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윤정수가 '폭력 추방'을 위해 연예인 타이틀을 잠시 포기했다.
지난달 1일 첫 방송된 SBS '긴급출동 SOS 24'는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폭력을 고발하고 가해자 및 피해자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으로, 윤정수는 지난 두 달여간 이 프로그램의 MC로 활동중이다.
"피해자 위급상황 보며 내 위험은 생각 않기로"
몸서리쳐지는 폭력의 현장에 직접 출동해 피해자를 구출하고 가해자와 대면해 인터뷰도 진행해야 하는 윤정수는 지난 두 달여 기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 프로그램의 색깔이 워낙 강해서 웃고 까부는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는 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주말 프로그램에서는 다 빠진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밤중에 출발하고 대기하는 일도 많아 이전 만큼이나 바빠요. 이 프로그램 때문에 수입은 많이 줄었죠.(웃음)"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인으로서 공익성 강한 고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되면서 고민도 많았지만, 윤정수는 당분간 '좋은 일'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한 켠에선 사회 공헌도를 얘기하며 칭찬하시지만, 예능인은 예능을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 프로 진행하면서는 연예인 타이틀은 버렸습니다. 인상을 쓰면서 진행했는데 입꼬리 올라간 모습에 '웃는다'는 지적도 받았어요. 개그맨 이미지가 있으니, 그런 점들이 아쉽죠."
윤정수는 폭력의 현장에 출동하면서 위급한 상황도 여러번 경험했다. 그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는 윤정수는 힘없는 한 사람을 구출한다는 사명감에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내 위험은 생각 안하기로 했어요. 내 성격 속에도 정의감이 있었나봐요. 평소에 몸을 잘 사리는데, 그들(피해자)의 위험한 모습들을 보면서는 몸이 사려지지가 않더라구요. 한번은 알콜중독 환자를 입원시킬 때 인터뷰를 하는데 눈빛이 뭔가 일이 터질 것처럼 살벌해서 잔뜩 긴장을 했습니다."
미니홈피에 "도와달라" 쪽지 하루 50통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윤정수에게는 팬들의 격려와 함께 도와달라는 폭력 피해자들로부터 연락이 계속되고 있다.
"평소 미니홈피에 쪽지가 30통 정도 오는데, 이 프로그램 진행 맡고 50통 정도가 늘었어요. 대부분 '도와달라' '구해달라'는 내용이에요. 보면 마음이 안좋은데 제가 직접 도울 수는 없으니까요. 앞으로는 '긴급출동' 제작진에 연락해주셨으면 좋겠어요."
TV 모방심리, 폭력 뿐 아니라 '해결책'도 모방하기를
여러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윤정수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개그맨으로서 웃음을 주는 것 못지않게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추운데 고생한다'는 팬들의 격려 또한 큰 힘이 된다.
"수위를 낮추면 남의 이야기 같고, 그렇다고 다 보여주자니 심의 문제도 있고 분명히 악영향도 있으니 쉽지 않죠. 하지만 TV의 맹점이 모방이라고 하는데, 폭력 뿐만이 아니라 해결책 또한 모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정수를 비롯한 '긴급출동 SOS 24' 제작진은 당분간 가정폭력 추방에 집중할 계획이다. 학교폭력 등 사회에 만연한 다른 폭력들도 많지만 '가정'이 가장 급선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아이들이 피해자인 폭력에 대해 윤정수는 심각성을 제기한다.
"어른들의 경우 남녀 관계라든지, 어느 정도 스스로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으니 무조건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가정폭력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쉼터'가 파괴되기 때문이죠. 밖에서 당하는 폭력으로부터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정에서 그래서는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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