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갑상선암 의심 진단을 받았던 배우 차지연(39). 그는 치료를 전념하기 위해 모든 공연에서 하차한 후 휴식기를 가졌다. 1년 후 활동을 재개한 그녀는 동시에 '더 데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젠더 프리로 캐스팅됐다. 그 중에서 연극 '아마데우스'는 그에게 도전이자 축복이었다.
'아마데우스'는 지난해 11월 17일 개막해 지난달 28일 막을 내렸다. 동명의 영화로 잘 알려진 연극 '아마데우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차지연은 극중 살리에리 역을 맡았다. 살리에리는 신에게 선택 받지 못한 평범함에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하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했던 인물이다.
차지연은 '아마데우스'를 통해 젠더 프리 캐스팅 선두주자가 됐다는 말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연출자로부터 옷을 입은 듯 색깔이 입혀졌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아마데우스'를 마친 차지연은 SBS 드라마 '모범택시'로 컴백한다. '모범택시'는 그에게 있어서 10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이기도 하다.

-연극 '아마데우스'를 마친 소감은?
▶ 요즘 하루 하루 기쁘고, 감사하고 설렌다. 오래 전부터 뮤지컬을 하면서 마음 속으로 꿈꿨던 배우로서의 행보가 제가 생각했던 길, 방향으로 잘 가는 것 같다. 한편으로 감사하고 다행이다.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서 잘 해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꿈꾼 배우는 어떤 모습인가?
▶ 제가 2006년에 데뷔했다. 길다면 길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시험해볼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 안전하게 가야하는 게 맞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하는 그런 작품들이 많지 않았다. 다양한 색깔에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비슷한 분위기의 역할은 연달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철칙이었다. 최대한 앞뒤 작품을 선택할 때 서로 다른 스타일로 완전히 다른 색깔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신경을 썼고, 그렇게 해왔다. 이러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여배우라는 이름에 가둬놓기 보다는 배우로서 살고 싶었다. 다양하게 쓰임을 받고 싶었다. 다양한 저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곳에, 새로운 모습들로 이미지를 다 깨부수고 싶다. 끊임없이 신중하게 잘 걸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아마데우스'에 젠더 프리로 캐스팅 돼 공연을 끝냈는데.
▶ 어쩌다 보니 젠더 프리 캐스팅 선두주자가 된 것처럼 됐다. 노렸다기 보다는 연출님께서 어떤 작품이든지 믿고 맡겨주신다.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시대, 배경, 여자, 남자 캐릭터를 다 떠나서 저를 생각해주시고, 염두해주신 것 같다. 그리고 믿고 맡겨주신다. 이건 배우로서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 쉽게 도전 해볼 수도 없고, 상상만 하거나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작품들의 역할들에 저를 뮤지로 생각해주신 것 같다. 연출님께서 저에게 수많은 색깔을 입혀주셨다. 저도 몰랐던 제 안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면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건 최고의 축복인 것 같다.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인해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 어렵다기 보다는 걱정이 된 부분은 있었다. 젠더 프리 캐스팅에 대한 도전들을 좋아하고 용기를 내서 하고 있지만 저 역시 함부로 모든 작품의 젠더 프리를 다 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젠더 프리의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될 수 있으면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굳이 이걸 꼭 여배우가 했어야 했나'라고 생각이 들거나 위험성이 있는 것들을 신중하게 심도있게 정말 오랜 기간 생각한다. 아주 많이 고사했지만, '아마데우스' 역시 굉장히 오래 생각했다.
운명처럼 만나지게 되고 막다른 길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 '아마데우스'를 하게 됐다. 저의 도전들이 신이 나고, 두근 두근거리는 일이지만 관객분들이 봤을 때 거리검이 느껴진다면 저의 문제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에 큰 방해를 준다. 그게 무섭고 두려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더 연습에 매진했다. 어떻게든 공감이 가고, 설득력 있게 (그려내) 관객들이 함께 따라와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자 정말 많이 생각하고 연구했다. 제 나름대로 말이다. 물론 연출님과 함께 했다. (웃음)
-젠더 프리 캐스팅의 재밌는 점이 있다면?
▶ 남자 배우의 파워풀함과 동시에 여자 배우로서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것들을 적절한 위치에 퍼즐을 마추듯 입체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재밌더라. 남성과 여성이 하나로서 환상적으로 조화롭게 부각시킬 수 있는 매력적이라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살리에리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 이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살마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충분히 아름답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잘해왔고, 잘해내고 있고 잘 해낼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 뿐만 아니라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을 포함해서 살리에리의 마음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초라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누군가를 만날 때, 어떤 일을 겪었을 때, 일을 해낼 때 등 그 모든 과정, 삶을 살아가는 것들 안에서 느끼고 싶지 않아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비교하게 되고 자존감이이 자꾸 낮아지고 스스로 초라하게 생각하고, 나를 자꾸 자학하고 괴롭히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도 있다. 강요 당하는 상황에도 많이 놓인다.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의 나약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나 또한 똑같다.
후배들이나 무대를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면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위치이기도 하다. 욕심이라기 보다는 저한테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한다. 이건 배우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소심해지는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게 없지?'라는 생각에 스스로 자존감을 낮추게 된다. 그런 부분이 살리에리와 저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천재적인 사람인데 가엾더라.
-본인의 무기이자 강점은 무엇인가?
▶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저만의 무기는 연습 때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작품을 대하는 태도다. 허투루 하지 않는다. 열정, 성실함 등 연구하기 위해 더 찾게 되고, 더 올드하지 않고 촌스러워지지 않게 오염되지 않게 나를 드러내지 않고 작품을 살릴 수 있는 재료로서 임하려고 한다. 지금까지도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이러한 부분들을 좋게 봐주시고,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 저의 외모적인 부분도 젠더 프리 캐스팅에 장점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웃음) 저의 체구나 신장이 작고 소중하지는 않다. 실험적인 작품에 캐스팅 할 수 있고, 거침없이 절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인의 향기' 이후 10년 만에 드라마 '모범택시'에 출연하게 됐는데.
▶ 10년 전 '여인의 향기' 출연은 정식적으로 했다기 보다는 카메오였다. 탱고 댄스 선생님으로 잠깐 잠깐 나간 것이다. 정식으로 '캐릭터로서 출연을 했습니다'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고,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현장이 낯설고 새로웠다. 신이 많이 있던 것도 아니다. 견학, 체험 이러한 느낌이 되게 컸다. 드라마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한 캐릭터로서 끌고 나가는 게 '모범택시'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과 같은 마음이다.
배울 것 투성이인데, 환경이 너무 다르더라. 무대는 연습 기간이 어느 정도 있고, 무대나 세트 등 익숙해지고 이미 알고 있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디테일하고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현장에서 (배우들과) 만나자 마자 해야하는 마법과 같은 상황이더라. 그게 낯설고, 신선하고 신기하면서도 그만의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다. 조금 더 섬세하고, 조금 더 내추럴하게 연기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제가 생각하기엔 뮤지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보여준 모습이 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모범택시' 속 캐릭터는 멋있고 무섭다. 속을 알 수 없지만 섹시하기도 하다. 모니터를 통해서 아우라가 시청자들에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등장하는 순간부터 분위기를 압도해야하는 역할이라 쉽지 않다. 힘을 빼고 묵직하게 연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범택시'에는 '아마데우스'에 함께한 배우들과도 함께하는데 조언을 구한 적이 있는지?
▶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극장에 가면 분장실에서 잘 안 나간다. 분장실 안에서 대본을 보고 공연을 준비하고 의상을 입는다. 분장실 밖을 안 나간다. 조용히 무대에 올라가서 1막 1장부터 2막 엔딩까지 대사를 다한다. 매 회차 혼자 런스루를 돌고 공연에 들어 가기에 다른 배우들이랑 이랑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시간이 부족하다. 어느 작품이든 그렇게 한다. 이건 무대를 대하는 태도 중 하나다.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물어보지 않았다. 정말 어려울 때는 최재웅 선배에게 조언을 구해보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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