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에 아이들이 풍년이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대박을 치며 일요일 예능의 판도를 바꿔놓자 KBS 2TV '해피선데이'에선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내놨다. 지난 1월 첫 선을 보인 '아빠 어디가'를 필두로 반전에 성공한 '일밤'이 일요일 저녁 예능 정상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더 어린 아이들을 내세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정규 방송을 시작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첫 방송부터 7.3%(닐슨코리아 집계)의 시청률로 선전했다.
어디 일요일 저녁뿐이랴. 눈을 넓히면 SBS에는 2009년부터 토요일 오후를 지키고 있는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 있고, JTBC '유자식 상팔자'는 지상파를 위협하는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초보 연예인 엄마아빠의 생생한 체험기를 담은 프로그램도 더 있다. KBS JOY의 '헬로 베이비'는 이미 시즌7을 넘겼고, 심이영 전현무를 내세운 MBC에브리원의 '오늘부터 엄마 아빠'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이들 예능'의 시대가 갑자기 도래한 것은 아니다. 이미 십수년의 전통이 있다. '뽀뽀뽀'나 '딩동댕 유치원' 등 아동 대상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어린이가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시초는 역시 MBC다.
1999년 10월 방송을 시작한 '전파견문록'과 2000년 시작한 '목표달성 토요일'의 'god의 육아일기', 비슷한 시기 전파를 탄 두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두 가지 대조적인 방식을 보여줬다. 물론 아역스타들이 주축이 돼 자신들의 관심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어린이-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투니버스의 '막이래쇼' 등 전혀 다른 계열도 있다. 그러나 '전파견문록' 대 '육아일기'의 구분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시간이 지나고 흐름이 바뀌어 평범한 어린이였던 주인공들이 연예인의 자녀로 바뀌었지만, '아이들을 어떻게 예능에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방송된 장수 예능 프로그램 '전파견문록'은 아이들의 시선에서 설명하는 단어를 어른 게스트가 맞히는 콘셉트로 인기를 모았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방송된 '환상의 짝꿍'은 아이와 어른이 짝꿍이 돼 퀴즈와 게임을 함께했다. 잠깐잠깐 어우러진 토크가 그 맛을 더했다. 그 연장선상에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꼽자면 SBS '붕어빵', JTBC '유자식 상팔자' 류의 집단토크-퀴즈 프로그램이다. 스튜디오에 판을 깔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본 이야기를 듣는다. 가식 없는 아이들이니 곳곳에서 폭탄 발언이 속출한다. 그 사이 트렌드도 바뀌어 일반인이었던 어린이 출연자들은 연예인 및 유명인 자녀로 바뀌었고, 자연히 대화의 대상이 사적인 가정사로 옮겨갔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멀리 보아 'god의 육아일기'의 궤를 함께 한다. 당시 'god의 육아일기'는 아이 돌보기에 서투른 다섯 명의 신인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아빠가 돼 숙소에서 아이를 돌보며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담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최소한의 각본을 두고 카메라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 자연스러운 현장을 담아냈다. 당시 11개월 어린 아기였던 재민이와 다섯 멤버들이 서로에게 어색해하다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모습,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미소짓게 했던 어여쁜 아기의 모습은 'god 육아일기'의 흥행 포인트였다. 아빠들의 고군분투로 시작해 이해와 성장을 향해 가는 '아빠 어디가', 새로이 시작한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아빠 어디가'는 민국, 윤후, 준, 지아, 준수 등 천진난만한 다섯 아이들의 개성만점 캐릭터들을 앞세워 세대를 불문한 공감을 자아냈다. 성장하는 아이들, 그와 함께 자라는 서툰 부모의 모습 역시 재미에 더해 감동을 자아냈다. 연예인의 자녀일 뿐 연예인이 아니며, 아직 어린 아이들을 눈높이에서 배려하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이 지닌 또 하나의 미덕이었다. 미리 꽉 짜인 틀 속에서 진행되는 스튜디오 토크쇼 혹은 퀴즈쇼들에 비해 관찰 카메라라는 형식은 '아이는 곧 순수'라는 로망과 매력을 전달하기에 적절했다는 평가다. '공감 토크쇼'를 내세운 부모-자녀 토크쇼가 천진하고 솔직한 아이의 입을 빌려 연예인 엄마 아빠의 실상(?)을 폭로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빠 어디가'의 존재는 더 빛났다.
'아빠 어디가'에 이어 출범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엄마 없이 보내는 아빠와 아이의 시간을 담는다는 점에서 판박이 닮은꼴이란 비교를 당했다. 그럼에도 파일럿 방송부터 추성훈의 딸 추사랑, 타블로의 딸 이하루 등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한 눈에 사로잡으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차이가 있다면 익숙한 공간을 떠나 1박2일의 여행 속에 또래의 다른 아빠, 친구들과의 어우러짐을 그리는 '아빠 어디가'와 달리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부터 초등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의 일상을 담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주인공만 바뀐 '아빠 어디가''라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아이들을 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상태. 앞으로는 어떤 변화와 성장을 선보일 지 궁금하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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