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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파이네, 고함 대신 차라리 위협구를 던졌다면

데스파이네, 고함 대신 차라리 위협구를 던졌다면

발행 :

한동훈 기자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AFPBBNews=뉴스1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AFPBBNews=뉴스1

언젠가부터 KBO리그에서 빈볼과 벤치클리어링이 금기시됐다. 미국에서 들여온 스포츠에 이른바 '유교 패치'가 된 것이다.


스포츠는 적을 반드시 무찔러 이겨야 하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예의와 배려를 첨가하자니 가끔은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모습도 나타난다.


KT 위즈 외국인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는 지난 4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 3회초에 이용규(36·키움)를 상대하다가 평정심을 잃었다. 땅볼로 이용규를 잡은 뒤 마운드를 내려가며 고함을 쳤다.


이용규는 파울을 5개나 때리며 10구까지 데스파이네를 괴롭혔다. 다들 데스파이네가 커트 커트를 반복하며 투구수를 증가시키는 '용규놀이' 때문에 짜증이 났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경기 후 KT 포수 장성우(31)는 "(이)용규 형이 파울을 많이 내서 그런 게 아니라고 하더라. 2구째 파울을 치고 크게 아쉬워 하는 행동을 했는데 그 때부터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데스파이네가 침착함을 잃고 경기와 무관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했다는 점이 프로답지 못했다. 데스파이네는 쿠바리그와 국가대표, 각종 국제대회 및 메이저리그를 두루 겪은 베테랑이다.


빈볼이나 보복구를 금기로 여기는 KBO 문화를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다.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에서는 보복과 벤클이 일상이다. 투수 혹은 구단이 특정 상대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면 1년이든 2년이든 다시 만나길 기다렸다가 반드시 끝을 본다. 왕년의 거포 호세 바티스타는 2015년 디비전시리즈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홈런 배트플립을 펼쳤다가 이듬해 5월 루그네드 오도어와 주먹질까지 하면서 싸웠다. 당시 관객들은 마치 복싱 경기를 구경하듯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데스파이네의 경우, 이용규에게 쌓인 앙금이 있다면 다음 대결에서 위협구 정도 하나 던졌으면 어땠을까. 물론 상대에게 부상을 입히지 않을 수준에서 말이다. 하지만 KBO에서는 보복을 한 쪽이 비난의 화살을 받는다.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를 허용하고도 도리어 사과하는 리그는 KBO리그 뿐이다.


이날 경기 3회말에도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용규와 데스파이네의 충돌 후 오히려 키움이 보복으로 의심되는 투구를 했다. 한현희가 조용호에게 빈볼을 날렸다. 메이저리그라면 뒤도 볼 것 없이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지는 전개다. 키움과 KT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까지 나오기는 했지만 눈치만 보다가 도로 들어갔다. 몸은 나가고 싶지만 머리가 막아 세우고 있다.


갈등이 있다면 벤치클리어링으로 마침표를 찍으면 된다. 이도저도 아니면 불씨만 살아서 뒤끝이 남는다. 마치 풍선효과처럼 다른 위험을 촉발한다. 2018년 10월 2일 LG와 KT는 보복구 대신 보복 태클로 감정을 소모했다. 당시 LG 외국인타자 가르시아가 연속 사구를 당했다. 가르시아는 KT 2루수 박경수에게, 박경수는 LG 3루수 양석환에게, 양석환은 KT 유격수 심우준에게 깊은 태클을 가했다.


경기 내내 살벌한 분위기가 풍겼다. 사구는 엉덩이나 허벅지에 맞으면 타박상으로 끝이지만 이런 태클은 큰 부상을 야기한다.


일부 국내 팬들은 메이저리그 벤치클리어링에는 열광하면서 KBO리그에 대해서는 유독 폭력적이라며 엄격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동료와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고 교육한다. KBO리그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일정 정도의 선을 지키며 받아들여야 옳다. 물론 어린이 팬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할 스포츠가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된다. 하지만 빈볼과 벤치클리어링도 경기의 일부이며 갈등은 그라운드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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