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이유미의 계절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를 홀린 배우 이유미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유미는 4일(현지시간)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Creative Arts Primetime Emmy Awards) 시상식에서 게스트상(단역상)을 받았다.
게스트상은 드라마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급 역할을 한 배우에게 수여하는 트로피로, 비영어권 드라마가 에미상에서 수상한 것은 이유미가 최초다.
이유미는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1번 일남(오영수 분)부터 456번 기훈(이정재 분)까지 이들은 모두 벼랑 끝에 내몰린 상태에서 목숨을 건 게임에 참여해 최후의 1인이 다른 이들의 목숨과 맞바꾼 456억을 획득한다는 설정이다.

지영 역을 맡은 이유미는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인물의 불안정함과 반항심, 무력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지영의 서사는 새벽(정호연 분)과 만나 한층 풍성해진다.
지영은 오징어 게임에서 이기든 지든, 목숨이 붙어있든 아니든 마음 편히 정착할 곳 하나 없는 것이 자신의 현실이기에 자신과 반대로 지킬 가족이 있는 새터민 새벽을 위해 승리를 넘기고 희생한다. 유일하게 자기 손을 잡아준 새벽에 대한 은혜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갚은 것.
그렇다고 이유미가 초반부터 두드러지는 캐릭터라는 뜻은 아니다. 눈에 확연히 띄는 역할은 아니지만 서서히 스며들어 어느 순간부터 그가 카메라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묘한 분위기가 일렁인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판치는 극한의 공간에서 유일하게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지영은 유순한 듯 보이지만 누군가 자신을 물면 자기도 사정 없이 뜯어버리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어 더 강렬하다. 이유미는 특유의 천진난만하고 청순한 비주얼로 지영이 지닌 캐릭터성을 십분 끌어올렸다.

이유미는 지난해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과 '오징어 게임'으로 2연타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가 2021년 한 해 수확으로 빵 뜬 신예는 아니다.
2010년 영화 '황해'(감독 나홍진)에서 조성하가 연기한 김태원의 딸 역할로 데뷔한 이유미는 이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러시안 소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배우는 배우다',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속닥속닥', '박화영'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로 입지를 다졌다.
이유미의 얼굴에는 어른에 대한 불신, 세상을 향한 반항심이 들끓는다. 최근작 '어른들은 몰라요'를 포함해 '박화영' 그리고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지는 이유미의 필모그래피는 뻔하지 않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탄탄한 연기력과 매력적인 분위기로 데뷔 10여 년 만에 자신의 계절을 만난 이유미. 비로소 폭발적 인기의 서막이 올랐다.
김노을 기자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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