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가 가져온 '원터치텐트'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좋은 데서 잘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절대로 안 울려고 했는데. 민국이가 또 그만 울어버렸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큰형, 김성주의 똑똑이 큰아들 민국이다. 맏형이 왜 또 우나 싶었던 분, 앞선 방송을 되새겨보시라.
첫 여행에선 성동일 아저씨와 괜히 집을 바꿨다가 가장 허름한 집에서 잤고, 두번째 여행에선 마을에 꼴찌로 들어왔다가 비닐하우스 텐트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세번째 여행에선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을 텐데, 경황없던 아빠 때문에 어림없는 여름용 텐트에서 지내게 됐으니 3연속 최악의 잠자리에 그 속이 오죽할까. 튼튼한 옆집 텐트들이 올라가는 사이, 가장 먼저 친 텐트에서 해맑게 즐거워하는 민국이의 모습에 아빠 김성주만큼 보는 사람도 '이걸 어쩌나 싶어' 안타까웠더랬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민국이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지만 민국이는 홀로 얼음 위를 걸으며 마음을 달랠 만큼, "날씨는 좋네"라며 눈물을 닦을 만큼 의젓한 아이이기도 했다. 비닐하우스 텐트에서 홀로 잘 아빠가 걱정돼 의리를 지켰던 지난 여행, 꿀단지를 깬 성동일 아저씨를 끝내 지켜준 몰래 카메라를 돌이켜보면 민국이가 얼마나 바르고 착한 아이인지를 알 수 있을 거다.
눈물이란 아직 감정 표현에 서툰 9살 어린이에게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애써 눈물을 참고 아닌 척 표정을 관리하면서 아이는 어른이 된다. 순수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건 사실 아이들의 매력이자 특권이기도 하다. 산후조리원에 아내를 보내고 홀로 캠핑을 준비하면서 여름 텐트만 달랑 들고 온 실수투성이 아빠 김성주도 아마 민국이만큼 울고 싶었을 거다.
그 민국이의 눈물에서, 김성주의 막막함에서 사람들은 누굴 떠올렸을까. 아이와 뭔가를 해 본 적이 없으니 뭘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챙겨주던 아내가 없으니 더 우왕좌왕 하는 아빠의 이야기, 그런 아빠가 좋으면서도 원망스러운 아이의 이야기는 퍽 익숙하다. 나한테만 겹치는 불운을 원망하면서 세상이 원래 그렇기도 하다는 걸 배워가는 일도 마찬가지. '아빠 어디가'가 괜히 공감 예능, 힐링 예능이라며 사랑받는 게 아니다.
원터치 텐트로 시작해 눈물로 이어진 텐트 세우기는 결국 성주-민국 부자에게 새 집을 선사하는 일로 마무리됐다. "얼어죽는다"며 약올리던 얄미운 성동일 아저씨도 앞장서 민국이에게 튼튼한 새 텐트를 지어줬다. "이거 누구 거야", "내 꺼는 아니지"라면서도 피식피식 새어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던 민국이의 모습이 얼마나 깨물어주고 싶던지. 민국이표 '우쭈쭈'가 절로 나왔다. 영하 14도의 얼음호수 위에서도 아빠와 아이들의 캠핑은 따뜻했다.
p.s. 민국아, 미안. 니 덕에 많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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