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굉장하다. 매우 굉장하다. 대형 스크린에서 전투기들의 현란한 도그파이트가 펼쳐진다. 시네마란 이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해군 전투기 파일럿 매버릭. 40년 가까이 전투기를 몰았지만 여전히 대령이다. 동기들은 이미 별을 달고 제독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하늘에서 전투기로 내달리는 게 좋다. 상관의 명령을 수시로 무시하는 건 여전하다.
결국 매버릭은 마지막 기회로 자신이 졸업한 조종사 훈련학교 교관으로 보내진다. 그의 역할은, 이미 탑건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기고만장하고 혈기 완성한 파일럿들에게 불가능해보이는 미션 수행을 위해 훈련을 시키는 것. 이 파일럿들은 테러 지원국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하라는 미션을 받은 상태다.
다만 그 미션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이제는 최신 전투기에 밀려난 F-18을 자동 미사일 발사시설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땅에 닿을 듯 구불구불한 협곡 사이로 몰아야 하며, 그 이후 직각으로 치솟아 자신의 몸무게 10배나 되는 중력을 견뎌야 하고, 다시 급하강해 큰 코딱지 만한 목표에 미사일을 떨어뜨리고 다시 직각으로 치솟은 뒤 미사일밭에서 쏟아지는 미사일을 피한 뒤 적의 최신예 5세대 전투기와 교전을 해야 한다.
한 마디로 불가능한 미션이다. 하지만 매버릭은 불가능할지는 파일럿의 문제라며 혹독한 훈련을 강조한다. 미션 수행의 데드라인은 점점 다가오지만 좀처럼 파일럿들의 단합도, 실력도 좋아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 중에는 매버릭의 탓으로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루스터도 있다. 과연 매버릭은, 이 파일럿들을 탑건 중의 탑건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들과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까, 전투기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탑건:매버릭'은 톰 크루즈의 출세작 '탑건'(1987) 후속작이다. 전투기와 오토바이가 나란히 질주하고, 미남과 미녀가 사랑하는, 그리고 전투기들의 싸움인 도그파이터와 주인공의 성장. 이 매력적인 작품은 영화사에 전설로 남았다. 그런 전설을 30년이 지나 다시 만든다는 소리에 팬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하지만 '탑건:매버릭'은 우려는 지평선 끝으로 날려버리고, 기대는 하늘 그 이상으로 충족시킨다. 오프닝에 흘러나오는 '탑건' OST는 추억을 되살린다. '탑건'에 대한 추억이 없는 관객이라도 거대한 스크린을 압도하는 전투기들의 위용에 절로 끌려들어간다.
1편의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들의 후예로, 자연스레 갈등을 고조시킨다. 이들의 화해와 성장, 그리고 톰 크루즈와 제니퍼 코넬리의 러브라인도 빠질 수 없다. 그럼에도 뭐니뭐니해도 '탑건:매버릭'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과정이다. 물론 전투기를 몰면서.
'탑건:매버릭'은 시작부터 마치 관객을 마하 10에 도달하는 전투기에 탑승시킨 것처럼, 빨려들게 만든다. 광활하고 장엄한 하늘을 함께 나는 듯한 체험을 동반한다. 전투기 훈련도 마찬가지. 관객이 직접 전투기에 탑승해 훈련을 체험하는 것처럼 긴장감을 더한다. CG로는 불가능한, 실제 전투기가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듯한 강렬함이 전달된다.
도그파이트는, 21세기에 스크린에서 도그파이트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는 게 황홀하다. 전투기 마니아들에게는 F-18 뿐 아니라 이제는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그러나 날개가 움직여 큰 사랑을 받아온 F-14 톰캣까지 등장하니, 눈이 호강할 것 같다. '탑건' 1편에도 등장했던 톰캣은, '탑건:매버릭'에서 등장과 동시에 날개까지 움직여주는 서비스를 잊지 않는다.
그리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탑건'의 OST가. '탑건:매버릭'은 관객이 '탑건'에 무엇을 원한는지 정확히 알고, 그 이상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이제 전투기를 파일럿이 모는 시대는 끝나고 무인 전투기가 대체할 것이란 대사가 나온다. 매버릭은 "언젠가는 그럴지 모르지만 오늘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변하지만, 중요한 건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다. OTT시대를 맞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시절은 끝나간다고 얘기되는 요즘에, '탑건:매버릭'은 "이게 영화야"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제 맛이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걸 입증했다. '탑건:매버릭'은 톰 아저씨가 전하는 시네마 찬가로, 또 다른 레전드로 기록될 것 같다.
6월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IMAX, 4DX, 돌비 등 특별관에서 N차 관람하는 걸 강추한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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