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록 듀오 더 크로스가 ‘몸집’을 불려 가요계로 돌아왔다. 몸집만 커진 게 아니라 머리카락도 은색으로 염색해 상당히 튀어 보인다. 3집 ‘Magician’을 발표한 더 크로스의 두 청년은 곱상하고 수줍던 이미지를 벗고 강렬한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들은 “이 모든 것은 공연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방송환경은 댄스그룹, 아이돌 가수들에게 잘 맞아요. 방송출연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듯 어려운 일이고 음악성만으로 출연할 수는 없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바람직한 모습은 공연입니다. 가수가 음악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콘서트인데, 우리가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을 갖춘 그룹이 되고 싶습니다.”
기타 두 명에 베이시스트, 드러머를 영입한 것은 아예 ‘공연형 가수’로 거듭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연할 때 마다 세션을 기용하는 것보다, 아예 처음부터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하며 호흡을 맞추면 공연장에서 더욱 완벽한 모습이 나온다는 생각에서다. 여섯 멤버 모두 20대 초반으로 생각도 비슷하다.
은색머리 염색은 공연에서 선보이는 코스튬플레이에 맞춘 연출이다. 지난 디지털 싱글 ‘사랑하니까’ 활동할 당시, 무대 위에서 선 자신들이 너무 밋밋하고 재미가 없었다는 생각에 코스프레를 시도하게 됐다.
더 크로스가 “콘서트에 운명을 걸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들의 콘서트는 이미 인정을 받았다. 이번 3집을 출시하기 전 서울과 대전에서 벌인 공연은 ‘대박’이 났다. 더 크로스는 뮤지컬 형식의 공연으로, 기괴한 장치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무대에서 불을 이용한 마술을 선보이는 등 쇼가 적절히 가미돼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 크로스는 가수가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뛰고 뒹구는 것 보다 콘서트를 통해 자신들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홍보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이들은 “콘서트야말로 가장 솔직한 홍보인 것 같다. 공연장에서 관객과 가수가 서로 땀 흘리고 물 범벅이 되고 하면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며 예찬론을 편다.

더 크로스는 이번 앨범에서 국악기를 접목한 록 음악을 선보였다. 특히 가야금과 바이올린, 록의 3중주는 음악성과 대중성의 경계를 무너뜨려 더 크로스식의 ‘미디엄 록’을 보여준다. 더욱이 한 곡을 제외하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연주해 풍성하고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자랑한다.
리더 이시하는 “이번 앨범을 내며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컴퓨터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아날로그 음악”이라고 설명한다.
타이틀곡 ‘시간이 지나도’는 가야금으로 시작하는 록이지만 뉴에이지 음악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10번 트랙 ‘눈물이야기’는 그리스의 뉴에이지 음악가 엔야 스타일의 음악에 록을 접목 시킨 가장 ‘뉴에이지스러운’ 음악이다.
9번곡 ‘Run’은 유일하게 컴퓨터를 이용한 음악으로, 80년대 유행하던 롤러스케이트장 기분을 냈으며, 당시의 순수함으로 돌아가자는 내용이다.
더 크로스의 이번 앨범 제목은 마술사를 뜻하는 ‘Magician’. “마법 같은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의 이 제목은 지친 사람들을 음악으로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더 크로스는 “심장이 뛰는 한 우리의 마법을 계속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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