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록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광토마'의 안타는 LG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형종(33)이 '대타의 신(神)'으로 돌아왔다.
LG 트윈스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SSG 랜더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무승부로 LG는 SSG와 운명의 2연전을 1무 1패로 마감했다. LG는 72승2무43패로 2위, SSG는 78승4무39패로 1위다. 두 팀의 승차는 5경기.
LG는 이날 SSG 선발 폰트의 완벽투에 눌리며 6회까지 0-1로 뒤진 채 끌려갔다. 이어진 7회말. 선두타자 오지환이 좌전 안타로 출루에 성공한 뒤 문보경과 홍창기는 범타로 물러났다. 이어 오지환의 도루로 만든 2사 2루서 가르시아가 우중간 동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다음 타자는 전날 부상당한 채은성을 대신해 1루수로 선발 출장했던 8번 타자 이영빈. 하지만 이때 LG가 대타 작전을 썼다. '베테랑' 이형종의 투입이었다.
2017 시즌에는 128경기까지 소화했던 주전 외야수 이형종. 하지만 올 시즌 LG의 외야진 뎁스가 국가대표급으로 두터워지면서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던 이형종이었다. 그는 아직 몸이 덜 풀린 듯 폰트의 초구 강속구(152km)에 뒤늦게 배트를 헛돌렸다. 2구째와 3구재 볼은 잘 골라낸 이형종. 이 사이 가르시아가 2루 도루를 기습적으로 성공시키며 득점 기회를 잡았다.
4구째는 파울. 서서히 타이밍을 잡아가는 듯했다. 그리고 5구째. 폰트의 빠른 공(151km)을 이형종이 받아쳤고, 다소 먹힌 타구가 유격수 키를 넘겨 외야 좌중간에 뚝 떨어졌다. 이 사이 가르시아는 3루를 돌아 홈까지 질주하며 역전 득점을 올렸다. LG 팬들이 운집한 1루 관중석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불운하게도 이 안타는 결승타가 되지는 못했다. 믿었던 '클로저' 고우석이 9회초 최정에게 동점 솔로포를 헌납했고, 결국 연장 12회 혈투 끝에 2-2 무승부로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형종의 한 방은 LG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시간을 거슬러 이형종이 서울고에 재학 중이던 2007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광주일고와 결승전에서 그는 눈물의 역투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형종은 2008년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했다. 이후 임의 탈퇴로 팀을 떠난 뒤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해 타자로 전향하는 등 파란만장한 스토리로 많은 LG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오른쪽 발목 수술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올 시즌 두 번째로 1군 콜업 기회를 받은 이형종은 올해 1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2(24타수 7안타) 6타점 2득점 OPS 0.654를 마크하고 있다. 특히 대타로 7타석에 나서 6타수 3안타, 대타 타율 5할을 기록 중이다. 가히 '대타의 신'이라 부를 만하다. 특히 지난 1일 수원 KT전에서는 9회 대타로 출장, 역전 적시 2타점 결승타를 날리기도 했다.
당시 이형종은 경기를 마친 뒤 "야구를 한 차례 관뒀던 경험이 있다. 그랬기에 이런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만, 잘 버티며 이겨내려고 노력했다"면서 "중요한 기회서 대타 기회조차 못 받는 선수들도 많다.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LG에게 올 시즌 남은 경기는 27경기. 가을야구 승부처에서 '베테랑' 이형종을 향한 LG 팬들의 기대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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