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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보다 느리고 위험한데...'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왜 할까

'달리기보다 느리고 위험한데...'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왜 할까

발행 :

이원희 기자

삼성 구자욱의 슬라이딩 모습. /사진=OSEN
삼성 구자욱의 슬라이딩 모습. /사진=OSEN

주자가 상대 수비의 태그를 피하고자 베이스로 머리 쪽부터 미끄러져 들어가는 동작. 바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다. 때로는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 거침없이 몸을 던져 동료들과 팬들의 찬사를 받는다.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스타 구자욱(28)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지난 10월 30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 6-4로 삼성이 근소하게 앞선 6회초, 구자욱은 투혼의 슬라이딩을 앞세워 2타점 3루타를 만들어냈다. 3루 베이스를 쓸어낸 뒤 자신의 가슴을 여러 번 치며 포효했다. 구자욱의 불꽃같은 허슬 플레이, 또 야수 같은 세리머니에 삼성 팬들도 열광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보다 그냥 달려서 베이스에 안착하는 것이 더 빠르다. 몸을 쭉 날리는 다이내믹한 동작, 또 극적인 상황에 자주 연출돼 슬라이딩이 더 빠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한 번은 국내 방송사에서 슬라이딩과 달리기 중 어느 것이 더 빠른가에 대한 실험을 했다. 제주국제대 선수 10명을 대상으로 슬라이딩과 달리기로 1루에 도달하는 시간을 각각 측정했다. 그 결과, 달리기는 평균 4.147초, 슬라이딩은 평균 4.165초가 찍혔다. 달리기가 0.018초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슬로 카메라로 비교해보면, 슬라이딩할 때 손이 약간 앞서지만 결국에는 달리는 발이 먼저 베이스에 도달한다.


미국 ESPN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역시 달리기가 앞섰다.


슬라이딩을 시도할 때는 달리다가 멈칫하는 동작이 필요하고, 슬라이딩 중에는 땅과 마찰력이 발생한다. 이런 것들이 빠른 스피드를 방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한화 정은원(오른쪽)의 슬라이딩. /사진=OSEN
한화 정은원(오른쪽)의 슬라이딩. /사진=OSEN

단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경기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주자는 조금이라도 베이스에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선수가 과학적인 불리함과 부상 위험을 딛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슬라이딩을 하면 상대 수비의 태그를 피할 수 있다. 몸을 최대한 낮춰 슬라이딩을 시도할 경우 글러브를 갖다 대야 하는 수비수도 그만큼 더 큰 동작이 필요하다.


또 슬라이딩은 주자의 오버런을 막아준다. 오버런은 주자가 달리는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해 베이스를 지나치는 것인데, 이 때 상대 선수가 태그를 하면 주자는 아웃. 하지만 슬라이딩은 손으로 베이스를 짚을 수 있어 이런 위험성을 줄여준다.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구자욱이 투혼의 슬라이딩을 펼쳤을 때도 삼성 더그아웃은 열광했다. 살얼음판 리드를 하던 삼성은 결국 11-5, 6점 차 대승을 거뒀다.


구자욱의 잊지 못할 슬라이딩에 대해 당시 허삼영(49) 삼성 감독은 팀에 꼭 필요한 플레이로 꼽았다. 허 감독은 "그런 모습들이 선수단에서 많이 나왔으면 한다"며 "더그아웃 분위기, 그리고 선수들의 자신감 있는 플레이와 행동들이 상대방을 누를 수 있는 기세 싸움에서 필요하다. 그런 행동들은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칭찬했다.


구자욱도 "선수들은 관중석에 계시는 팬분들을 위해 멋있는 모습과 감동을 줄 수 있는 플레이가 나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픽=이원희 기자
/그래픽=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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