점을 고민했을텐데. '미드나이트' 속 도식은 연기파 연쇄살인범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한 모습을 꾸밀 줄 아는 캐릭터인데.


▶여러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연쇄살인범의 살인 동기가 특별한 게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냥"이더라. 그래서 이유가 없기에 뭐든 이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기에 어떤 표현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인물이 아닐까. 그런식으로 캐릭터 구축을 접근했다.

'미드나이트' 위하준 스틸
'미드나이트' 위하준 스틸

-쫓고쫓기는 추격이 담겨있는 스릴러라는 점에서 '추격자'가 떠오르는 만큼, 역시 구별하기 위한 고민을 했을텐데.


▶일단 '미드나이트'는 잔인하지 않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필요 이상으로 잔인함을 도구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피도 최소화하고. 다만 공포와 스릴를 더하는 분위기를 구성하려 했다. 무엇보다 '미드나이트'는 살인범이 피해자를 놓치고 쫓아가는 이야기다.


-'미드나이트'에서 소정(김혜윤)의 오빠인 종탁(박훈)에게 선택의 순간을 주는데. 그 전까지는 영화가 쉼없이 달리다가 그 선택의 순간에 잠시 멈추는데.


▶'미드나이트' 시나리오를 딱 한 번 고쳤다. 영화가 달리기만 하니 변주가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그래서 바로 그 박훈의 선택을 넣었다. 관객도 박훈의 입장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 경미의 상황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까닭은.


▶경미를 도심으로 향하게 해서 저기를 가면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려 했다. 그런 뒤 자기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해보고 싶은 상황으로 몰고 싶었다. 아무리 뭘 해도해도 안되는 상황이 됐을 때, 그래야 마지막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반부 추격전의 리듬이 좋은데. 찍을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쉽지 않았다. 제작부가 아무리 장소를 찾아도 도통 허락이 안 나왔다. 어떤 장소는 촬영 전날까지 장소를 못 찾기도 했다. 그래서 사전에 계획했던 동선들이 다 쓸모가 없어졌다. 즉흥적일 수 밖에 없었다. 촬영감독님, 조명감독님 등과 상의해서 동선을 즉흥적으로 짜고 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 딱 이틀 밖에 시간이 없었기에 6시간 걸려서 찍어야 할 시퀀스를 30분만에 찍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마운 건, 배우들이다. 진기주 위하준 등 배우들이 전적으로 믿어줬다. 이유도 모르고 뛰라고 해도 정말 사력을 다해서 뛰어줬다. 상황을 바로 이해하고 몰입하고 믿어주면서 정말 혼신을 다해 연기하고 뛰어줬다. 그래서 추격전이 완성될 수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물론 그 답답함은 마지막을 위해 일부러 쌓은 장치들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청각장애인이 실제로 겪는 답답함을 관객도 느꼈으면 했다. 영화를 보신 수화 선생님이 본인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두려움이 잘 담겨 있다고 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했다. 그런 답답함을 관객에게 드리면서 마지막에 최대의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다. 경미와 도식은 서로 소통이 안된다. 그런데 마지막의 마지막, 경미의 손가락욕에 비로소 둘이 소통이 되면서 위치가 역전이 된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리듬을 위해 일부 장면들이 편집돼 설명이 조금 부족한 부분들이 없진 않는데. 예컨대 도식이 경미 엄마의 휴대전화를 어떻게 갖고 있는지, 왜 번화가에서 경미는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지 등등.


▶엄마 휴대전화는 급하게 나가면서 집에 두고 나간 것이다. 일부 편집이 되긴 했지만 현재 버전에서도 엄마 휴대전화가 탁자에 놓여있는 게 보인다. 또 번화가에서 젊은 여성이 경미를 도우려 하고 주위에서 신고를 하려고 하는 모습들도 있다. 다만 도식의 연기와 그리고 당신이 책임질 것이냐는 말에 농락당하는 것이다. 그런 장면들을 더 넣으면 영화 리듬이 늘어질 것 같아서 편집했다. 지금 버전으로도 소통이 안 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아이러니는 충분히 설명이 된다고 생각했다.


-'무언의 목격자' '샤이닝' 등 오마주한 영화들도 눈에 띄는데.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영화들이다. 어릴 적에 우리집 거실에는 TV가 없었다. 그래서 TV가 있는 삼촌방에서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이불을 두르고 봤다. 그 때 처음 본 영화가 '에일리언'이었다. 비디오가 있는 친구집에서 처음 본 영화가 '터미네이터'였고. 그렇게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 사랑했던 영화들을 담고 싶었다. 앞으로 다른 영화를 만들 때도 그런 오마주 장면들은 계속 넣을 것 같다.

진기주 '미드나이트' 스틸
진기주 '미드나이트' 스틸

-경미 역에 왜 진기주였나.


▶난 진기주의 눈으로 표현하는 감정 연기가 좋았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눈으로 많은 감정을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진기주에게 출연 제안을 했는데 처음에는 고사했었다. 스케쥴이 안 맞았다. 그러다가 다시 제안을 했는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확신이 생겼다. 진기주는 자신이 청각장애인을 연기해야 하는데 진정성 있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나는 그런 진기주의 모습에서 정말 이 배우는 진정성을 갖고 연기하겠구나란 확신이 들었다.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욱 확신이 생겼다. 정말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한편 진심을 담더라. 마지막에 진기주가 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연기해야 했다. 진기주가 몇몇 청각장애인 분들의 도움으로 그 분들이 내는 목소리를 녹음해서 연습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자기 목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모르기에 그걸 조심스러워했던 분들도 있었다고 하더라. 진기주가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분들의 목소리를 나한테도 들려주지 않았다. 대신 현장에서 그 분들의 목소리를 자기화해서 보여주겠다고 하더라. 그 말에 신뢰와 확신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영화 속에서 진기주가 목소리는 내는 장면은 1분 40초 가량이다. 현장에선 3분 40초 가량 연기했다. 속도감을 위해 편집을 했지만 정말 다 보여드리고 싶을 만큼 흡입력이 대단했다.


-도식 역을 맡은 위하준은 어땠나.


▶위하준은 되게 도전적이다. 신인 배우들은 이미지가 쌓여가는 시기인 만큼 연쇄살인범 연기를 선뜻 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위하준은 일단 준비해 볼게요, 라고 하면서 엄청나게 집중하고 준비해온다. 촬영 현장 상황이 녹록치 않았는데 불구하고 연기를 준비하는 모습, 순간적으로 몰입하는 과정, 액션을 하는 순간순간에서 엄청난 준비가 저절로 보여진다. 그냥 바로바로 나오더라. 두 배우와 같이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미드나이트'는 원래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이야기가 있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감독주간이 취소되고 칸영화제 자체가 무산되면서 불발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나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되게 됐는데.


▶처음에 칸영화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진짜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그리 됐는데 결국 그것도 영화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다고 들었을 때 처음에는 저항감이 없진 않았다. 처음에는 극장 동시 공개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하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코로나 시국에 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쉽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그 또한 이 영화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2009년에 성균관대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2019년 9월에 '미드나이트' 촬영이 시작했다. 꼭 10년이 걸렸는데. 왜 포기하지 않고 영화일을 계속 했나.


▶어릴 적에 삼촌방 TV로 몰래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의 두시간을 재밌게 뺐는 데 큰 매력을 느꼈다. 연출부 생활도 오래 했고, JYP픽처스에서 영화를 준비하기도 했다. 준비하던 것들이 계속 엎어지다 보니 뭘 해도 안 된다고 느꼈던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해왔다. '미드나이트'가 그래서 감사하다.


-차기작은.


▶시나리오를 써놓은 게 여러 개가 있다. 상황과 여건에서 잘 준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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