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미련한 사랑이다. 배우 이충주(36)가 드라마 데뷔작 JTBC '공작도시'(극본 손세동, 연출 전창근)에서 보여준 검사 박정호는 변칙적인 사랑법으로 '공작'에 가세한 인물이다. 이충주는 데뷔 12년 만에 도전한 매체 연기에서 뻔하지 않은 캐릭터로 시선을 끌었다. 2009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해 '브로드웨이 42번가', '셜록홈즈', '마마 돈 크라이', '사의 찬미', '노트르담 드 파리', '더데빌', '아마데우스', '킹아더', '드라큘라'에서 활약한 그가 공연을 넘어 안방극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공작도시'는 대한민국 정재계를 쥐고 흔드는 성진그룹의 미술관을 배경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치열한 욕망을 담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드라마.
이충주는 극중 윤재희(수애 분)의 전 남자친구인 중앙지검 형사4부 검사 박정호 역을 맡았다. 박정호는 재희와 대학 신입생 때 만나 사랑했지만 재희의 욕망을 채울 능력이 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그를 떠나보냈다. 이후 정호는 재희가 정준혁(김강우 분)과 결혼한 후 자신을 필요할 때만 찾을지라도 성진가의 비밀, 김이설(이이담 분)의 사망 배경 등 크고 작은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됐다.

-지난 해부터 공연과 드라마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환경의 변화를 많이 느끼겠다.
▶내 첫 드라마가 '공작도시'여서 감사하다. 멋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어서 좋았고 좋은 작업 환경이었다. 내 스스로에게 감사한 드라마 데뷔였고 특별한 시간이었다. 드라마가 공연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었는데, 공연은 주어진 1~2시간 안에서 서사를 끌어갔다면 드라마는 10개월의 시간 안에서 작업해 호흡도 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고 집중력이 깨질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나는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이 길었다. 공연과 서로 방해받지 않고 시너지를 내며 작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좋은 점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정호 역을 위해 준비한 부분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표현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배우로서 나에게 숙제이고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런 정호의 모습이 시청자가 사랑해주신 부분이지 않나 싶다. FM 검사로서 잘 밟아온 모습, 재희를 옆에서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넥타이 하나까지도 잘 표현하려고 했다. 재희를 지키는 것도 그렇고, 총장 곁을 지키는 것도 그렇고 정호의 우직한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감독님이 '대사가 있는 모래시계의 이정재'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 부분을 찾아봤다.
-정호를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은?
▶정호는 재희를 향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표현해야 했다. 감추면서 시청자에겐 보여야했기 때문에 어려웠다. 가만히 보면 정호가 들을 때가 많다. 감독님도 '정호가 리액션이 제일 어려워'라고 하셨다.
-정호가 자신을 떠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재희를 여전히 뒤에서 묵묵히 지켜준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해서였겠다. 재희를 안쓰러워하면서 지켜주고 싶었을 거다. 텍스트 위주로 이해하고 연기하려 했다. 정호는 무언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사랑 표현을 한 것 같다.

-정호의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찍을 땐 그 정도인 줄 몰랐는데 방영하고 보니 병원 신이 애틋하더라. 주변에서도 그 신을 좋아해줬다. 수애 누나도 방송이 나가고서 '그 신 너무 좋다'라고 연락이 왔다. 그 신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정호 역에 약 1년간 몰입했고, 이제 떠나보내야 하는데.
▶리딩까지 합치면 1년 정도를 정호와 함께한 것 같다. 끝났는데도 끝난 것 같지 않더라. 내일도 정호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드라마가 종영해야 끝났다는 실감이 날 것 같다.
-작품을 준비할 때 살이 빠지는 편이라고 말했는데, '공작도시'를 준비하면서도 신경을 많이 썼겠다.
▶이번 드라마는 촬영 전 머리털이 뽑히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굉장히 많이 고민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는 계속 정호로서 있었다.
-수애와 연인 관계로 함께 연기한 소감은?
▶거의 모든 장면을 오직 수애 누나와 촬영했다. 그게 어쩌면 나에게 특별한, 잊지 못할 영광스런 시간이었다. 첫 드라마, 첫 드라마에 그런 역할이어서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수애 선배님이 너무 나에게 잘 해주셨다. 지금도 연락을 하는데, 인간적으로 배우로서 많은 걸 배운 감사한 시간이었다. 수애 누나에게 '누나와 함께한 게 감사한 시간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공작도시'란 작품 제목은 동물 공작에 비유한 화려한 계층, 선거에서 판을 만드는 이들 등 다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해석한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공작을 펼치다'는 의미를 생각했다. 어떤 선배가 우리 드라마 제목을 보고선 '모든 사람들이 공작에 실패하나 보지?'라고 묻더라. 모든 사람이 공작하지만 그 공작이 실패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이충주에게 공작도시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했던 기억이다. 스스로도 손에 땀을 쥐며 모니터링했고 '공작도시'의 팬이었다.
-'공작도시' 연기에 대한 평가는 찾아봤는지.
▶주변에서 반응을 보내줘서 나도 열심히 본방사수했다. 되게 감사했던 반응은 내가 주지훈 선배님을 닮았다는 것이었다. '성공했다. 이런 댓글이 올라오다니!'라고 생각했다.(웃음)
-뮤지컬을 주로 하다가 드라마를 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뮤지컬과 드라마가 묘하게 섞이는 느낌도 있더라. 공연은 1~2시간을 인물로서 끌어갔는데, 드라마는 같은 연기인데도 환기가 돼서 연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면에서 서로 시너지가 났고 도움이 됐다. 연기 기술적인 면과 시야가 넓어졌다. 앞으로 또 드라마를 찍을 때 달라진 연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체 연기에 욕심이 더 생겼는지.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욕심일지 모르겠는데 나는 다크하고 악랄한 악역을 해보고 싶다. 선이 굵고 임팩트 있는 악역을 해보고 싶고 일상적이고 내추럴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매체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은 더 커졌다.

-평소에는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가.
▶스릴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워너비 연기자는 누가 있을까.
▶내가 팬으로서 멋있다고 느낀 분은 이병헌 선배와 조승우 선배다. 단순히 같이 연기하고 싶다가 아니라 팬으로서 '정석으로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충주가 다방면으로 부지런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코로나를 겪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코로나 때문에 6개월 동안 오래 쉰 적도 있었다. 일이 있다는 게 나에겐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다. 감히 거기서 내가 지친다는 말을 할 수 없겠다. 일을 해낼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놓아야 할 것 같다. 일을 할 수 있는 하루하루 자체가 감사하다. 누군가는 이 일이 너무 하고 싶을 수 있기 때문에 나도 감사함을 놓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한 많은 일을 하고 싶다. 나를 지켜봐 주는 팬분들에게도 내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좋은 기운을 주는 것이겠다. 절대 일을 놓치고 싶지 않고 쉬고 싶지 않다.
-데뷔 12년 만에 매체 연기를 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좋은 첫 단추를 끼웠으니 앞으로 잘 활동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작품, 다음 영화, 다음 드라마 매체 연기를 꾸준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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