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로커' 김경호(42)는 두 얼굴의 남자다. 무대에선 거칠고 강렬한 '상남자'가 따로 없지만, 사석에선 의외의 부드러운 구석도 있는 '국민언니'가 된다. 그는 어떤 게 실제 모습이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둘 다 진짜 내 모습"이라며 트레이드마크인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
불혹을 넘긴 20년차 록 스타의 분위기는 2년 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성대 결절과 희귀병으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그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며 여유를 되찾았다.
그 사이 결혼을 약속한 일본인 여자친구도 생겼다. 이러한 삶의 변화는 그의 음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듯하다. 최근 정규 10집 '공존-파트1 선셋'을 들고 온 그는 "이젠 록 음악을 하는 가수와 팬도 편협한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중가요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차분할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다른 음악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면서도 록에 대한 애정은 20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연륜 만큼이나 깊었다. 팬들을 향해 "록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은 깨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디지털음원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때에 앨범을 냈다. 그것도 4년 만에 내놓은 정규앨범이다. 소감은.
▶정규를 낸다고 했을 때 다들 미쳤다고 말렸다. 하지만 그냥 싱글을 내기엔 죄송스러웠다.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신생 팬도 많이 생기고, 그동안 기다려 주신 팬들에게 단발적인 활동보단 소장하고 저장할 수 있는 개념에 앨범을 준비하고 싶었다. 19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도 있고, 감사함의 뜻도 담겼다.
-이번 앨범은 예전과 여러모로 다른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타이틀곡 '사랑이 들린다면'에선 특유의 강렬한 샤우팅 창법을 절제했다. 익숙하지 않은 신진 작곡가들도 눈에 띈다.
▶십수년간 같은 음악만 해오다 보니 스타일 자체가 80~90년대 메탈스타일이나 록발라드 넘버들이 많았다. 그 고집에서 벗어나려 변화를 시도하면 그것도 매번 같은 반복이었다. 그러다 보니 신진 작곡가를 쓰게 됐다. 같은 발라드 넘버라도 멜로디 라인이나 기타연주 스타일에 변화를 주면 모던한 사운드가 나올 수 있다. 그 간의 음악을 기대했던 팬들에겐 아쉬울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의 귀도 열리게 하기 위해선 작품자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규10집 '공존'은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아직 파트2는 아직 발매가 안됐는데.
▶원래는 지난해 가을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일정이 너무 바빠져서 늦어졌다. 수록곡 11개 중 록발라드 분위기의 곡들을 파트1에 넣었다. 파트2는 빠른 비트의 록 앤 롤 음악이 될 것이다. 현재 30%정도 작업이 된 상태다. 늦어도 여름에는 나올 것 같다.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덕을 많이 봤다. 달라진 점은.
▶첫 경연에선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두 번째 무대가 가장 떨렸던 것 같다. 다행히 1등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총 14번의 경연을 마치니 3개 투어 콘서트가 어느덧 14~15개로 불어 있었다.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말을 많이 하거나 풀어가는 스타일이 아닌데 인터뷰를 많이 하면서 카메라 울렁증도 줄었다.
-방송에 자주 나오면서 '국민언니' '국민 로커' 등 친근한 이미지를 많이 얻었다.
▶'나는 가수다' 경연에 임하면서 자연스레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헤이 헤이 헤이' '밤차' 등 경쾌하고 발랄한 노래에 춤도 추면서 선입견을 깨뜨렸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 평소의 모습도 무대와 180도 다르다. 두 형제 중 막내라 나이에 비해 애교도 있는 편이다. 약간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면도 있긴 하다. 무대에선 '상남자' 내려오면 '국민언니'인 것 같다.(웃음)
-'나는 가수다' '탑밴드' 등에 출연하면서 콘서트 투어도 병행했는데.
▶데뷔 이래 처음 미주투어를 해 봤다. 솔직히 제의를 받고 많이 놀랐었다. 밴드도 함께하는 공연이라 정말 재밌었다. 관객이 안 찰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오셨다. 교민들한테 정말 고마웠고, 당시 컨디션도 좋았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식 공연은 아니겠지만 조만간 일본에도 한 번 공연을 다녀올 것 같다.
-'톱 밴드'에서는 초반 다른 심사위원과 의견 다툼이 많았다.
▶심사위원들 중에서도 유독 내가 많이 논란이 됐다. 실제 2~3주간 말도 못하고 되게 힘들었다. 밴드 출신도 아니라 안 좋은 시선이 있었고, 실력보단 단번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감각적인 팀을 뽑으려 했는데 그게 부정적으로 비춰진 것 같다. 인디밴드가 공중파에 나온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 꼽았고, 결국 그렇게 뇌리에 남은 팀들이 8강, 4강에 다 올라갔다.
-록에 대한 자존심 문제로 과거 박완규와도 마찰이 있었는데.
▶(박)완규와는 서로의 보컬이 마음에 들어 친해지게 됐다. 자신의 록 음악에 대한 자존심이 매우 강한 친구였는데 그게 너무 싫었다. 록 장르 외에 다른 장르의 음악은 부정적으로 보고 편식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 같았다. 완규도 이젠 스스로 그런 생각을 깼기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수 있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는 어떤 분인가. 결혼 계획은.
▶일반 직장을 다니는 일본인 친구다. 지인을 통해 소개 받았고 처음엔 한국 사람이 아니라 많이 조심스러워 했다. 특유의 나긋나긋함이 있지만, 공과 사에 있어선 철저하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못 보는 시간이 많을 때도 스트레스를 주거나 하지 않는다. 늦어도 올 가을에는 (결혼을) 하려고 한다. 자꾸 미뤄져서 여자친구와 어르신들한테도 미안하다. 혹여나 폐가 될까봐 자세한 얘기를 하기 꺼려지는 것도 있다.
-향후 활동 계획이나 목표,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지.
▶예전엔 쫒기듯 앨범을 냈는데 이번엔 상당히 편한 마음으로 앨범을 냈다. 의욕적이면서 설렌다. 아주 큰 반향까지는 아니어도 기대했던 만큼 충족될 거라는 확신은 있다. 40대인 지금도 공연을 하고 기획을 하고 있어 이러한 상황만으로도 감사하다. 이 분야에서 자기 지조를 지키며 50대에도 이어갈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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