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한 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들의 계보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부터 활동한 이영애는 90년대 초 마몽드 화장품 CF 한 편으로 '산소같은 여자'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CF에서 이영애가 보여준 캐릭터는 특유의 희고 맑은 피부를 가졌지만 일과 자기관리에 있어서는 프로다운 면모를 가진 '현대 여성'을 대변했고, 당시 여성들이 꿈꾸던 역할 모델과도 잘 매치된 덕에 남녀 모두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이후 MBC 드라마 '대장금'으로 한류스타의 반열에 오르기 전까지 이영애를 톱스타의 대열에 머물게 한 것은 이 CF 한 편의 지대한 공헌 덕이다.
'제2의 이영애'로 꼽을 만한 인물은 전지현이다. 이영애가 다년간의 모델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쌓아온 이미지가 '산소같은 여자'라는 컨셉트를 만나면서 조명됐다면, 전지현은 처음 패션지 모델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얻은 '순진한 고교생'의 이미지가 한 편의 CF를 통해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뀌어 버린 케이스다.
소속사의 '신비주의 전략'으로 철저한 계산 하에 통제된 이미지만 노출해왔던 전지현은 CF에서 남성에게는 '도발적인 섹시함'을 여성에게는 '톡톡 튀는 신세대 친구'같은 이미지로 어필했다.
섹시한 눈빛과 동작으로 춤을 추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한 편의 CF는 전지현을 현재까지도 'CF 퀸'이라 불리게 했다. 이후에도 출연작은 최소로 줄이고 CF를 통한 이미지 전략을 구사한 전지현은 여러 차례 방송 등에 출연해 "실제로는 섹시하지 않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을 만큼 이미지가 굳어졌다.
다행히 '엽기적인 그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영화를 통해 이미지는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이미지뿐만 아니라 연기력 또한 갖췄음을 입증한 전지현은 현재 '데이지'를 통해 다시 한 번 국내외에서 톱스타의 위치를 재확인하려는 중이다.
'랄랄라 걸' 김아중, '전봇대에 숨는 여자' 장희진, '박카스 청년' 윤성훈 등 CF를 통해 연기자의 입지를 다진 연예인들의 계보는 계속되고 있다. 영화 '여고괴담4'에 나란히 출연한 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서지혜 차예련 김옥빈, 이중에서 서지혜 차예련은 CF 모델로 먼저 명성을 얻었다.
가장 최근에는 '맷돌춤'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인기인으로 떠오른 박기웅이 'CF 스타'의 계보를 물려받았다.
일본 공포영화에 출연하며 해외에서 먼저 검증을 받은 박기웅은 최근 한 통신사의 광고에 출연해 가슴을 위아래로 짚은 후 얼굴을 좌우로 빙글 돌리는 일명 '맷돌춤'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것은 물론이고 각종 클럽에서도 '꼭짓점 댄스' 못지 않게 '맷돌춤'이 인기를 끌면서, CF 스타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게 됐다. 또한 이 인기에 힘입어 최근 SBS 'TV 박스오피스'에서 신작영화를 소개하는 코너의 MC를 맡았고,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의 주연도 맡아, 'CF 한 편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이 같은 CF를 통한 신인들의 스타 등극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소재로 등장할 만큼 CF는 드라마나 영화 못지않게 노출도와 선호도가 높다. 또한 신선한 이미지의 새 얼굴을 찾는 기업들과 '노출'을 원하는 매니지먼트사의 이해도 서로 합치된다.
이에 대해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한 작품에서 신인이 큰 배역을 맡고 원하는 이미지를 노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CF는 이에 못지않은 효과를 갖는다"며 "또한 연기에 아직 서투른 신인이 데뷔 전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도 CF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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