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닷없는 오른쪽 엉덩이 통증으로 15일 부상자 명단(DL, Disabled List)에 올랐던 류현진(27)의 마운드 복귀가 임박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투구 능력, 타자를 윽박지르는 구위(球威)를 감안할 때 상대 팀이 어디가 됐든 곧바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 틀림없다.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이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쪽으로 복귀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겠다"고 밝혀 구단 차원에서 배려를 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사실 가장 근본적인 류현진의 복귀 조건은 ‘자신’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추신수가 왼쪽 팔꿈치에 덧 자란 뼈로 인해 결국 수술을 받기로 하고 시즌을 조기에 마쳤다. 관련 소식을 접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추신수 본인이 팔꿈치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밝힌 바와 같이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스프링캠프 때부터 알고 있었다면 과연 그것을 참거나 숨기고 페넌트레이스를 시작했다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팀을 위해서 도움이 됐을까?
텍사스 레인저스의 존 다니엘스 단장(GM)은 추신수의 수술 결정을 발표하면서 ‘배려 깊고 헌신적인 선수’라고 극찬했다. 맞다. 추신수는 한결같이 그런 선수다. 선수 개인이 아닌 ‘팀 퍼스트(Team First)’ 정신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 늦었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텍사스 레인저스와 추신수 본인 모두의 내년 시즌과 미래를 위해서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추신수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그 결과 역시 추신수의 실력에 어울리지 않는 최악의 성적에 조기 시즌 아웃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올 시즌 두 번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엉덩이 통증이 두 번째였는데 그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다행히 통증이 사라졌고 예상보다 빨리 마운드로 돌아오게 됐다. 류현진은 과연 자신의 경기력을 곧바로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 2004년 2월이다.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세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었다.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2001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총액 6500만달러 계약을 맺고 레인저스의 에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햄스트링, 허리 통증 등 부상을 겪으며 첫해인 2002시즌 9승8패, 2003시즌 1승3패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절치부심하며 2004시즌 재기를 노렸다.
당시 박찬호는 LA에 머물며 전성기의 폭발적인 투구 폼과 라이징 패스트볼(rising fastball)을 되찾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이 작업에는 한국은 물론 일본야구계에서도 ‘투수 조련사’로 인정받는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까지 참여했다.
IMF 시절 우리 국민의 ‘희망’이었던 박찬호를 다시 살려 내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았다. 박찬호는 LA에 있는 USC 대학 구장에서 투구 폼 교정을 했다. 박찬호의 매니지먼트사인 ‘팀 61'의 당시 대표였던 김만섭씨가 USC에서 박찬호의 투구 동작을 비디오로 촬영해 일본 오키나와에 머물고 있던 김성근감독에게 전달했다. 이어 김성근 감독은 투구 폼의 문제점과 교정 방법 등을 직접 시범을 보이며 비디오에 담아 다시 박찬호에게 전달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투구 시 체중 이동과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조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부적인 부분을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이다.
박찬호는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우상인 놀란 라이언을 따라하는 하이킥 투구 폼도 했고 실제로 LA 다저스 시절 전설적인 투수인 샌디 쿠팩스, 텍사스로 이적해서는 놀란 라이언으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기도 했다. 오렐 허샤이저도 투수 코치로 그의 재기를 도왔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박찬호는 2004시즌 부상이 계속되면서 16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7패, 평균 자책점 5.46에 그쳤다. 2005년 시즌 중 텍사스에서 샌디에이고로 이적하면서 경험에서 오는 투구로 서서히 회복해 갔다.
야구 선수에게 부상은 단순히 낫는 것, 통증이 사라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박찬호도 그렇고 추신수도 그 좋은 예이다. 추신수의 능력에 올 시즌 성적이 그 정도 밖에 안 나온 것은 이미 마음 속에 ‘아픔’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투수인 박찬호의 경우도 통증은 사라졌지만 포수를 향해 공을 릴리스 하는 순간 혹시 다시 아프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온 힘을 집중시키지 못했던 것이 재기를 더디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류현진이 부상의 두려움을 어떻게 완벽하게 떨칠 수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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