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은 따뜻하다. 고통이 너무 커 말 한 마디 할 수 없을 때, 노래는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줬다. 2년여의 공백 끝에 돌아온 가수 김조한에게 음악은 어둠 속에서 따뜻한 한줄기 빛이 돼 주었다.
지난해 8월, 김조한은 빛을 잃었다. 그토록 따뜻한 가슴으로 늘 그를 맞아줬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폐인 같은 삶으로 빠져들었다.
"지난해 한국에서 후배가수의 음악 프로듀싱을 하고 있었어요. 미국에서 어머니가 응급실로 실려 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곧바로 미국에 갔죠. 어머니 병간호를 하고 있는데 한국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어요. 빨리 신인가수의 음반을 끝내야 하니 무조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얘기였죠.
어머니가 많이 좋아지셔서 금방 회복하실 것 같았어요. 어머니께 한국 가서 일만 마무리하고 빨리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한국에 들어온 바로 다음날 돌아가셨어요."
김조한은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단 하루만 더 미국에 머물렀다면 어머니가 떠나시는 길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후회가 그를 아프게 했다.
삶의 뿌리를 통째로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김조한은 삶의 가혹함을 몸으로 느끼며 방황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들을 강하게 키웠다. 김조한은 고통 속에서 음악을 사랑하던, 자식의 음악을 아끼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건 어머니가 원한 내 모습이 아니다'라며 마음을 추스린 그는 어머니께 보내는 마지막 선물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로 이 음반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앨범내기 꺼리는 요즘 같은 시대에 돈을 아끼지 못했죠. 피곤해도, 안돼도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한동안 폐인이 됐어요. 마지막 선물이니까 후회가 없어야 하잖아요. 진짜 아프게 만든 음반이에요."
5집을 만드는 과정은 그 만큼 혹독하고도 어려웠다. 완벽에 완벽을 기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김조한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후 또 한번 사랑의 위대함을 확인했다. 힘들어하는 그를 위해 좋은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타이틀곡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를 만들어준 성시경을 비롯해 타이거 JK 등 모두 자기 일처럼 도움을 줬다.
'이래서 살아가나 보다'라고 싶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줬고, 음악은 역시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또 한번 실감했다.
"이 음반을 만들며 떠나보낸 어머니로 인해 외로웠고, 도움 준 사람들 때문에 행복했어요. 슬픔이 뭔지 알기 때문에 행복이 뭔지도 더 확실히 안 느낌이에요."
그러면서 김조한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인생에 공짜는 없다고 하잖아요. 관계 역시 그런 것 같아요. 내가 힘들 때 도움을 받은 만큼 나 역시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다행히 저는 음악을 할 수 있는 달란트를 받았어요. 음악은 따뜻해요. 어느 누구의 아픈 가슴도 치유를 해주는 힘이 있죠. 이제야 왜 내가 음악을 하게 됐는지 조금 알게 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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