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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휴지에 담긴 특별한 배려..동티모르가 건넨 따뜻함

물·휴지에 담긴 특별한 배려..동티모르가 건넨 따뜻함

발행 :

오지연 한신대학교 정보통신학부

[PAS 청년 해외봉사단 20기 동계 봉사활동 보고서]

태평양아시아협회(PAS)가 1월중 5개국 6개팀(베트남,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 인도네시아 국립대, 태국, 우간다, 동티모르)의 제 20기 동계 월드프렌즈 청년봉사단을 파견, 각국에서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능교습 및 문화교류 활동을 전개했다. 스타뉴스는 동계방학기간을 활용하여 문화교류의 일선에 나선 대학생 봉사단원들의 현장 체험을 그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소개한다.


홈스테이장소인 클라라의 동네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한때.
홈스테이장소인 클라라의 동네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한때.

“보아 따르데! (좋은 점심)”


PAS 청년 봉사단 '딜리로 나르샤' 팀은 2017년 1월3일 출국하여 1월4일 동티모르 딜리에 도착하였다. 우리가 3주간 봉사활동을 할 곳은 한국에 서울대학교격인 UNTL(동티모르 국립대학교)였다.


하계 몽골 해외봉사에 이어 두 번째 봉사활동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한국에서의 편안한 삶을 그리워하며 숙소에 에어컨이 있길 바랐고 샤워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런 기대를 애써 마음 한 켠에 구겨놓고 도착한 숙소는 내가 예상한 것과 달리 쾌적했고 샤워시설 또한 좋았으며 바다가 바로 앞에 있어 경치도 아름다웠다.


몽골과 동티모르 둘 다 물 부족 국가였지만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와서 물을 사용했던 몽골과 달리 동티모르는 가끔 물이 나오지 않아 작은 세숫대야 하나로 샤워를 한 일 빼고는 숙소 화장실에서 물이 나와서 물 부족 국가임을 느끼지 못했다. 큰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물 부족 국가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 채 봉사활동을 진행했고 현지 분들도 우리와 같은 삶을 산다고 생각했다. 봉사 활동을 하며 문화 체험 시간에 동티모르 역사를 탐방하는 시간도 갖고 UNTL 학생들과 많은 대화도 하며 나는 동티모르와 현지인의 삶에 대해 잘 알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동티모르에 온 지 11일차인 1월 15일 문화교류의 일종으로 국립대학교 학생들에 집에서 1박2일간 홈스테이를 하며 현지인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홈스테이를 가는 길에 나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전쟁이 끝난 직후 살기 힘든 동티모르에 진짜 모습을 보았다. 그동안 내가 본 동티모르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옷을 입지 않고 있었고 신발 또한 신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집은 굉장히 허름했다. 역사 교과서를 통해 본 60년대 우리나라를 보는 듯했다.


그동안 내가 본 동티모르 모습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어서 물어보니 우리 숙소 주변은 굉장히 안전한 지역이며 깨끗한 곳이라고 하였다. 현재 동티모르는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여서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 홈스테이를 할 때 절대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주의를 받았다. 그렇게 새로운 동티모르에 모습을 마주하며 홈스테이 장소에 도착하였다.


부족한 것이 많은 나라 동티모르, 하지만 정만은 흘러넘쳤다.
부족한 것이 많은 나라 동티모르, 하지만 정만은 흘러넘쳤다.

내가 홈스테이를 하게 된 집은 클라라(Clara)네 집이었다. 클라라네 가족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클라라네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들도 우리를 매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kuirambu, kulu sona, torta 등 전통과자와 빵을 준비해 주셨고 우리는 간단한 간식을 먹고 동네 아이들과 논 후 저녁 식사를 하였다.


동티모르는 인구의 98%가 가톨릭인데 클라라네 가족 또한 가톨릭이었다. 저녁을 먹기 전 감사 기도를 하였고 그 기도의 내용은 평화가 지속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기도의 내용을 들으니 괜스레 마음 한편이 짠해졌다. 가족분들은 우리가 불편해할까 봐 신경을 많이 쓰셨다. 동티모르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집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다니는데 우리가 불편해할까 봐 우리에게 집안에서도 계속 신발을 신으라고 권유하시는가 하면 우리를 위해 젓가락도 준비해주셨다.


저녁메뉴는 흰밥과 Aifarinha daan , fehuk daan 외 여러 가지 전통 음식들이었다. 몽골 전통음식은 우유 냄새 때문에 입에 맞지 않아 먹기가 힘이 들었었다. 그래서 동티모르 전통 음식도 입에 맞지 않을까 봐 걱정을 하면서도 '가족분들 실망시키지 않게 맛있게 먹어야지'라는 다짐을 하고 먹었다. 다행이었다. 동티모르 음식은 한국 음식과 굉장히 비슷했고 fehuk daan는 우리나라 고구마랑 똑같은 맛이 났다.


저녁식사 후 귀한 손님들이 왔다며 동네 주민분들께서 다 나와서 우리를 환영해 주셨다. 환영을 받으며 동네 주민들과 클라라네 가족과 함께 한국의 놀이와 노래를 부르고 동티모르 전통춤을 췄다. 즐겁게 논 후 더운 날씨 탓에 땀이 많이 나서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 아뿔사! 그동안 우리가 생활한 숙소는 엄청나게 좋은 시설임을 깨달았다. 샤워기가 없었고 바가지로 샤워를 해야 하는 곳이었으며 변기 또한 재래식으로 물을 내리는 버튼이 없고 대신 물을 퍼서 변기에 부어 물을 내리는 구조였다. 몽골에서 보다 더 좋은 숙소를 사용하고 있고 UNTL 학생들 중 생활수준이 좋은 학생들을 선발해서 홈스테이 집을 배정했다는 것을 듣고 당연히 몽골에서의 홈스테이보다 시설이 더 좋을 줄 알았다.


당연히 몽골 생활이 떠올랐다. 몽골에서 나는 홈스테이를 가기 전까지 학교 기숙사 시설이 좋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고 우리가 풍족하게 물을 쓰고 있다는 생각도 못했었다. 그러나 홈스테이를 하며 우리는 물 부족 국가인 몽골에서 너무 큰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학교 기숙사는 5성급 호텔임을 깨달았다. 홈스테이에 가서 더 좋은 생활을 누리고자 했던 나 자신이 한심해졌었던 기억이 있다.


몽골에서의 홈스테이 일화다. 아이들과 논 후 양치를 하러 갔다. 아이들이 양치하는 곳이라고 설명한 그곳은 처음에 소가 먹는 물이라고 설명한 그 물이었고 그 물 마저도 우리 셋이 평소대로 양치를 하기에는 부족한 양의 물이었다. 물 양을 보고 우리는 평소보다 적은 양의 물로 셋이 나눠서 양치를 하였고 손과 발은 물티슈로 닦았다. 홈스테이에 와서 나는 몽골 아이들이 안 씻는 것이 아니라 씻고 싶어도 못 씻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제서야 미안해졌다.


사진

동티모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우리가 동티모르 사람들과 같은 생활을 하며 현지에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홈스테이를 통해 깨달았고 그제서야 동티모르의 현실을 볼 직시할 수 있었다. 현지인들의 삶의 한 단면을 소개하면 이 나라 사람들은 휴지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 닦고 그 물로 용변을 내린다. 역시 홈스테이를 가서 알게 된 사실이다. 홈스테이 가족분들께서 우리에게 휴지를 주길래 원래 휴지를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 휴지를 준비하셨고 화장실에 휴지통을 구비해 두신 거였다.


만약 홈스테이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동티모르의 문화에 대해 알지 못했을 뻔 했다. 또한 나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교육봉사를 영어로 진행해 왔고 UNTL 학생들과는 영어로 소통하는데 문제가 없어서 동 티모르의 언어인 테툼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홈스테이를 가니 가족분들은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셨고 가족분들께서 너무 잘해주셔서 많은 말을 나누고 싶었지만 클라라의 통역이 없었으면 대화를 도통 할 수 없는 상황였다.


가족분들은 동티모르에서 귀빈이 오면 준다는 타이스(Tais)도 주셨고 홈스테이 이후 동티모르의 특산품인 커피를 주러 우리 숙소에 따로 방문하시기도 했다. 우리가 준비해간 작은 손편지와 조그마한 액세서리에도 감동 받아 하시는 모습에 더 좋은 선물을 드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아쉬움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던 홈스테이였다. 몽골과 동티모르 두 개의 나라에서 나는 홈스테이를 하며 현지인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홈스테이는 단순한 문화교류를 넘어서 해외봉사 활동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이 처음 동티모르 파견인데 앞으로 더 많은 청년봉사단들이 동티모르에 방문해 동티모르 학생들과 좋은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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