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길 바라지 않았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미는 아들 정철이 네 살 되던 해, 그 아이의 끼를 발견했다. 순간 ‘이 아이가 커서 가수가 된다고 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을까. 그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정철이 가수가 되겠다며 어머니에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나미는 그 길을 막고 싶었으나 아들의 얼굴에서 굳은 신념을 확인했다. 그녀는 속으로 빌었다.
“아들아, 별 중에 그저 반짝이기만 하는 별이 되지 말아라. 너는 북극성처럼 사람들에게 방향을 안내하는 그런 별이 되어야 한다”라고.
“가수와 가수의 만남이었다.”
나미는 최근 15년의 공백을 깨고 정철과 함께 신곡 ‘이프 아이 쿠드(If I Could)’를 불러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정철 특유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나미의 목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두 사람을 기다린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됐다.
“이번 곡의 참여는 의도한 게 아니에요. 가수로 복귀할 뜻도 전혀 없으니 부를 이유가 없었죠. 다만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끌리는 거에요. 특히 가사를 듣고 나서는 마음이 완전히 움직였죠.”(나미)
‘이프 아이 쿠드’는 원래 정철의 솔로 곡이다. 다만 곡 작업을 하던 중 여성 보컬이 함께 부르면 노래가 한층 빛을 발할 것이라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그럼 한번 듀엣곡으로 불러볼까’라는 생각에 느낌이 좋은 여자 가수를 물색했다.
“처음에는 젊은 여가수들 중 골라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가장 가까운 곳에 어머니가 계신 거에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함께 작업하던 분이 어머니를 추천하셨어요.”(정철)
가요계 복귀의사가 전혀 없는 어머니를 설득해 정철은 ‘의미 있는 작업’에 들어갔다. 덕분에 가요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모자(母子)가 함께 부른 노래가 탄생했다. 이에 대해 나미는 “모자관계를 떠나 이번 노래는 가수와 가수의 만남이었다. 노래와 완전히 관계를 끊었던 나를 정철이 대중 앞에 끌어냈다”고 말했다.

“가수는 소리로 감동시켜야...”
나미의 15년만의 컴백소식에 그녀를 섭외하려는 이들이 봇물을 이뤘다. 예고 없이 그녀를 찾아오는 이들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번 뿐 아니라 정철이가 활동할 때 섭외가 많이 왔죠. 하지만 연예계로 돌아올 계획은 없으니까. 이번에 노래를 부른 것은 마음을 비우고 음악에만 참여한 거에요.”
나미는 정철과 부른 ‘이프 아이 쿠드’로 TV방송에 출연할 계획이 없다. 정철도 이번 노래로 활동할 경우 어머니와의 동반섭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에는 새로운 노래를 팬들에게 들려줬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한다.
“정철이만 해요.(웃음) 사실 요즘이야 보여지는 게 음악이지만, 나 때만해도 소리로 먼저 감동시키는 게 중요했잖아요. 나를 기다리신 팬들에게 좋은 노래 선물이 됐으면 해요.”(나미)
정철은 오는 3월께 또 한번 싱글을 낼 예정이다. 어머니이기 전에 대 선배가수와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그는 “남들은 못해보는 것을 할 수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했다”고 했다.
“이번 듀엣곡 소식이 알려진 뒤 생각해 보니 팬들이 나 보다 어머니를 더 그리워하신 것 같아요.(웃음) 15년만의 목소리니까. 나도 평생 나를 생각해 주는 팬들을 위해 노래할 거에요. 가수 이외의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2세 가수’라는 말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이젠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노력하면 언젠가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맺을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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