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신예은이 첫 악역, 첫 도전으로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입증했다. '더 글로리'를 통해서다.
지난해 12월 3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공개 이후 누적 1억 4800만 시간을 기록하며 3주 연속 TOP 10 진입, 3주 차에도 대한민국을 포함한 8개국에서 1위, 34개 나라의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다시 한번 K-콘텐츠의 저력을 전 세계에 드러내고 있다.
첫 장르물에 도전한 송혜교는 웃음을 지우고, 버석한 얼굴에 무채색의 표정으로 복수를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인물을 잘 표현했고, 자신의 연기 폭을 넓혔다. 송혜교가 '더 글로리'를 끌고 나간다면 임지연부터 박성훈, 김히어라, 차지연, 정성일까지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그 이상을 해내며 작품을 빛낸다.
특히 극 중 동은(송혜교 분)에게 악몽 같은 고통을 선물한 박연진(임지연 분)은 부유한 환경에 뛰어난 미모, 해맑게 악랄한 성격까지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것을 발아래에 두고 어둠이 찾아오지 않는 '백야'와 같은 삶을 살아왔으며 동은에게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 주동자다. 임지연은 첫 악역 도전임에도 완벽하게 서늘한 연기를 선보이며 송혜교와 대척점에 섰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탄탄한 서사 덕분일 터. 복수를 위해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동은의 시작점, 어린 연진 역으로 분한 신예은의 연기가 '과몰입'에 큰 몫을 차지하며 '더 글로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말갛게 웃는 얼굴에 드리운 섬뜩한 미소, 악행을 저지르고도 죄책감 하나 없는 악랄한 인물을 성공적으로 그려내며 서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짧은 등장에도 놀라운 존재감을 뽐낸 배우 신예은의 성공적인 변신이자 재발견이다.
신예은은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해 단숨에 주연배우의 자리에 올랐지만, 곧 시험대에 섰다.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KBS 2TV '어서와', JTBC '경우의 수', 디즈니+ '3인칭 복수'에서 작품을 이끄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고, 신예은의 연기력에 물음표를 가지는 사람들은 적었지만, 부진한 성적 또한 주연배우가 짊어져야 할 몫이었다.
그런 신예은이 '더 글로리'를 통해 '라이징 스타'로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인칭 복수' 종영 기념 인터뷰를 위해 만난 신예은은 당시에는 공개 전이었던 '더 글로리'에 대해 "'3인칭 복수'랑 같이 찍었는데 여기서는 맞고 거기서는 때렸다. 악역을 하는 게 정말 신선했다. 보시면 놀라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말 그대로 신예은의 새로운 변신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첫 악역에 이어 SBS '꽃선비 열애사'를 통해 첫 사극에 도전하는 신예은의 또 다른 연기 성장과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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