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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29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전 1회 눈을 감고 모자를 만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류현진 4⅓이닝 3실점 시즌 10패(13승)
류현진(34·토론토)은 못 던진 게 아니다. 그의 공은 근래 보기 드물게 좋았다. 부상 후유증은 없어 보였고, 평소보다 더 힘있는 피칭을 했다.
그러나 양키스 타선의 최근 상승세를 막진 못했다. 특히 양키스 타자들이 토론토와 달랐던 것은 공 하나하나에 끈질기고 세밀하게 대처해 류현진을 괴롭혔다는 점이다.
결정적인 장면은 토론토가 2-1로 앞선 5회초 상대 1번타자 D.J. 러메이휴 타석이었다. 1사 1루에서 러메이휴는 류현진의 까다로운 공을 잘 골라내 볼넷을 얻어나갔다. 이렇듯 팽팽한 경기에서는 안타나 홈런 못지 않게 볼넷으로 찬스를 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 타자 앤서니 리조에게 던진 공은 이날 류현진의 최고 피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리조는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공에 방망이를 툭 갖다대 좌전 안타를 만들어 냈다.
어떻게든 맞히겠다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리조는 앞서 1회초 타석에서도 연거푸 커트를 한 뒤 중전 안타를 때려 류현진의 투구 수를 늘리고 신경을 건드렸다.
토론토 수비도 류현진의 힘을 뺐다. 5회초 리조의 안타 때 토론토 좌익수 코리 디커슨의 홈 송구가 무척 아쉬웠다. 디커슨은 양키스 2루주자 히오 우르셀라가 3루 베이스를 막 밟았을 때 이미 공을 잡았다. 속칭 '주자가 반도 못 가서 죽을' 상황이었다.
더욱이 우르셀라가 홈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는데, 디커슨의 송구는 너무 느린 데다 주자를 맞히기까지 했다. 메이저리그(ML)에 어떻게 저런 어깨를 지닌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디커슨은 4회말 2루타로 1타점을 올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2점을 헌납한 셈이다. 우르셀라가 득점하는 사이 양키스는 주자들이 2, 3루로 진루한 뒤 에런 저지가 구원 나온 애덤 심버에게서 희생 플라이를 날려 3-2 역전에 성공했다. 모두 류현진의 자책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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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
양키스에는 운도 따랐다. 선발 제이슨 타이욘이 3회 갑작스런 부상으로 강판했으나 두 번째 투수 우완 마이클 킹이 오히려 토론토 타자들을 더 잘 막았다. 투구시 스탠스가 크로스되는 데다 투심 패스트볼이 우타자 몸쪽으로 크게 꺾여 타자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이런 투수를 공략할 수 있는 강한 좌타자가 없다는 것도 토론토의 약점이다. 반면 양키스는 트레이드 마감에 임박해 왼손타자 리조와 조이 갤로를 보강했다. 이런 점들이 바로 두 팀의 전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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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감독. |