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류현진(32·LA 다저스)의 목소리는 밝았다. 정말 얼마만인가. 류현진은 자신이 승리를 올리는 날에만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오곤 한다. 시즌 9승을 따낸 게 6월5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이었으니 정확히 한 달만이었다.
류현진은 5일 샌디에이고와 홈 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5수 끝에 마침내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소감을 물으니 류현진은 "꾸역꾸역 했습니다"라고 웃으며 겸손하게 말했다.
4경기 동안 무승, 그리고 올스타전 선발 출장을 앞둔 전반기 마지막 등판. 야구 팬이라면 특히나 뜨거운 관심을 갖고 경기를 지켜봤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조마조마했다. 2회말 맥스 먼시의 솔로 홈런으로 다저스가 1점을 먼저 낸 뒤에도 '혹시나 점수를 주진 않을까' 걱정에 여전히 마음은 두근두근했다.
그래도 이날은 초반부터 공이 좋았다. 1회부터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시속 93마일(약 150km)까지 나왔다. 여전히 다저스 내야 수비가 불안했음에도 점수를 주지 않고 잘 막았다.
결정적인 승부처는 3-0으로 앞선 6회초였다. 선두타자 매니 마차도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프란밀 레예스를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 류현진은 "(레예스에게) 커터를 던졌다"고 했다. 시속은 89마일(약 143km)이 찍혔다. 좀더 굳히는 점수가 났으면 했는데 6회말 다저스가 2점을 더 뽑아 5-0으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꼭 하고 싶은 얘기는 주변에서 류현진이 볼넷을 내주는 것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이날 3개의 볼넷을 허용했는데, 사실 볼넷이라는 것은 작전상 일부러 내줄 수도 있다. 야구에는 '고의4구'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그 뒤에 타자들을 잘 막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특히 투수들에게 불리한 쿠어스필드 같은 구장에서나, 놀런 아레나도(콜로라도),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 등 류현진에게 강한 타자들을 상대할 때는 더욱 그러한 마운드 운용이 필요하다. 필자의 조언에 류현진도 "그런 점들을 느낀다"고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 |
5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
다저스 구단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메이저리그 전체 1위(60승29패·승률 0.674)라는 성적이 보여주듯 성공적인 전반기를 보냈다. 그러나 워낙 자주 이기다 보니, 내야수들의 잦은 포지션 변경 같은 문제점이 가려지는 느낌도 든다. 이날도 내야 수비 불안으로 류현진의 투구수(총 89개)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
또 힘든 경기를 마지막에 뒤집어 결국 승리하다 보면, 혹시 코칭스태프가 야구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그럴 경우 정말 중요한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부상 중인 주전 유격수 코리 시거가 언제 복귀할지 모르겠으나 다저스는 내야 수비와 함께 마무리를 비롯한 불펜진을 보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 |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