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회사가 직원 사찰했다" 주장..사측 반박

MBC노조가 회사의 인터넷 망에 접속하는 직원들의 컴퓨터를 사측이 무차별적으로 사찰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MBC노조는 3일 오전 11시 여의도 MBC본사 식당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MBC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MBC는 파업이 한창 중인 지난 5월 중순 쯤 회사망을 연결해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에 일종의 '해킹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했다"며 "사용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회사망에 유선이나 무선으로 접속하면 무차별적으로 깔리게 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밝혔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사측은 원래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인 T사 보안프로그램의 옵션 기능을 이용해 사용자의 컴퓨터에 있는 로그기록을 회사서버로 전송했다"며 "조합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메신저 등을 통한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나 이메일은 물론 조합이 외부에 발송한 성명서나 대외비 문건 역시 모두 회사서버로 전송됐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이 프로그램은 자기도 모르게 무차별적으로 깔릴 뿐 아니라 실행되고 있는지도 전혀 표시가 안된다며"이라며 "회사 내 컴퓨터는 물론이고 MBC 작가들이나 프리랜서 뿐 아니라 MBC 포털을 이용해 사내 인트라망에 접속해 업무를 본 가정용 컴퓨터에도 이 프로그램이 설치 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도 "MBC사측이 노조파업 중 김재철의 법인카드 사용기록이 폭로된 뒤 자료 유출자를 파악하는데 실패하자 직원감시를 위해서 회사의 모든 컴퓨터에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깐 것으로 보인다"며 "김재철 사장과 차재실 정보콘텐츠 실장 등 관계자 6명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가 직원들을 사찰했다는 노조의 주장이 전해지자 사측에서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날 오후 MBC 관계자는 스타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의 보안시스템 강화요구로 인한 시스템 설치였다"며 "사찰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왜 프로그램 설치여부를 직원들에게 공지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 운영하는 과정이었다"며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전에 고지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또 MBC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직원사찰 의혹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MBC는 "최근에 설치한 회사의 보안프로그램은 외부로 유출되는 회사 자료 내역을 관리하고 빈번한 외부 해킹으로 부터 회사 전산기기와 자료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며 "회사 전산망을 통해 외부로 자료를 전송하거나 외부에 복사하는 경우에 한해 서버에 자료를 보존한다"고 밝혔다.

이어 "얼마 전 북한의 주요 언론사 폭파 위협으로 인해 MBC를 포함한 해당 언론사들이 사이버 공격 형태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정보와 함께 관련 기관으로부터 IT보안 강화를 요청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좀비PC에 의한 사이버 공격 차단이 시급하였고 시험 중인 프로그램을 전사에 긴급 배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MBC는 "이에 회사 전산망에 연결되는 모든 정보기기에 대한 해킹 피해는 막을 수 있게 됐다"며 "본 시스템 시험 운영과 관련하여 사전 고지가 미흡했던 점은 이러한 주변 상황으로 시행되었음을 이해 부탁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끝으로 "회사는 조만간 본 시스템 관련 시험 운영을 끝내고 서버 등 운영 장비 도입이 완료되면 시스템 도입 계약을 거쳐 본 가동 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 올해 3월부터 발효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사내 출력물에 대한 기록 관리와 개인정보 유출 내역 관리 기능도 조만간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