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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협, 이통사와의 싸움 이기려면

연제협, 이통사와의 싸움 이기려면

발행 :

김원겸 기자

[김원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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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다. 6월1일은 이동통신사가 모바일 음원서비스와 관련된 수익 배분율 재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날이다. 이통사의 발표에 따라 음반제작자들의 음원공급이 결정돼 이들의 발표가 주목된다.


지난달 음반제작자들이 휴대폰 벨소리와 통화연결음(컬러링) 등 모바일 음원서비스와 관련해 '이동통신사들이 불합리하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수익 배분율 재조정을 공개 거론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지난달 15일과 30일 SK텔레콤 LG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와 두 차례 협상을 가졌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채 오는 6월1일 이통사의 입장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통사 측에서는 '우리도 별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재조정에 대한 뜻이 별로 없어 보인다. 연제협은 이통사가 스스로 가져가는 수익률을 낮추고 음원제작자에게 보다 많은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힘을 합해 음원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문제는 이통사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연제협이 미덥지 못하다는데 있다. 힘을 합해 권리를 찾겠다는 연제협이 내부단결이 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달 27일 아이-콘서트가 한창이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모바일 음원수익 분배율 조정을 위한 연제협의 태스크포스팀이 기자회견을 갖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음원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지만 이 자리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던져줬다.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겠다고 처음 자리를 마련했던 이날 기자회견은 시간이 세 차례나 바뀌는 혼란 끝에 열렸다. 마이크도 없이 육성으로, 의자 몇개만 비치한 채 진행됐다. 애초 이통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검은 리본을 달고 가수들이 공연을 펼치겠다는 것도 흐지부지 이뤄지지 못했다. 공언했던 대규모 '규탄대회'도 없었다.


사실 연제협은 만만치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모바일음악서비스사업자, 이른바 CP업체까지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CP 업체들이 나서 자신들을 배제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CP업체들의 협회인 한국컨텐츠산업연합회(KIBA)는 모바일 음원 수익은 대중음악계의 주 수입원이 아니라 부가시장일 뿐이고, 또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면서 CP업체의 노고도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KIBA는 심지어 지난 29일 모임을 갖고 자신들의 입장정리를 명확하게 끝낸 상황. 연제협은 이동통신사와 함께 CP 업체들도 설득시켜야하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첩첩산중에 둘러쌓여 있는데도 똘똘 뭉쳐 일사분란하게 일을 진행하지 못하는 연제협을 보고 있으면 영화계의 단결심이 절로 떠오른다.


영화계는 최근 한미 FTA에 따른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를 두고 장동건 등 톱스타들과 최고 흥행작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 등 제작ㆍ연출자, 원로 영화인들까지 모두 거리로 나와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에 항의하고 삭발하며 결사항전을 외쳤다. 비록 이들의 주장이 '밥그릇싸움'으로 비춰졌을지언정 영화인들의 단결력은 대중음악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대중음악인들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면서도 그만한 결단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생존권이란 그야말로 생존이 걸린 문제다. 최근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헌법재판소가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라는 판결에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하고, 서울시내 지하철 선로에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수긍을 하면서도 시각장애 안마사들은 생계와 관련한 절실한 항의라는 것이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중음악인들이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면서 한강물에 뛰어들거나 지하철 선로에 눕는 시위라도 벌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대중음악인들이 최소한의 설득력과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단결력은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연제협 임원들만 목이 터져라 외치는 것이라면 이동통신사들을 전혀 긴장시키지 못할 것이고, 설득력도, 대중의 공감도 얻지 못할 것이다.


음반제작자들과 이통사의 특별한 관계를 감안하면 음반제작자들이 이통사에 대응해 단결하기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의 음반기획사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과거와 달리 음반 유통사보다이동통신사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동통신사에 투자혜택을 받은 음반제작자들은 이통사에 항의하는 연제협에 가담하기에는 눈치가 보이고 부담이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면 모든 음반제작자들이 단결해 한 목소리를 내면 대중음악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라도 전 대중음악인들이 내지르는 단결된 목소리에는 분명히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연제협의 '모바일 음원수익 배분율을 재조정하라'는 요구는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이런 요구가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으려면 연제협 회원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가요계 내부에서도 '가요계는 단결이 되지 않는다'는 푸념을 스스로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중음악인들도 명분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진=연제협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모바일 수익 분배율에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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