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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선수들이 4차전 후 두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
키움으로선 아쉬운 시리즈였다. 두산 선발 후랭코프에게 눌린 3차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1, 2, 4차전은 키움이 사실상 우세한 경기였다.
무엇보다 키움 벤치의 투수 운용에 의문을 지울 수 없다. 26일 4차전에서도 그랬다. 8-3으로 앞선 3회초부터 나온 두 번째 투수 이승호는 5명의 타자를 연달아 잡아내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4회초 2사 후 박세혁에게 안타를 맞자 곧바로 양현과 교체됐다. 양현은 첫 타자 허경민에게 적시 2루타를 내줘 8-4로 두산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내일이 없는 단기전이다. 이승호(투구수 19개)를 더 던지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불펜의 최강 요원 조상우(투구수 19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6회 무사 1, 2루에서 등판해 볼넷 뒤 3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을 보여줬으나 역시 7회부터는 윤영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만약 투수 보호 차원이나 다음 경기를 생각했다면, 전날 선발투수로 3이닝을 소화한 브리검을 9회에 내보내 10회 2사까지 23개의 공을 던지게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물론 벤치의 권한이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짧게 끊어 던지기'를 택한 키움의 투수 교체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두산은 대조적이었다. 전날 마무리 이용찬을 7회에 조기 투입해 3이닝을 던지게 한 데 이어 이날 4차전에서도 5회 나온 이형범(투구수 32개)이 잘 막아내자 2이닝을 맡겼다. 일단 투입한 뒤 괜찮다 싶으면 더 오래 던지게 했다.
이렇듯 양팀 벤치의 스타일이 달랐고, 결과는 두산의 4연승이었다. 승부에서는 결국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키움이 이번 시리즈 중 3경기에서 선전을 펼쳤기에 더욱 아깝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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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2루수 오재원(오른쪽)이 4차전 8회 김하성의 뜬공을 잡아내고 있다. /사진=뉴스1 |
사소해 보이지만, 이날 4회초 막 등판한 양현이 1루주자 박세혁을 견제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 물론 박세혁(올 시즌 도루 8개)이 포수 치고는 발이 빠른 편이지만, 스코어가 8-3으로 5점 차였고 투 아웃이었다. 그냥 뛰게 놔둬도 괜찮았다.
그러나 주자에 신경 쓰다가 볼카운트가 3-2로 몰리고 결국 허경민에게 1타점 2루타를 얻어맞았다. 벤치에서 견제 사인이 난 것으로 보이는데, 타자와 승부에만 집중하도록 투수 코치가 강력하게 얘기를 해줬어야 한다.
아무래도 키움은 준플레이오프부터 11경기나 치르다 보니 체력이 소진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올 정규시즌에서 당당히 우승 경쟁을 펼치며 붐을 일으키고 포스트시즌에서도 LG와 SK를 연파하는 저력을 보여준 데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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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