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개가수'(개그맨+가수)가 화제다. 이미 지난해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가요제'가 음원차트를 주름잡았던 만큼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최근 정형돈 유세윤 용감한녀석들 등 현직 개그맨들의 가수활동이 워낙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가요시장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무도 가요제'와 함께 MBC 서바이벌 음악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였다. 그리고 앞서 2008년부터는 걸그룹 열풍이 무려 3년 동안 이어졌고, 2005~2006년엔 보컬그룹, 2007년엔 솔로가수의 해였다.
이처럼 2000년대 중반 이후 흥미진진하고도 격심하게 펼쳐지고 있는 음원차트와 가요시장 흐름을 연도별로 짚어봤다. 우울한 결과는 가요시장마저 이슈와 대세가 대접받는 세상이 돼버렸다는 것.
2005, 2006년 = 보컬그룹, 보컬형 가수의 마지막 전성시대
2005, 2006년은 보컬그룹과 보컬형 가수가 인기를 끈 거의 마지막 시대였다. 2005년엔 SG워너비의 '죄와 벌'이 연간음원차트 1위(이하 멜론 집계 기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살다가'가 4위, '광'이 5위를 차지했다. 엠투엠의 '세글자'(6위), 빅마마의 '체념 후'(14위)도 비슷한 계보다.
보컬이 맛깔스러웠던 가수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윤도현의 '사랑했나봐'(3위), 김종국의 '제자리걸음'(7위), 테이의 '사랑은..하나다'(13위), 나얼의 '귀로'(15위), 모세의 '사랑인걸'(18위), 김종국의 '사랑스러워'(19위), BMK의 '꽃피는 봄이 오면'(22위), 거미의 '아니'(24위), 휘성의 '일년이면' 등 요즘 기준으로 보면 가뭄에 진짜로 콩 났다.
2006년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SG워너비가 '내사람'으로 1위를 차지하는 등 2년 연속 음원킹에 올랐다. 노래 잘 하는 여성보컬그룹 가비엔제이의 'LOVE ALL'이 5위, 바이브의 '그남자 그여자'가 8위, 씨야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13위, 노을의 '전부 너였다'가 19위, 그리고 고 김성훈이 활약했던 거북이의 '비행기'가 20위에 오른 것은 이 해 보컬그룹이 사랑을 받았다는 대표적인 증좌다.
보컬을 내세운 솔로가수들도 점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백지영의 '사랑안해'가 2위, 성시경의 '거리에서'가 10위, 하동균의 '그녀를 사랑해줘요'가 11위, 임정희의 '사랑아 가지마'가 14위, 장혜진의 '마주치지 말자'가 15위, 이승철의 '소리쳐'가 23위. 이들의 활약은 2007년 비주얼과 왕성한 TV 활동, 여성팬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솔로가수들'의 활약과는 분명 달랐다.
2007년 = 솔로가수, 아이돌그룹 등장 이전의 터줏대감
2007년은 아이비 이효리 등 솔로 여자가수들과 이기찬 이루 박효신 테이 등 솔로 남자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였다. 이기찬은 '미인'으로 연간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아이비는 '이럴거면'과 '유혹의 소나타'로 2, 3위, 이루는 '흰눈'으로 8위, 박효신은 '추억은 사랑을 닮아'가 9위, 신혜성은 '사랑..후에'로 10위, 윤하는 '비밀번호 486'으로 13위, 이효리는 '톡톡톡'으로 27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해 수많은 아이돌그룹이 데뷔하면서 가요계 진군을 예고했다. 빅뱅의 '거짓말'이 15위, 원더걸스의 'Irony'와 'Tell Me'가 25, 26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72위. 그랬다. 이들의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2008, 2009, 2010, 2011년 = 소녀들, 대한민국을 호령하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아니 2012년 지금까지도) 걸그룹의 위세는 대단했다. 언제나 해마다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리고 간발의 차이기는 하지만 보이그룹보다는 언제나 한발 앞서나갔다. 삼촌팬들은 누나팬들보다 힘이 셌다.
JYP의 원더걸스는 'So Hot'과 'Nobody'로 2008년 1위와 4위, SM의 소녀시대는 'Gee'로 2009년 1위, YG의 2NE1은 'I Don't Care'로 2009년 2위, JYP의 미쓰에이는 'Bad Girl Good Girl'로 2010년 1위, 코아콘텐츠미디어의 티아라는 'Roly-Poly'로 2011년 1위를 차지했다.
소녀시대는 계속해서 '소원을 말해봐'로 2009년 16위, 'Oh'로 2010년 6위, 'Run Devil Run'으로 2010년 22위, 'The Boys'로 21위를 차지하는 등 톱 걸그룹으로 자리잡았다. 2NE1 역시 'Fire'로 2009년 8위, 'Go Away'로 2010년 10위, '내가 제일 잘나가'와 'Ugly'로 2011년 3위와 7위를 차지하는 등 대표 걸그룹으로 자리잡았다.
이들만이 아니다. 2008년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L.O.V.E'가 3위, 쥬얼리의 'One More Time'이 12위, 2009년엔 포미닛의 'Hot Issue'가 20위, 애프터스쿨의 'Diva'가 22위, 2010년엔 카라의 '루팡'이 11위, 포미닛의 'Huh'가 20위, 2011년엔 씨스타의 'So Cool'이 6위, 시크릿의 '별빛달빛'이 15위, f(x)의 'Hot Summer'가 16위에 오르는 등 그야말로 걸그룹 전성시대를 열었다.
2011년 가요계 틈새가 벌어지다..그것도 아주 큰
걸그룹이 호령하던 2011년에 마침내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티아라의 'Roly-Poly'가 1위,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가 3위, 씨스타의 'So Cool'이 6위를 차지하는 등 걸그룹의 기세는 여전했지만 기획형 노래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대거 진입한 것. 그리고 그 주인공은 MBC '나는 가수다'와 '무한도전', 그리고 엠넷 '슈퍼스타K3'였다.
'나가수'는 비록 이 해 연간 음원차트에서 김범수의 '끝사랑'이 19위에 오르는데 그쳤지만 사회적 여파는 대단했다. 일요일 방송이 끝나면 윤도현 임재범 김연우 이소라 박정현 등 '나가수' 출연가수들의 리메이크 음원은 곧바로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패턴이 한동안 계속됐다.
'무도 서해안 고속도로가요제'는 TV 예능이 탄생시킨 기획형 노래의 폭발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박명수와 지드래곤의 GG가 부른 '바람났어'가 2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처진달팽이(유재석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가 18위, 바닷길(길 바다)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67위, 파리돼지앵(정형돈 정재형)의 '순정마초'가 76위에 오른 것.
아마추어 가수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슈스케3'도 이러한 가요계 틈새를 제대로 파고들었다. '슈스케3' 우승팀인 울랄라세션의 '서쪽하늘'이 22위, 준우승팀인 버스커버스커가 23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투개월의 '여우야'가 35위에 올랐다. 이들은 2012년 들어서도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첫사랑' '여수밤바다'가 4월 1~3위, 울랄라세션의 '아름다운 밤'이 12위에 오르는 등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2012년 상반기..개가수, 가요시장에 도전하다
어감은 좀 이상하지만 올 해 상반기에는 현직 개그맨들의 가요 도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용감한 녀석들' 코너를 진행중인 용감한녀석들(신보라 정태호 박성광 양선일)이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로 3월 25위를 차지한데 이어 'I 돈 Care'로 4월 24위에 올랐다. 이들 중 신보라는 최근 SBS드라마 '유령' OST로 솔로곡 '그리워 운다'로 15일 오전 8시 현재 실시간음원차트 4위를 달리고 있다.
정형돈이 래퍼 데프콘과 함께 한 그룹 형돈이와 대준이도 강세다. 5월에 선공개 형식으로 발표한 '올림픽대로'가 인기를 끈 데 이어 미니앨범 타이틀곡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가 15일 5위에 랭크됐다. '올림픽대로'는 47위. 또한 지난해 UV로 맹활약한 유세윤은 솔로곡 '예술이야'를 발표, 이날 현재 64위를 달리고 있다. 이밖에 정준하가 '무한도전 나름가수다'에서 부른 '키 큰 노총각 이야기'는 1월 월간차트에서 7위를 차지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