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한국 대중음악상의 최후의 주인공은 아이돌도 국민가수도 아니었다. 제8회 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린 2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 댄스, 재즈, 록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 올해 시상식은 지난 1998년 결성된 MC메타와 나찰의 힙합그룹 가리온의 손을 들어줬다.
가리온 두 멤버가 덤덤한 표정으로 시상식 무대에 섰다. 걸그룹의 화려한 퍼포먼스도,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는 국민적인 히트곡 하나도 없었지만, 가리온은 주요 4개부문 중 하나인 '올해의 음반상'을 비롯해 '힙합 음반상' '힙합 노래상'을 수상했다.
지난 13년간 힙합을 위해 묵묵히 활동해온 두 사람의 노력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고, 한국 힙합의 역사와 함께 해온 이들의 땀이 담긴 결과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주로 언더 신에서 활동해온 가리온은 지난 2004년 발표한 1집으로 '한국적 힙합의 완성'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한국 힙합계를 이끌어 온 실력파다.
특히 1집 '가리온'은 한국 힙합 역사상 미국이 낳은 힙합음악을 한국적 감성으로 보듬어 안은 유일무이한 작품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이번 2집 '가리온2'는 1집 이후 무려 7년 만에 발표된 새 음반으로, 한국어 작법과 힙합 정서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이외에도 올해 대중음악상은 폭넓은 선택으로 장르의 다양성에 높은 점수를 안겼다. 김C가 이끄는 뜨거운 감자는 히트곡 '고백'으로 올해의 노래상을 받았으며, 올해의 음악인상에는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꼽혔다.
또한 현재 미국 유학 중인 조규찬은 올해의 팝 음반상을, 최근 '제2의 장기하'로 주목받고 있는 밴드 10cm는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로 최우수 팝 노래상을 각각 수상,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둔 재즈가수 나윤선과 알앤비·소울 음반과 노래상을 수상한 진보와 디즈의 수상도 눈에 띈다.
물론 이번 시상식은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성도 인정했다. 미쓰에이는 히트곡 '배드 걸 굿 걸'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상을, 2NE1은 1집 '투 애니원'으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각각 수상했다. 두 팀은 지난해 국민적인 인기로 대중성을 인정받은데 이어 작품성도 크게 평가받았다.
한편 이번 시상식은 인기 뿐 아니라 작품성에 중점을 둔 이번 시상식은 아티스트의 실험성과 예술성이 담긴 음악과 뮤지션들의 손을 들어주며 다양한 장르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새롭게 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