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은 안통해도 음악으로 통해요. 처음부터 왠지 마음이 맞았어요."
국내 최초로 등장한 다인종그룹 '아시안러브 2nd'의 세 멤버를 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웃음부터 나온다. 오른쪽부터 나란히 앉은 DJ-K(본명 경동진, 19), 김디에나(20), 라임(본명 라힘 압둘 테이트, 17).
DJ-K은 순수 한국인, 김디에나는 백인혼혈, 라임은 흑인혼혈이다보니 피부색이나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황백흑'이 모인 국내 최초 3색인종 그룹인 셈. 게다가 DJ-K는 한국어만 하고, 라임은 영어를 주로 쓴다. 이러다보니 중간에서 한국학교를 다녀 한국어에 익숙해진 김디에나가 통역 역할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DJ-K는 금방 고개를 끄덕이지만, 3초쯤 지난 후 김디아네가 '리스폰서빌러티(responsibility)!'라고 그에 상응하는 영어단어를 내뱉고, 그제서야 라임도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내는 식이다.
그러나 이들은 첫 만남에서부터 금세 음악으로 마음이 맞았다고 한다. 라임이 랩을 하자, 여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DJ-K가 비트박스를 맞췄다. 가장 나이가 많은 디에나가 보컬을 맡아, 모아놓고 개인기를 연습시켰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은 덕분인지 인터뷰 도중 즉석에서 무반주로 화음을 이루어 보이는데, '팀워크'가 대단하다. 하나같이 음악적 감성과 뛰어난 스포츠 실력을 지닌 것도 똑 닮았다.
DJ-K는 경남 진주 토박이. 진주기계공고 3학년에 재학중으로 얼마전 대경대 경호행정학과 수시에 합격했다. 진주 지역에서는 비트박스 동호회를 운영하는 등 유명인사지만 연예계에 데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오디션을 통해 가장 마지막으로 '아시안러브 2nd'에 합류한 DJ-K는 경호행정학과에 진학한 만큼, 헬스로 꾸준히 몸매관리를 해온데다가 합기도, 유도 등도 뛰어나다. 특전사 캠프에도 다녀올 정도로 '용맹'하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5년전 한국으로 이주, '파충류소녀'로 유명세를 탄 김디에나는 이제 한국 생활에 적응한 상태. 아버지의 파충류 농장 일을 돕고 있는 큰오빠와 건축일을 하는 작은 오빠는 모두 한국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 "활동 때문에 자신은 남자친구를 사귀기엔 이르다"고 똑 부러지게 말할 정도로 자랐다.
그새 20살 성인이 돼서 그동안 출연하지 못했던 밤 10시 이후 방송되는 쇼오락 프로그램도 제약없이 출연하게 됐다. 요즘에는 승마에 푹 빠져있다. '아시안러브 2nd' 활동 때문에 포기했지만 승마대회에 나가려고 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경기도 동두천에서 외국인 학교(동두천 어메리칸 커뮤니티 스쿨)에 다니는 라임은 미군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경기도 내 미군부대 안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아버지는 동두천에서 음악 클럽을 운영하고, 4남매중 맏이인 누나도 가수데뷔 준비를 했던 음악 가족이다. 윤미래가 아버지 친구의 딸이기도 해 가수로 데뷔하는 일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농구, 미식축구, 태권도가 장기다.
타이틀곡 'Temptation (유혹)'은 신화, 보아,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의 앨범에 참여한 작곡가 서융근이 작곡, 편곡한 팝스타일의 댄스음악. "너무 한국어를 많이 넣으면 외국인 장기자랑 같은 느낌이 난다는 전문가 조언에 따라, 영어로 가사의 반 이상을 소화하고 팝송 느낌이 나도록 했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곡을 녹음하는 데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라임으로서는 엇박자로 한국어 발음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무려 400번이나 녹음을 했다고 한다. '연습벌레' DJ-K는 기계음처럼 너무 완벽한 비트박스를 하다보니 '사람'이 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푸푸라는 숨소리가 들어가도록 다시 녹음해야했다.
이렇게 뭉친 혼혈 그룹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단 유창한 영어로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영어권 국가들에 진출할 예정이다. 2020년엔 국내 신생아 3명중 1명이 혼혈이 될 전망으로 혼혈 스타들이 활동하게 될 연예시장을 선점하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혼혈 어린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아시안러브 2nd'의 기획사인 씨오엔 엔터테인먼트의 장규수 대표는 "혼혈아동을 지원하고 있는 펄벅재단에서 만난 아이들의 장래희망 1위는 요즘 또래의 다른 아이들처럼 연예인이다. 인순이나 디에나처럼 되고 싶다고들 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디에나의 등장이후 아이들이 목표의식과 꿈이 생겼다고 한다"고 전했다.
펄벅재단에서 운영하는 캠프에서 3년전 디에나와 만나 '아시안러브 2nd'에 합류한 라임은 "디에나와 함께 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룬 아이들이 질투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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