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이상, 지금이라면 최고의 래퍼가 되지 않았을까요?"
시인 이상의 연작 시 '오감도'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된 창작뮤지컬 '스모크'가 3일 프레스콜을 진행했다.
뮤지컬 '스모크'는 글을 쓰는 고통과 현실의 괴로움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남자 초(超),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년 해(海), 이 두 사람에게 납치당한 여자 홍(紅). 이 세 사람이 아무도 찾지 않는 폐업한 한 카페에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이상의 천재성,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의 불안과 고독, 절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고 싶었던 열망과 희망을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 상징적으로 작품에 표현했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재연에 들어가면서 대사를 다듬고 거의 전 곡을 편곡해 새로운 무대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초(超)' 역에 김재범, 김종구, 김경수, 임병근, '해(海)' 역에 박한근, 황찬성, 윤소호, 강은일, '홍(紅)' 역에 김소향, 정연, 유주혜 등 원년멤버에 새로운 얼굴들이 더해졌다.
이날 프레스콜에서 총 20개 넘버 중 9개 넘버가 소개된 가운데,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이상의 시와 소설이 바탕이 된 문어체 가까운 대사와 가사들, 격렬하데 대립하면서 또한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는 모습을 열정적으로 표현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아이돌그룹 2PM 출신인 황찬성은 지난해 일본에서 뮤지컬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스코크'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 뮤지컬 무대에 섰다. 그는 일본에서 출연했던 첫 뮤지컬 '알타보이즈'를 연출한 추정화 연출과의 인연으로 '스모크'를 하게 됐다며, 처음 받은 대본을 그 자리에서 3번을 읽었을 만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황찬성은 관객들의 까다로운 평가로 이름난 작품에 합류한 데 대해 "일본에서 이전에 해서 그런지 큰 부담감은 없었다"면서도 "연습을 하면서 이상 시인처럼 신랄한 질타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것도 연기냐~"라며 극중 대사를 인용했다.
황찬성은 "걱정은 됐지만 연기도 재미있었고 너무 떨 정도는 아니었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었다. 어떤 반응이 올까 하는 기대와 긴장감이 있었다"며 "저만의 해를 찾는다기보다는, 제가 이해해서 제가 느낄 수 있는 감정선을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동양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서 메리 로버트 역을 맡아 화제가 됐던 김소향은 '스모크'에서 홍 역을 맡아 새롭게 재연에 합류하면서 "오랜만에 대학로에 서서 걱정도 했다. 좋은 배우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아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소향과 함께 배우 정연, 유주혜가 홍 역을 맡아 열연 중인 가운데 김소향은 "홍의 포인트는 이 각자 다른 세 사람이 홍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느냐, 그로 인해서 초와 해가 어떻게 치유되는지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저희가 해와 초를 대하는 방식, 말투, 노래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 그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해 역에 합류한 박한근 또한 "제가 시인 이상보다 10살여가 더 많지만 사진을 보거나 사람을 볼 때 나이가 보이는 건 아니지 않나. 나이가 전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 "실존인물, 희대의 천재를 분석하다보니까. 힘들었지만 배우에게는 숙제가 많다는 게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다같이 토론하면서 열심히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2016년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7년 초연, 이번 재연까지 함께하게 된 초 역의 배우 김경수는 "3번째 무대가 바뀌어 매번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매번 의미를 찾는다"며 "재연이 제일 좋다. 가장 좋아하는 곡이 돌아와서 너무 기쁘다"면서 "초가 조금이나마 웃으며 '날개'를 부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귀띔했다.
추정화 연출은 "사실 단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체화 시각화 현실화 하는 데 있어 제가 생각한 것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늘 거울을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며 이번 재연은 무대 전체가 거울이라 생각했다고 차별점을 짚었다. 또 초연에서 없었던 노래가 추가되고 홍의 캐릭터가 확실해지면서 마무리 또한 달라지게 됐다고 귀띔했다.
추정화 연출은 시인 이상에 대해 "제가 그분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까도 까도 새롭다"면서도 "지금 계셨다면 최고의 래퍼가 되셨을 것 같다. 현란한 말의 향연을 펼치셨을 것 같다. 저는 한 마디로 그를 '용사'라고 부르고 싶다. 그의 삶은 그렇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글-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한다는 글을 읽을 때 한계점을 넘어선 무한대가 질주하는 힘을 느꼈다. 그래서 '스모크'를 쓰고 싶었나보다"라고 덧붙였다.
한층 풍성하고 새로워진 뮤지컬 '스모크'는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오는 7월 15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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