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 'Black Sun' 발표

“예전엔 음악 하는 사람에게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사랑은 나를 병들게 한다. 만나도 짧게 만나자’ 다짐을 했었죠. 여자를 만나지 말자, 여자는 내게 사치고 적(敵)일 뿐이라고….”
대중성과 비주류 사이를 가로지르는 힙합듀오 리쌍은 거친 목소리와 격양된 랩으로 사회부조리를 질타하기도 하지만 늘 사랑이야기가 있어 따뜻했다. ‘리쌍블루스’ ‘내가 웃는게 아냐’와 최근 발표된 4집 타이틀곡 ‘발레리노’까지, 사랑에 웃고 이별에 우는 남자가 그려진다. 이 노래들은 모두 멤버들의 실제 사랑이 이야기가 솔직하게 들어가 사람들이 공감한다.
사랑을 사치로 생각했던 리쌍은 여자와 깊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고 다짐을 했었지만, 결국 그들의 음악을 지탱해준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었다. 고교졸업 후 짧은 만남만 가졌던 리쌍은 허니패밀리를 거쳐 1집을 발표할 때까지 ‘힙합에 사랑이야기를 뭐하러 하나, 유치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우연히 사랑을 알게 되고 삶의 큰 부분이 되다보니 사랑이야기가 커져갔다. 사랑만큼 솔직한 감정이 없었고, 많은 이야기꺼리가 되는 것도 없었다.
개리와 길은 2집 ‘리쌍 블루스’를 부를 때 여자를 만났고, 이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가장 크게 히트한 3집 ‘내가 웃는게 아냐’는 개리의 이별을 그린 곡이다. 최신곡인 ‘발레리노’는 짝을 잃은 발레리노의 외로운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역시 자신의 이별을 그렸다. 하지만 지금은 노래속 주인공과 다시 만나 사랑을 하고 있다.
“사랑을 할 때면 순간순간의 마음을 틈틈이 써놓습니다. 사랑을 하니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리쌍은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풀어내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사랑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느끼는 답답한 현실을 토로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바로 대중의 목소리와 같기 때문이다.
1년 반 만에 출시된 리쌍 4집 ‘Black Sun’에는 빛을 잃은 검은 태양이 떠 있는 현실을 몇 개 장르의 영화처럼 그려져 있다. 가슴을 에는 멜로영화(‘발레리노’ ‘사랑은 언제나 눈물이 돼 가슴에 남아’ 등)도 있고, 한바탕 웃게 만드는 코믹영화(‘부자 project’ 등)도, 담배냄새 짙게 밴 느와르 영화(‘영화처럼’ ‘투혼’ 등)도 있다.

리쌍은 영화처럼 만든 노래를 통해, 수많은 벽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소주 한 잔을 건네기도 하고 어깨를 두드리기도 한다.
“지금 이 세상이 빛이 없고 어둡습니다. 서민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민들은 빚만 계속 늘어가고, 부자는 계속 부자이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은 사회문제엔 관심이 없어요. 우리도 처음엔 겉멋에 사회, 정치 이야기를 했지만 이제는 우리의 진솔한 일상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음악이 어두운 사람들을 위해 부르는 희망의 노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리쌍은 지난 3집 ‘내가 웃는게 아니야’의 성공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지만, 진실한 음악이 나오질 않는다는 이유로 개리는 옥탑방으로, 길은 지하실로 다시 갔다. 길은 한동안 볕이 잘 다는 5층짜리 건물에서 살아봤지만, 지하실이나 옥탑방이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리쌍은 옥탑방에서, 지하실에서 벽을 보며 랩 연습을 했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사를 적으면서 4집에서 자신들의 색깔과 스타일을 완성다.
길은 “지하실이 좋다. 시간이 언제 인지도 모르고 컴컴하고 퀘퀘한 느낌…. 어려서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리쌍으로 활동하면서 부자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가난해야 되고, 우리를 가둬야 한다. ‘헝그리’해야지 ‘럭셔리’하면 음악이 안나온다”고 했다.
리쌍은 다음 앨범부터는 ‘버전2’를 보여주겠다며 변신을 예고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이제는 기뻐하는 모습, 화내는 모습도 보여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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