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총 맞은 것처럼'부터 본격 시작된 '파격 가사' 곡들의 인기가 올 상반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백지영은 유명 프로듀서 방시혁이 작사 작곡한 발라드곡 '총 맞은 것처럼'을 지난해 11월 발표, 올 초까지 가요계를 장악했다. 이 곡이 팬들의 관심을 끈 데는 인상적이면서도 따라 부르기 쉬운, 반복적인 멜로디를 지닌 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전까지 국내 가요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파격적이고 직설적인 노랫말로 이뤄졌다는 점도 대박을 터뜨리는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총 맞은 것처럼'은 "구멍 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잡아보려 해도 가슴을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아플 것 같진 않아. 어떻게 좀 해줘. 날 좀 치료해줘. 내 가슴 다 망가져. 총 맞은 것처럼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파.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아픈데 살 수가 있다는 게 이상해" 등의 가사로 구성됐다.
올 들어서도 파격적이고 직설적인 제목 및 가사의 곡들은 연이어 히트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가 가요팬들의 사랑을 받은데 이어, 최근 공개된 이승철 10집 타이틀곡 '손톱이 빠져서'도 온라인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역시 방시혁이 가사를 쓴 발라드 '심장이 없어'는 "나는 심장이 없어. 나는 심장이 없어"란 노랫말이 수차례 반복된다. 헤어진 뒤의 그리움을 그린 이승철의 브리티시 록 계열의 '손톱이 빠져서'도 "손톱이 빠져서 나 아파. 너 없는 혼자인 게 아파. 너 없이는 아무것도 안 돼 제발. 손톱이 다 자라면 다시 내게 너 돌아와 주라"란 가사로 이뤄졌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 씨는 28일 "올 들어서도 파격적인 제목과 노랫말의 곡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총 맞은 것처럼'의 성공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강 씨는 "'총 맞은 것처럼'은 이전까지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던 파격적인 가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 그야말로 대흥행을 했다"며 "이를 본 가요관계자들은 이제 대중들도 파격을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됐다고 판단, 직설적인 가사의 노래들은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또 "파격적이고 직설적인 가사가 멜로디와 잘 어우어질 경우, 이 노래들은 다른 곡들보다 빠르고 강하게 가요팬에 인식되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면서도 "최근의 현상은 대중가요의 전통적 미학, 즉 대중에 잔잔하게 스며드는 측면은 갈수록 약해지게 하고 더 자극적인 것만 찾게 만드는 폐단도 분명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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