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만에 성사된 북한 선수단의 방남은 경색된 한반도 정세 속에서 냉랭한 남북관계의 현실만 재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안방에서 대회를 치른 한국 클럽은 유무형의 손해를 일방적으로 떠안아야 했고, 국민 세금을 바탕으로 꾸려진 국내 응원단은 북한 팀을 향해 맹목적인 짝사랑 응원을 보내고도 돌아온 것은 북한 선수단의 철저한 냉대와 오만한 거부뿐이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아시아 최강 자리를 놓고 공정하게 겨뤄야 했던 대한민국 소속의 수원FC 위민이었다. 수원FC 위민은 프로 클럽 간의 진검승부이자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5억 2000만 원)가 걸린 초대 대회에서 안방 구장의 이점을 단 하나도 누리지 못하는 역설적인 불이익을 당했다. 당초 수원의 A호텔을 함께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숙소 배정 잡음 끝에 홈팀인 수원FC 위민이 원정팀인 북한 클럽에게 숙소를 통째로 양보한 채 B호텔로 짐을 싸서 이동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경기장 운영 역시 철저하게 북한 선수단의 편의와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홈팀은 경기 외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수원종합운동장은 120여 명에 달하는 취재진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 외부 기자회견장을 따로 조성하고 기자석을 2층까지 확장했고, VIP 동선도 철저히 분리했다.


이처럼 안방 팀이 모든 규제와 손해를 감수하는 사이, 관중석에서는 기형적인 일방적 응원전이 펼쳐졌다. 시민단체 연대기구 등 200여 개 단체는 "양 팀 모두를 응원하는 공동응원단"이라며 비판 여론에 해명했지만, 정작 경기장에서는 3억 원에 달하는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아 철저히 북한 팀만을 일방적으로 연호했다. 준결승 당시 수원FC 위민이 공격을 전개할 때는 관중석에 쥐 죽은 듯한 침묵이 흐르다가 북한의 공격 상황에만 거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기이한 '공동' 응원 행태는 계속됐다. 후반 막판 수원FC 위민의 주장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는 마치 원정팀 서포터즈처럼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믿기 힘든 광경까지 나왔다. 이에 박길영 수원FC 위민 감독은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이다. 경기 내내 속상했다"라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허탈해했다.
이러한 눈물겨운 짝사랑의 배후에는 정부 산하 단체의 지원이 있었다. 수원FC 관계자에 따르면 결승전 날 현장을 찾은 공동응원단은 1800명에 달했다. 결승전 현장에서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만나 "통일부의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현장에 40~50명 규모의 스태프를 따로 배치했고, 응원 막대 풍선을 무상으로 배포했다"며 "내고향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전용 치어리더까지 따로 섭외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결승전 직전에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등 민요 '고향의 봄' 가사가 적힌 무허가 현수막을 기습적으로 내걸려다가 경호팀에 의해 강제 수거당하는 소동까지 빚었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과분한 대접을 받은 북한 선수단은 고마움은커녕 오만하고 냉담한 태도로 일관하며 한국 측을 철저히 무시했다. 리유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응원단에 대한 사의를 묻는 질문에 "오직 축구와 우승, 우리의 발전에만 신경을 썼다. 기타 문제에 대해선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라며 자신들을 위해 목을 놓아 외친 응원단을 단칼에 외면하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하다못해 국내 취재진의 '북측'이라는 당연한 표현에 발끈해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오만한 추태까지 부렸다.
선수들의 태도 역시 황당함을 자아냈다. 현재 북한 선수들은 영문 명단으로만 등록되어 있어 정확한 한국어 이름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결승골을 넣은 주장 김경영 역시 이름이 정확지 않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과거 영상 인터뷰를 대조해 추정했을 정도다. 이에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국내 취재진이 본인 확인과 소감을 듣기 위해 "김경영 선수"라고 이름을 부르자, 해당 선수는 취재진을 빤히 쳐다보고도 대답 한마디 없이 차갑게 현장을 지나쳐 버스에 탑승했다. 한국 취재진의 모든 인터뷰 요청은 단 한 명도 응하지 않은 채 전원 거부됐다.


경기가 끝난 뒤 이들이 안방 그라운드에서 펼친 승리 세리머니는 해괴함 그 자체였다.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미리 준비한 북한 인공기를 대형으로 펼쳐 든 채 그라운드를 통째로 한 바퀴 돌았고,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던 공동응원단과 일반 관중석 곳곳에서는 이를 향해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기이한 풍경이 이어졌다. 정작 자신들은 철저히 냉담하고 딱딱하게 선을 그었음에도, 한국 땅에서 인공기를 흔들며 활보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관중들은 이에 환호하는 기괴한 대조가 이뤄진 셈이다.
철저하게 이용만 당한 촌극을 뒤로하고 내고향 선수단은 24일 오후 3시 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끝까지 굳은 표정으로 출국했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북한 선수단 버스를 향해 마지막까지 태극기와 인공기가 함께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환송을 보낸 이들의 기이한 박수만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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