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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야설(野說)]박찬호 MLB 특파원들의 초창기 고난

[장윤호의 야설(野說)]박찬호 MLB 특파원들의 초창기 고난

발행 :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1999년 12월 LA에서 당시 주니치의 마무리로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리던 선동렬 전 감독과 LA 다저스 선발 투수 박찬호(왼쪽)가 만났다. 선동렬 감독은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 기념 선수단 전체 가족 여행 중이었다. 당시 특파원들은 사진 촬영과 확보에도 치열하게 경쟁했다.
1999년 12월 LA에서 당시 주니치의 마무리로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리던 선동렬 전 감독과 LA 다저스 선발 투수 박찬호(왼쪽)가 만났다. 선동렬 감독은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 기념 선수단 전체 가족 여행 중이었다. 당시 특파원들은 사진 촬영과 확보에도 치열하게 경쟁했다.


박찬호가 처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시기인 1994년에는 한국에 3개의 스포츠 전문지가 있었다. 일간스포츠와 스포츠서울, 그리고 스포츠조선이다. 1999년부터는 스포츠 투데이가 가세해 스포츠 전문지가 4개가 됐고 마지막으로 굿데이까지 5개까지 됐다.


물론 방송을 비롯해 다른 종합지, 경제 신문, 연합 통신 등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박찬호를 비롯, 한국인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그 선수들까지 미국에 있는 한국 선수들을 가장 밀착해 취재하고 빠르게 소식을 전하려고 경쟁했던 신문은 스포츠 전문지 5개사였을 것이다.(현재는 굿데이와 스포츠 투데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스포츠동아, 스포츠경향, 스포츠월드가 창간됐다. 지난 3월2일 한국스포츠경제, 데일리스포츠한국이 스포츠 신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포츠지가 미국 특파원의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절감한 시기도 박찬호의 미국 진출, 조금 늦게는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을 때로 생각된다. 스포츠지 미국 특파원들의 겪는 고충은 특히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티브 김이 바로 옆에서 직접 지켜 보고 함께 나누어(?) 잘 알고 있었다. 인원도 늘어나 처음에는 박찬호 전담 특파원 1명이던 것이 스포츠 신문들이 수익이 증대되고 메이저리그에 한국인 선수들이 늘어남에 따라 각사가 기본으로 2명의 미국 특파원들을 파견했다.


특파원들은 시즌 중에는 박찬호의 텍사스 홈 경기는 물론 한 달에 평균 2번 정도, 보름 가까이 되는 원정 경기를 선수와 똑 같이 다녔다. 때로는 휴식 시간을 쪼개 보스턴의 김병현을 비롯해 몬트리올의 김선우, 시카고에서 플로리다로 이적한 최희섭까지 취재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떠나 한국의 팬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박찬호를 포함해 선수가 경기에 출장하면 내용과 결과, 인터뷰까지 취재해 기사를 송고하고,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선수의 생활과 변화는 물론 세세한 소식까지 전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제 돈 쓰고는 절대 하기 어려운 미국 여행을 회사 돈으로 하니까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낭만적으로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산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큰 미 대륙을 일 때문에 돌아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서부에서 야간 경기가 끝나고 다음날 원정 경기를 떠나게 되면 기자들은 새벽 1-2시까지 기사를 마감하고 잠시 눈을 붙인 뒤 오전 6-7시 경에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장거리면 대개 비행기를 갈아타게 된다. 그리고 동부 필라델피아 같은 곳에 도착하면 저녁이고 차를 렌트해서 호텔까지 가면 한 밤중이다. 이동에만 거의 10시간 가까이 걸리는데다가 동부의 경우 3시간, 중부는 2시간, 가까운 곳은 1시간의 시차까지 있다.


만약 동부 원정이면 다음 날에는 먼저 도착해 있는 선수를 취재하기 위해 오후 1시 경기의 경우 오전 9시에는 호텔을 나서야 한다. 3시간의 시차를 감안하면 LA 시각 오전 6시에 출발하는 것이고 준비를 위해서 일어나는 시각을 생각해보면 새벽 5시가 될 것이다. 야구장에서 경기가 끝나는 시각, 그리고 기사를 마감할 때까지 시간을 못 맞추면 기자들이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


특파원들은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면 신경이 곤두서 금방 잠도 못 이루고 그날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게 된다. 같은 일을 팀의 원정 경기 중 3-4일 반복하고 또 다시 다른 원정지로 떠나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거의 메이저리그 선수와 같은 움직임이다.


그러나 특파원들의 업무 부담은 장기 출장과 시차, 장거리 이동에서 오는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정신적인 압박감을 더 힘들어 했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그 선수의 경기 내용과 성적, 통계 수치(stats)로 기사를 쓸 수 있지만 경기가 없거나 비시즌에는 정해져 나올 기사가 없어 매일 변함없이 다가오는 마감 시간을 심지어 두려워하기 까지 했다.


박찬호와 텍사스 구단의 미묘한 함수 관계, 재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김선우가 메이저리그에 올라 올 수 있는 확률은 몇 %인지, 또 어떤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하는 것은 아닌지, 메이저리그 어떤 팀의 스카우트가 갑자기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아닌지, 등등 특파원들은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흔히 그들이 쓰는 '물먹었다'는 말이다. 한 신문에서 한국의 모 아마 선수가 극비리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던가, 이승엽 선수가 메이저리그 모 구단과 계약을 추진한다, 박찬호가 모 전문가의 예상에 2004시즌에는 20승이 확실하다 등의 기사가 특종으로 보도되면 이른바 물을 먹은 다른 신문들도 반응을 하게 된다. 대체로 인정을 해서 기사를 받아들이던가, 침묵을 하던가, 아니면 아니라고 부정을 하던지, 때로는 부풀려 기사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팀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가 완전히 계약을 맺었다, 김병현 트레이드 추진, 박찬호 허리 이상 증세 등으로 기사 내용이 조금씩 바뀌면서 신문사들의 ‘물먹이기’ 경쟁이 치열해진다.


물론 신문사에서도 신중하게 자료를 분석하고 변화를 체크하면서 현지에 있는 특파원들의 시각을 기준으로 기사화 하지만 사실로 확인, 결정되기 전에는 각 언론사의 기준으로 모든 것이 보도된다. 그러나 선수와 에이전트의 처지에서는 기사가 부담을 줄 수가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상)/(하)‘메이저리그 기사들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인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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