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더블 다이너마이트' 발표

콤비플레이가 너무나도 잘 이뤄지는 두 사람을 흔히 ‘찰떡궁합’이라고 한다. 중학시절부터 10년 넘게 짝을 이뤄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돼버린 최자와 개코는 다이나믹 듀오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힙합 앨범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택시에 탄 승객과 운전기사 간의 대화를 모티브로 만든 첫 앨범 ‘택시 드라이버’를 통해 ‘재미있는 힙합의 진수’를 주장했던 다이나믹 듀오는 이번 앨범에서도 일상에 지친 기성세대의 애환, 사랑에 상처받은 젊은이 이야기, 이성에 대한 장난스러운 호기와 허풍, 저절로 염증을 느끼게 하는 정치판 이야기 등 세상의 여러 가지 모습을 재치 있는 가사와 시원한 랩으로 풀어내 여전히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개코가 직접 제작한 코믹한 재킷 아트워크와 최자가 각 트랙에 대한 세부설명과 제조공정이 기록된 ‘제품설명서’(Operating Manual)가 수록돼 듣는 재미에 ‘보는 유쾌함’도 더해준다.
…본 앨범은 13개가 넘는 신곡들과 몇 개의 아기자기한 스킷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곡은 5년 이상 축적된 다이나믹 듀오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그 속에는 25년간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 형성된 문화적 취향과 정치적, 사회적인 가치관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제품설명서 머리말 中>
다이나믹 듀오는 고등학교 시절 코드(kod)라는 언더그라운드 그룹을 거쳐 2000년 CB매스를 결성하고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한국 힙합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고, 힙합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1집 타이틀곡 ‘링 마이 벨’은 디스코와 힙합의 절묘한 조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특히 ‘엑소시스트’ ‘스타스키와 허치’ ‘취권2’ ‘콘 헤드’ 등의 영화를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았다.
26일 출시된 다이나믹 듀오 2집 ‘더블 다이너마이트’에도 다이너마이트급의 유쾌함이 관통한다. CB매스 2집부터 참여해온 동네친구 노홍철이 9번 트랙 ‘서커스’에서 특유의 정신없이 떠드는 ‘왁자지껄 시끌벅적’ 이야기를 펼치는 동안 다이나믹 듀오는 신나는 랩을 오버랩 했다. 재킷 속에는 전편에 등장했던 말머리 인형이 또다시 등장하고, 멤버들의 갖가지 익살스런 표정과 70년대 포스터도 미소 짓게 한다.
다이나믹 듀오는 “우리는 잘 생기지 못해, 재미있는 것으로 밀고 나가야한다. 음악도 재미있게, 공연도 재미있게…”라며 웃었지만 이들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품고 있는 고민과 생각을 노래에 재치 있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2집에도 부가킹즈 드렁큰타이거 윤미래 이적 BMK 정인 리쌍 전제덕 나얼 노홍철 등 많은 사람들이 피처링했다. 하지만 이들의 참여량은 1집에 비해 훨씬 적어 피처링 의존도를 많이 낮췄고, 다이나믹 듀오는 자신들의 색깔을 더욱 표현했다. 곡 하나 하나에 투입된 시간도 전작들에 비해 훨씬 많아 그만큼 완성도도 높아졌다.
“우리 목소리를 많이 듣고 싶어 했던 팬들에겐 좋은 앨범이에요. 물론 우리도 만족하구요. 피처링 의존도를 낮춰 공연에서는 관객과 더욱 호흡이 잘 맞고 에너지도 더욱 넘칠 것 같아요.”

타이틀곡 ‘고백(go back)’은 30대로 향하는 ‘서글픈’ 20대 후반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로, 지플라의 정인이 피처링했다. 청청년과 아저씨 사이에 선 다이나믹 듀오는 서서히 ‘아저씨’ 소리를 들으며 서운했던 마음을 담았다. 특히 군대를 앞둔 젊은이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가사가 눈길을 끈다.
개코가 “우리도 나이가 든 것 같다”며 “예전엔 이틀씩 밤새곤 했는데 이제는 하루만 밤새도 힘들다”고 말하자 최자도 “예전에는 오토바이만 있으면 행복했는데 이제는 차도 사고 싶다”고 맞장구를 치며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푸념’했다.
2번 트랙 ‘합죽이가 됩시다 합!’은 ‘잔소리’를 주제로 요즘 젊은이들의 구겨진 모습을 위트있게 표현했고, ‘덩덕쿵’에서는 헛소문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쇼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특히 독일의 힙합그룹 매시브 톤(Massive Tone)의 피처링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fxxx you’라는 부제가 붙은 ‘너나 잘하세요’는 인터넷 갱스터에 대한 비판을 다소 신랄한 표현으로 내뱉었다. 타이거JK가 부가킹즈의 주비 트레인이 독소같은 랩을 내뿜었으며, 최자와 개코는 새로운 스타일의 랩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아무도 모르게’ ‘Let's go’ ‘그림자’ 등에서 유쾌하면서도 톡 쏘는 랩을 선사한다.
다이나믹 듀오는 이번에는 특이한 홍보방법 선택했다. 앨범을 낸 지 한달이 지나서야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지방으로 투어를 돌 예정이다. 다이나믹 듀오 앨범은 서울에서 많이 팔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강남에서 많이 판매된다. 이에 앨범을 내고 대중으로 하여금 1달간 노래 듣게 한 뒤 지방으로 투어를 벌인다는 생각이다. 오는 12월3ㆍ4일 서울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8개 도시를 순회할 예정이다.
“지방 팬들과 자주 만나고 싶어요. 기왕이면 지방의 시골 마을에 가서 게릴라 공연을 벌이고 싶어요. 그분들은 이런(힙합) 음악을 잘 접하지 않으니까요.”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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