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예능계 역시 다양한 소재로 무장한 프로그램들로 가득했다. 그 중에서도 시사, 정치 등 무거운 소재가 결합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지난 2월 새롭게 내놓은 '썰전'은 시사 예능 포맷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끈 선두주자였다. '썰전'은 종합 뉴스에서나 접할 수 있는 국내외 시사, 정치 이슈들을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틀에 옮겨 재치 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썰전'의 흥행은 이후 JTBC '적과의 동침', '현장박치기', SBS '최후의 권력', TV조선 '강적들', tvN '쿨까당', 'SNL코리아-위켄드 업데이트' 등 시사예능 포맷의 프로그램의 인기로도 이어졌다. 이는 예능에서도 연예계에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들어내며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 '썰전'의 인기, 가벼워진 시사 토크가 한 몫 했다
'썰전'의 재미는 김구라, 강용석, 이철희 세 MC의 특유의 입담에서 비롯됐다. 과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강용석은 야권 인사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을 향해 자신만의 논리를 펼치며 '저격'하고 있고 반대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했던 이철희 소장은 차분한 말투로 현 여권 인사들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지적한다. 진행을 맡은 김구라는 시청자의 입장에 서서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을 던지고 정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썰전' 1부 코너에서 이들이 다루는 주제들은 국정원 댓글 사건, 박원순 서울시장 정책, 통합진보당 해체, 차세대 전투기 사업, 박근혜 대통령 국빈 방문,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관련 사건과 배경 지식을 알지 못하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세 사람은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들에 대해 함께 웃고 떠들다가 진지해지고, 싸웠다가 화해하는 그림을 자주 비췄다. 겉으로는 전형적인 예능 토크쇼의 틀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은 이에 재미를 느끼게 됨과 동시에 이들이 다루는 시사적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예능 토크쇼의 묘미는 출연진이 펼치는 입담 대결에 있다. 이에 각 멤버들의 캐릭터 구축과 함께 다뤄지는 이야기들도 쉽게 각인된다. '썰전'의 인기 역시 이러한 맥락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다루고 있는 시사, 정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친근한 소재로 다가왔다.
시사·정치의 연성화, 너무 가벼워져도 문제다
정치인판 '브레인 서바이벌' 격인 '적과의 동침'은 정치인들이 아예 연예인들과 퀴즈를 풀고 개인기도 선보이는 등 '정치인 예능'의 전형적인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이는 대중에게는 거리감 있게 느껴졌던 정치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정치인에게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 향후 정치 활동에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한 예능적 재미를 꾀할 수도 있다. 지난 16일 첫 선을 보인 SBS 최후의 권력-7인의 빅맨'은 이념과 성향이 다른 7명의 정치인이 모여 함께 미션을 수행한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역시나 새로운 그림을 기대하게 한다. 국회 내에서는 끊임없는 설전을 펼치던 이들이 과연 오지에서 더 큰 갈등의 상황을 그릴지, 아니면 급박한 상황에서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그려낼 지에 대한 부분 등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방송에서도 이들은 간간히 날선 발언으로 보는 이들을 긴장케 했다. 그러면서도 서로 배려하는 모습도 비쳤다. 해외 오지에서 함께 고생하며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위치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국회 안에서의 모습과는 또 다른 그림이었다.
분명 시사, 정치를 가볍게 다루는 것은 대중에겐 관심을 끌 만했다. 물론 일부 시청자들은 "무슨 정치인 홍보 프로그램이냐", "정치 활동이라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도 내비쳤다. 정치인들이 너무 이미지 구축에만 신경 쓴다는 지적인 것이다.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치, 또는 시사적인 내용을 예능으로 풀어갈 경우 흥미 위주 이야기에 쏠릴 수밖에 없고, 정작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에는 관심에서 벗어나게 되는 현상 역시 시사예능이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윤상근 기자sgyoon@mt.co.kr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