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배우 부부 김소현(43) 손준호(35)는 뮤지컬 '명성황후' 23주년 공연의 대미를 관객들과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김소현 손준호 부부는 '명성황후'에서 각각 명성황후와 고종 역을 맡았다. 이 공연은 지난 3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했다. 이어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무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11개 주요 도시에서 공연한 '명성황후'는 조선 제26대 왕 고종의 비이자 대한제국의 첫 황후였던 명성황후 삶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명성황후'는 1995년 초연을 시작으로 23년간 꾸준히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온 한국의 대형 창작 뮤지컬이다. 올해는 실제 부부인 김소현 손준호 부부가 극중 부부로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3주년 공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명성황후'의 주인공 김소현, 손준호를 스타뉴스가 만났다.
-성남에서 '명성황후' 23주년 공연을 마무리 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김소현(이하 김)▶ 성남에서 공연이 이번 시즌 마무리가 됐네요. 원캐스트라는 게 부담이었죠. 특히 이번 시즌을 마무리 하는데 큰 짐을 진 것 같아요. 타이틀롤 원캐스트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런 게 부담이 더 돼요. 이번 성남 공연은 일주일인데, 하루에 2회 공연이 있는 날도 있어요. 잘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관객들 앞에서 실수 없이 완벽한 무대를 선사하고 싶고요.
손준호(이하 손)▶ 저 역시 소현 씨랑 공연 잘 마무리 하려고 해요. 올 시즌 마지막이니까요. 관객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해요.
-부담이 되는 타이틀롤이지만 남편이 함께해 앞서 무대는 힘이 됐을 것 같아요.
김 ▶ 그럼요. 사실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무대에 올라가면 목소리가 안 나올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손준호 씨가 "준비 잘 했잖아"라면서 앵무새처럼 끊이지 않고 말을, 응원을 해줬어요.
손 ▶ 무대에서 첫 노래를 마무리하면 제가 암전이 있어요. 그때 소현 씨가 저한테 묻는 말이 "잘 했어?"였어요. 그럼 제가 또 "잘 했어"라고 "걱정하지 마"라고 하죠. 그걸 한 30번은 반복했어요. 그래도 물어볼 때마다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응해줘요. 무대는 서로 의지하려고 하고 힘이 되어주려고 했어요. 서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좋지 않았나 싶어요.

-명성황후 역을 3년 만에 다시 하게 됐는데, 예전과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김 ▶ 전과는 확실히 다르죠. 2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저 또한 인생 경험도 많이 했으니까요. 저번 시즌은 외향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많이 치중했었죠. 말 그대로 쇼였죠. 이번에는 내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약할 때는 강할 때 강하게, 약할 때 약하게, 여자 같아야 할 때는 천상여자 같이. 그렇게 보여주려 했어요. 그래서일까요. 저번 시즌에는 박수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눈물 흘리고 공감했단 반응이 많았죠.
-손준호 입장에서 아내가 아닌 상대 배우로 김소현을 만난 느낌은 어땠나요.
▶ 좋았죠. 상대 배우를 많이 배려해 줘요. 또 쉼 없이 노력하고, 연습하는 모습을 봤어요. 편하고 기댈 수 있었어요. 이번에도 좋은 점을 정말 많이 봤죠.
-명성황후 못지않게 고종 역할을 표현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을 터. 어려움은 없었나요.
손 ▶ 고종, 그 시기에 살았던 사람 중 가장 힘든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주변에 어떤 상황을 봐도 고민이었을 것 같아요. 마지막에 신세 한탄까지는 아닌데, 왕족들에게 감정을 쏟아내는 말들이 있어요. 그 대사를 소화하면서 고종이 어떤 기분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억압되어 있다가, 나중에 정말 죽어서 하늘나라에서 울분을 토하게 되는 아픈 사람 중 한 명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런 기분들을 담고자 했죠.
-아내 김소현이 아닌 선배로 손준호의 고종 역할은 어땠나요.
▶ 어떻게 표현할까 싶었어요. 사실 불신했죠. 늘 발랄하고 쾌활한 모습만 봤는데, 고종 역할을 한다고 하니까 어떻게 해석할지 걱정됐어요. 그러다 정말 놀란 게 몸 안에 고종이 들어왔다는 걸 느끼게 됐죠. 나름의 해석도 해서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아,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는 생각을 했죠.
-김소현은 유독 고민, 걱정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악플엔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 하나요.
김 ▶ 예전에는 악플을 보면서 울었죠. 지금은 '아, 내가 그랬구나'라는 반성을 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이번 무대를 보러오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잊지 않고 찾아와 주시니까 나름 책임감도 많이 느끼게 됐죠. 또 제가 SNS를 통해 메시지를 주시는 분들께 답도 해요. 그게 정말 좋더라고요. 관객과 배우가 아닌, 서로 사람으로 만나니까 좋더라고요.
손 ▶ 저도 가끔 소현 씨한테 SNS로 말을 거는데, 저한테는 답을 안 해주더라고요. 서러워요.

-"서럽다"고 한 손준호. 이번 '명성황후' 공연을 하면서 아내에게 서운한 점은 없었나요.
▶ 서러운 것보다는 당황스러웠던 게 있었죠. 극 중 명성황후랑 마주칠 때 저한테 미안한 분위기를 해야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던 적이 있었어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혼자 변하니까 당황스러웠죠. 그 때는 소현 씨가 워낙 SNS를 한창 할 때라 이야기를 못 했고, 이번에 하게 되네요. 하하하.
-금슬이 참 좋아보이는데, 비결이 무엇인가요.
손 ▶ 소현 씨가 저를 굉장히 좋아해서요.
김 ▶ 준호 씨가 워낙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쳐요. 변함이 없죠. 한 번은 공연을 하는 스태프가 준호 씨의 넘치는 에너지를 두고 저한테 "누나보다 좋아요"라고 했는데, 되게 좋더라고요. 사실 극중 맡은 역할 때문에 점잖게 있으면 좋겠다고 잔소리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의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주는 분이 있으니 제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고마워요.
-무대에 함께 서게 되어 좋기도 하겠지만 육아, 가사 문제가 고민일 것 같아요.
김 ▶ 성남 공연은 다행히도 시댁이 가까워요. 공연장에서 세 정거장만 가면 시댁이에요. 시댁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계시죠. 이번 공연 기간에는 시댁에서 왔다갔다 하려고 계획 잡았어요.
손 ▶ 그래서 부모님 집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어요. 화장실까지 고치고 있죠.
-시댁, 남편 그리고 관객으로부터 아낌없는 응원을 받는 김소현. 시즌 마무리 중에 광복절에 공연도 있다. 요즘 부쩍 역사 재해석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기분이 묘할 것 같아요.
▶ 여느 공연 때와는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명성황후에 대한 해석이 많으니까요.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일제강점기)는 우리에게 아픈 역사잖아요. 열강 사이에 끼인 우리나라의 슬픈 운명이란 대사가 있는데, 제 가슴에도 많이 와 닿았어요. 마음 아프죠. 개인적으로는 우리끼리 역사를 가지고 싸우지 않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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