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사람마다 사랑하고 이별하는 이유와 방법은 다르지만 사랑에 가슴이 뜨겁고 벅차며, 이별에 가슴이 찢어지고 미어지는 것은 누구도 마찬가지다. 시인 조병화의 노래처럼 인간의 이승엔 사랑의 기쁨보다 이별의 슬픔이 더 많다. 사랑과 이별이 뒤범벅된 추억은 사랑의 설렘보다 이별의 방황을 더 짙게 기억해 가슴에 깊이 밴 탓이리라.
혜령의 2집 '아침보다 이른 이별'은 온통 이별 이야기다. 이별과, 이별의 추억이 사람을 어떻게 다양하게 괴롭히는지를 혜령의 애절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통해 잘 보여준다.
타이틀곡 '한번만'에서는 떠나가는 연인을 잡고 싶어도 잡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했고, 4번 트랙 '미안해'와 11번 트랙 '왜 몰랐을까요'에서는 차버린 연인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시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그대란 기억의 옷을 입으면'과 '돌아가'는 떠나간 옛 연인에게 '다시는 찾아오지 마라. 이미 충분히 마음 아팠다. 서로 잊자'고 타이른다.
7번 트랙 '나쁜 바램'에서는 자신을 버리고 가는 사람을 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처절한 '청승'을 보여주고, '가장 소중한 것이 멀리 떠나요'에는 이별을 맞아야만 하는 무너지는 마음을 그렸다.
이렇듯 실감나는 이별의 다양한 이야기는 혜령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이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혜령은 4월에 2집 녹음을 모두 끝냈지만, 신곡들이 모두 쓸쓸하고 우울한 계절에 맞는 노래여서 가을까지 기다렸다가 최근에야 발표했다.
혜령은 허스키한 목소리와 얇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동시에 지닌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 1집에서는 주로 굵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주류였다. 거친 듯한 음색으로 노래를 불렀지만 2집에서는 좀 부드러워지고 얇아졌다. 그러나 허스키는 그래도 남아있어 목소리의 진한 맛은 그대로다. 린의 감미로운 R&B와 거미의 호소력 짙은 솔(soul)이 절묘하게 혼합돼 있는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
혜령은 데뷔 앨범에서 '바보'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으로 가창력은 인정받았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혜령은 그래서 2집을 가수로서 대중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겨줄 음반으로 여기고 대중성을 고려해 만들었다.
1집에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자신이 직접 챙겨가며 자신의 의견을 담았다. 녹음 전에는 항상 작곡가와 교감을 많이 나눴고, 곡마다 거의 다른 작곡가를 기용해 곡 분위기가 편중되는 것을 막았다.
휘성의 'With me'를 작곡한 김도훈을 비롯해 린의 '사랑했잖아'의 김세진, KCM의 '때려'를 작곡한 조영수 등 대표적인 R&B 작곡가가 대거 참여했다. 이기찬과 신화의 에릭은 각각 노래와 랩으로 피처링해 댄스곡에 무게를 더했다.

혜령의 2집은 R&B 느낌이 많이 빠지고 팝 발라드 성격이 두드러진다. 혜령이 추구하는 음악은 솔 음악. 혜령의 음악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라고 밝히기도 한 8번 트랙 '우리 사랑 여기까지죠'에서처럼 어쿠스틱 사운드에 솔 창법으로 약간 건조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매력이다.
타이틀곡 '한번만'은 휘성의 'With me' '불치병' 등을 작곡한 김도훈의 곡으로 발라드에 R&B 느낌을 잘 살려냈다. 1번 트랙 '아직 못한 그말'은 지난 5월 디지털 싱글로 발표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혜령은 자신의 음악을 이렇게 들으라고 권한다.
"첫째, 음반 수록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들어라. 2~3번 들으면 귀에 꽂힌다. 가사도 절절히 가슴에 와 닿아 금방 따라하게 된다. 둘째, 가사를 보며 노래를 들어라. 느낌이 올 것이다. 셋째, 사랑을 해본 사람이면 반드시 들어라.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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