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친정팀 수원 삼성의 감독직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돌아보던 이병근(49) 감독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심정이었다. 선수 시절 모든 것을 바쳤던 친정팀 지휘봉을 잡는 건 분명한 영광이면서도, 동시에 더없이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시즌 수원은 개막 9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칠 만큼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자칫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책임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었다.
그런 이병근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건 결국 친정팀에 대한 애정이었다. 선수 시절 수많은 우승을 함께했던 수원 구단의 추락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레전드로서의 책임감이기도 했다. 그는 21일 경기도 화성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회견에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수원이 못 이기는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이 컸다. 부활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새롭게 만들어 갈 수원의 방향성이 '부활'에 맞춰진 건 이 감독이 수원의 옛 영광을 직접 이끌었던 레전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감독은 1996년 수원 창단 멤버로 입단한 뒤 2006년까지 수원에서 통산 351경기를 뛰었다. 이 과정에서 무려 16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감독이 선수 시절 뛰었던 수원은 K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었다.

이병근 감독은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한, 지고는 못 배기는 그런 수원 삼성의 축구 부활을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 보겠다"며 "패배감을 극복하고 경기장 안에서 열정을 가지고 뛸 수 있는, 전술적으로는 패스미스를 하더라도 도전적으로 할 수 있는 모습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술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이병근 감독은 '옛 수원'을 떠올렸다. 수비 지향적인 기존 전술을 버리고 공격적인 전술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다. 이 감독은 "기존의 3-5-2 대신 4-3-3 등 포백 전술 등으로 공격적인 변화를 주고 싶다. 빠른 선수들로 양 측면을 무너뜨리고 크로스해서 마무리를 하는 게 그동안 수원의 장점이었다. 그런 장점들을 살려보려고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명지대와 연습경기 등에서도 이미 전술 변화를 시험했다. 안 좋은 것도 많이 나오긴 했지만, 적어도 포백 전술이나 공격적인 부분에 있어서 선수들이 만족감을 표하고 있고, 재미있어한다"며 "사실 저 자신도 포백일 경우 뒷공간이 두렵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그런 마음을 가져줬다는 것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남은 기간 공격적인 부분, 수원이 그동안 잘하던 부분을 선수들과 만들어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반등'에 대한 확신은 가득 차 있다. 선수들 개개인이 가진 기량이 좋은 만큼 분위기만 한 번 타면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병근 감독의 전망이다. 지금 당장은 강등권에 처해있지만 '6강(파이널A)'을 목표로 삼은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는 "선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량은 다른 팀들에 비해 좋다고 생각한다. 1~2경기만 이긴다면 반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팬분들께서도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선수들이 변해가는 모습,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팬들의 야유를 응원소리로 바꿔놓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