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만화 '독고탁' 시리즈로 유명한 이상무(본명 박노철) 화백이 3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경북 김천 출생인 故이상무 화백은 1963년 고교 재학시절 대구 '영남일보' 어린이 지면에 주 1회 네 칸 만화를 연재했다. 이듬해에는 상경해 박기정, 박기준 작가의 문하에서 만화를 배웠다.
이후 1966년 잡지 '여학생'에 연재된 '노미호와 주리혜'를 박기준 작가에게 이어받아 '이상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1971년 '주근깨'에 처음 등장한 '독고탁'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이후 거의 모든 작품에서 독고탁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고인은 "만화계가 큰 변화를 겪으면서 신인작가들이 많이 등장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대다수의 신인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는데, 그 와중에도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독고탁'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한 바 있다.
1976년부터 '소년중앙'에 야구만화인 '우정의 마운드'를 연재했고, 후속작 '비둘기 합창'은 우리 시대 가족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한편 독고탁의 형 봉구는 권투선수로 활동했다.
고인이 1978년부터 '어깨동무'에 연재한 '울지 않는 소년'은 축구만화였고, 1981년부터 연재한 '아홉 개의 빨간 모자'는 야구만화다. 여기에 1982년 '소년한국일보'에 연재한 야구만화 '다시 찾은 마운드'는 만화영화로도 제작됐다.
1980년대 성인 만화 잡지가 탄생하자, 성인만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기도 했다. 대표작은 '만화광장'에 연재한 '포장마차'다. 소년에서 어른이 된 독고탁을 만날 수 있는 멋진 만화였다. 1990년대 초부터는 '스포츠조선'에 연재를 시작한 '싱글로 가는 길' 이후 '불타는 그린' '운명의 라스트 홀' 등 골프만화를 연이어 발표했다.
만화평론가인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박인하 교수는 "이상무 작가는 박기정, 기준 작가의 계보를 이어가는 한국 서사만화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했고, "가족의 가치와 스포츠를 통한 감동과 성장을 드러내는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충호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은 "나를 비롯한 동년배 만화가들이라면, 아니 70~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독고탁과 친구로서 시간을 공유했을 것이다. 이상무 화백의 부고를 듣고 한 시대가 저무는 아픔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족으로 아내 박정화 씨와 딸 슬기 씨, 사위 이상종 씨가 있다. 발인 5일 오전 11시. 서울대병원장례식장 2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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